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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가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6월 20일, 불탄은 용기있게 나서준 그 젊은 학생들에게 너무나 많은 고마움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7월 12일, 비가 내리는 와중에서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일사불란하게 국정원 규탄 집회를 진행하던 학생들을 보면서 자책감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었고요.

그런 그들이 또 한 번 거리로 나와 8.13 전국대학생 공동행동의 이름으로 국정원 해체, 책임자 처벌을 목청껏 외치겠다고 합니다. 그들이 그리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학우들과의 행동하는 자리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라고요.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국정원 사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는 서울대 재학생 150여 명, © 한국대학신문


그들의 말마따나 오는 8월 23일이면 국정조사가 종료됩니다. 허나,
증인 채택과 기관보고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국정조사에 임하는 집권 여당의 책임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대로라면 국정조사라는 것 자체가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규명하기는 커녕 새누리가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끝나기가 십상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금까지의 행동을 무위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국의 대학생과 시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하려 8.13 전국대학생 공동행동을 펼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그리하여 경희대 국제캠퍼스, 덕성여대, 부산대, 서울대, 숙명여대, 원광대, 이화여대, 전남대, 중앙대 안성캠퍼스 등의 대학교 및 총학생회가 공동주최·주관 의사를 밝혀 왔고, 오늘(8월 13일) 오후 3시에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의 국정원 규탄집회를 다시금 개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허나, 처음 촛불 집회가 500명부터 시작해 지난 10일에는 전국과 해외를 통틀어 10만 촛불이 되었던 것처럼 오늘의 전국대학생 공동행동을 시작으로 보다 많은 대학교 총학생회와 학생이 참여하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다음은 오늘 있을 8.13 전국대학생 공동행동 선언문 전문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어둠이 회귀하는 것을 목격한다. 3.15 부정 선거가, 유신 체제가, 신군부가, 결코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 다시금 약동하고 있다. 그들은 추악한 맨얼굴을 국가와 안보라는 거죽으로 가린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국정원이 그 정보력과 규모에 무색하게 댓글을 통한 치졸한 여론조작을 진행했다는 것이 드러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책임자는 그 아무도 처벌되지 않고 있으며, 국정원을 직속기구로 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자체 개혁, 5자 회담을 운운하며 사안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새누리당의 국회의원들은 “교묘하게 댓글 다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정원 업무 일환인 대북 심리전을 대선 개입이라고 규정한 민주당의 실패한 정치 공세”라고 말한다. 그뿐인가.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에 출석하여 “댓글 활동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진 정당한 활동이었다”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국민들의 분노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거 부정을 저질러놓고 관련자들을 징계하지도, 쇄신안을 내놓지도 않는 정당이 이 나라의 집권당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수만이 넘는 국민들의 분노를 외면하는 것이 정부를 책임지는 공당의 자세인가. 언론을 통제하고 여론을 조작하여 얻는 평화,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려서 얻는 태평성대가 그대들이 만들겠다는 국민 행복 시대인가. 국정조사를 파국으로 이끌고 증인 채택이나 방해하는 것이 정당이 할 일인가. 새누리당과 국정권은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한편 언론을 통제하여 국민들의 여론을 조작하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권에 의해 조용히 질식되고 있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보라.

국정원은 다시 한 번 똑똑히 들으라. 우리는 국정원이 더욱 교묘하게 댓글을 달지 않았다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빼앗길 수 없는 당연한 기본권인 주권 행사를 국정원이 침해한 데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한다면 정당화되지 못할 행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국가기관이 얼마든지 국민을 기만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그대들이 말하는 자유인가. 정권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해도 된다는 원칙이 그대들의 진리인가.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 권리의 침해를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헌신은 이 나라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두기 바란다.

새누리당은 23일로 종료될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 가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정조사의 파행은 논란의 종료가 아니라 국민들을 향한 선전포고를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정권과 새누리당을 향한 국민적 저항의 물꼬를 터뜨릴 신호탄이 될 것이다. 열흘 남짓 남은 국정조사를 정상화하고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

대통령 직속기관 국정원, 정부기관, 정부여당인 새누리당은 똘똘 뭉쳐 민주주의에 맞선 투쟁을 시작하였지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힘은 아직 그들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포기하기 전에는 아직 패배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 대학생들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에 맞서 가장 먼저 입장을 발표하고,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싸움을 시작했으며, 승리할 때까지 우리의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학생, 시민 여러분께 호소한다. 국정조사가 책임있게 진행되는 모습을 볼 때까지, 선거 개입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정보기관이 국민들의 삶을 침해할 수 없게 되는 날까지 포기하지 말자. 우리 대학생단위들은 지금보다 더 크게 연대하여 행동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다음을 요구한다.

▶ 국정원 선거·정치개입에 대한 철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 경찰의 축소수사 관련자와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 새누리당은 김무성, 권영세 국정조사 증인 채택으로 국정원과 여당의 유착 의혹에 대해 책임져라!
▶ 박근혜 대통령은 직속기관 국정원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재발 방지책을 직접 마련하라!


오늘 오후 3시, 새누리당 당사 앞으로 오시면 자랑스런 이 시대의 전국대학생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젊은 주체들을 만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께서는 마음으로나마 이들에게 힘찬 응원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