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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부터 시작된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 서명운동이 1만 명 이상의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9일 마감되었습니다. 또한, '시국선언 추진위원회'는 11일 수요일 오전 11시에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청계광장 동아일보사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시국선언 추진위원회'는 시국기도회를 앞두고 기도회 참석시 묵주 지참과 함께 "시국선언에 서명하신 신자들은 세상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국정원 개혁을 통한 이 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기자회견과 시국기도회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렇듯 사제들뿐만 아니라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천주교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면서 한 언론매체는 GH정권이 지속적인 '저온화상'을 입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석기 의원과 관련한 내란음모 사건을 국정원에서 터뜨렸지만, 이와 상관없이 시국선언과 시국미사가 이어지면서 GH정권과 국정원으로는 엄청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장이기도 한 강우일 주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듯 많은 사제들과 수도자, 평신도들이 시국선언에 나서는 행위에 대해 "민주화를 역행하는 정부의 근본적 잘못을 지적하는 일이고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성직자들이 시국선언에 나서는 것은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성령께서 일하시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부가 근본적으로 잘못을 시인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염원하는 민주화의 여정을 정부가 앞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데,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이구동성으로 정부와 국정원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불법 댓글 의혹사건은 지엽적으로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번에 사제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사의 흐름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국가가 엉뚱한 방향으로 국민을 몰고 가는 것을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라 운영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것이지요. 천주교 신부들은 모두 고집이 있어서 주교가 하라고 해도 잘 안 하는 사람들인데, 이번 국정원 사태에 모든 교구의 천주교 신부들이 들고 일어난 것을 보면, 이것은 하늘이 시키신 일이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과 현실을 언론을 통해서 보고 듣고 판단합니다. 공영방송 등 우리나라 언론은 현실에 대한 식별능력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시청 앞 광장에 몇 만 명이 모여서 촛불을 들어도 그걸 한두 줄로 써버리거나 한 컷의 영상도 내보내지 않습니다. 공중파나 그런 방송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가치판단을 하지만, 그것은 진실과 대단히 거리가 멉니다.

젊은이들은 인터넷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진실을 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살다보니 그냥 손에 잡히는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을 보고 사태를 파악합니다. 그러나 좀 더 진실을 알려면 주류언론이 내보내지 않는 사실을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게 국민의 의식입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공무원은 심부름꾼입니다. 심부름꾼을 잘 부리려면 주인이 뭘 제대로 알아야 하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심부름꾼이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추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국민들이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류언론에 절대로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 공식언론에서도 시국 문제나 사회적 사안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다루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언론사마다 제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교구에서 운영하는 언론이든 교회에서 인준 받지 않은 독립언론이든 상관없이 교회가 세상 안에서 자신의 예언자적 역할을 다하려면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대로 교회 울타리 바깥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신학자들도 자기만족적인 학문연구나 학자들끼리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만족하지 말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식별과 신학적 해석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의 말씀에서 불탄의 눈에 크게 들어온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천주교 신부들은 모두 고집이 있어서 주교가 하라고 해도 잘 안 하는 사람들인데, 이번 국정원 사태에 모든 교구의 천주교 신부들이 들고 일어난 것을 보면, 이것은 하늘이 시키신 일"이라고 본다는 부분입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의 구체적 증거이기도 하지요.

그 무더운 여름을 광장에서 보낸 촛불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시켜서 했던 행동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 무소불위의 권력이 개입한 것에 대해, 그 진실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권력의 주체자인 국민을 기만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조작질까지 서슴지 않으니 뉘라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지 않으리오.

국정원 '개혁' 요구의 촛불은 '해체'가 되고, 박근혜 '사과' 요구의 촛불은 '하야'와 '퇴진'의 들불로 번져나가는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GH정권과 새누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덮을수록 의혹의 크기와 진실규명의 갈증은 더욱더 커져갈 뿐입니다. 국정원에 대한 검찰수사로 매일같이 터져나오는 진실의 목소리에 더 이상 방기하지 말기를 촛불의 이름으로 명령합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