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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GH정권의 국정과제인 '국민 체력인증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순간 불탄은 학창시절 고입 연합고사와 대입 학력고사에서의 체력장 시험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GH정권이 '국민체력 100'이라는 사업명으로 추진하겠다는 이 '국민 체력인증 기본계획'이 그 시절의 체력장과 무척이나 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고입 연합고사와 대입 학력고사의 시험 과목 중 하나였던 체력장은 1971년 당시 문교부(現교육부)가 10세(국민학교 5학년)에서 17세(고등학교 3학년)의 전학년을 대상으로 체력검사를 실시하여, 이를 바탕으로 1972년부터 상급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중 · 고등학생에게 적용했던 제도입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1973년에는 윗몸앞으로굽히기 · 윗몸일으키기 · 왕복달리기 · 턱걸이 · 던지기 · 도움닫기멀리뛰기 · 100m달리기 · 오래달리기(남학생 1,000m, 여학생 800m) 등 8종목이었지만, 1979년 6월부터는 100m달리기 · 제자리멀리뛰기 · 던지기 · 윗몸일으키기 · 오래달리기 · 턱걸이(남) 혹은 팔굽혀매달리기(여) 등 6개 종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점수 및 등급 구분은 6개 종목 측정치를 종목별로 20점 만점의 절대기준평가를 실시하고, 6개 종목 전체를 합하여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 특급, 70∼79점이 1급, 60∼69점이 2급, 50∼59점이 3급, 40∼49점이 4급, 39점 이하가 5급 등 6개 등급으로 구분했습니다. 각 부문별 20점씩 120점 중 80점 이상을 받아야 체력장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고입 연합고사는 200점 만점에 20점이, 대입 학력고사는 340점 만점에 20점이 이 체력장 점수였습니다.

이후 오래달리기를 하던 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체력장 폐지 여론이 들끓었고, 각 학교별 자율에 맡겨진 탓에 학교 전체 학생이 체력장 시험 만점을 받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자 1993년에 이르러 결국 폐지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학생들의 기초체력을 평가했던 이 체력장이 20년이 지난 지금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논문표절로 새누리가 출당시킨 문대성 의원이 학생건강체력평가를 대학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월 28일 발의했기 때문입니다.


▲ 한 지자체의 거점체력센터 모습. 본 포스트와 관련 없슴. ⓒ라포르시안


어쨌든 이러한 체력장의 느낌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최근 문화부가 발표한 '국민체력 100'이라는 사업명의 '국민 체력인증 기본계획'입니다. 학교와 민간기업,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체력인증 기준을 보급하고, 이를 통해 얻은 체력측정 기준을 취업이나 승진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답답하기보다는 헛웃음이 터져나오더랍니다. 하도 기가 막혀 눈물까지 날 지경이더랍니다. 아니,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와 같은 관료주의적 발상을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어떡해서든 국민을 국가의 통제하에 두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까지 관심을 갖는 것은 고마운 일이겠으나, 기초체력까지 국가가 검증하고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요.

보건의료 부문의 대안매체를 표방하는 '라포르시안'이 이와 관련된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들어 보았는데,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링크 → 기사 원문 보기 ]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여부만 확인하면 되는데, 체육활동에 얼마 만큼의 운동능력이 필요한지 등의 체력인증 기준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기준을 만들어 국민의 적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정책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실효성 없는 형식적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팀장


체력인증 기준을 만들어 이를 취업과 승진에 활용한다는 것은 국민 기본권 침해 소지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복지부와의 협업이 제대로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문화부의 국민체력인증 기본계획은 그대로 시행하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복지부에 안을 제안하고 보완하기 위해 먼저 내용을 흘린 것일 수 있다 - 충남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유원섭 교수


국민건강을 위해 체력인증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은 관료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세계 어떤 나라도 운동을 권장하기 위해 국민에게 패널티 주겠다는 곳은 없다. 결국 문화부가 복지부와 함께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속셈 -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


불탄은 왠지 '문화부와 복지부의 제밥그릇 챙기기'라는 한정호 교수의 지적에 '급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것을 위해 유원섭 교수의 말마따나 문화부가 먼저 안을 흘리고, 복지부로 하여금 이를 보완토록 유도하겠다는 속셈인 것 같더랍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부가 마련한 체력인증 기준을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취업 및 승진에 활용케 하겠다는 것은 비상식적으로 보여집니다. 경찰 · 소방 등 공공기관이나 특수한 경우의 일부 기업들이 체력측정을 실시하여 취업 또는 승진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으나, 문화부가 밝힌 바와 같이 시범학교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체력인증 기준을 적용한다거나 일반 민간업체까지 적용하는 것은 분명히 개인인권침해에 해당되는 일일 것입니다.

공안정국 조성으로 신유신독재시대로 진격하는 정치판입니다. 근현대사의 역사 왜곡도 모자라 이젠 김무성 부류 등이 앞장서서 일제시대 사고방식으로 내몰고 있으니 교육 역시 개판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박정희 동상과 공원이 마을마다 고을마다 들어서고 있으며, 빨간색 박근혜 찬양가는 높아만 가고 있는 사회판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그래도 경제 만큼은 끄떡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기재부의 입을 꿰매고 싶기만한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판의 모습이 그려진 위의 이미지를 과거 전체주의 향수에 빠져있는 GH정권에게 선물로 보냅니다. 친재벌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쳇말로 '쪽'팔린 성적표라는 말씀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