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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가 엄청난 폭풍으로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 보도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감찰지시를 통해 기정사실화하자 채 총장이 이에 반발, 사퇴한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선 평검사들의 동요와 거센 반발을 감지한 황 장관의 선택은 이메일 호소였습니다.




전국의 검사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오늘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불행스러운 사태가 있었습니다.

지난 주 언론 보도 이후 검찰총장 본인의 강력한 부인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었고, 그러한 상황이 장기화되어서는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저는 장관으로서 법무부 부서 중 사실확인이 기능이 있는 감찰관으로 하여금 사안의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하도록 조치했으며 이는 하루빨리 의혹을 해소하여 검찰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검찰총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흔들리지 말고 각장의 위치에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의 거센 불길에 이와 같은 이메일은 소방의 물이 아닌 방화의 기름이 되기에 충분했고, 급기야 일선 검사들의 평검사회의가 곳곳에서 긴급 소집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GH정권에 대한 검사들의 저항, 또는 반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처음 시작은 서울서부지법 검사들이 알렸습니다. 9월 13일 오후에 소집된 평검사회의는 14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에 대한 결과를 '평검사 일동'이란 명의로, '서울서부지검 평검사 회의 개최 결과'라는 제목으로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렸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회의 개최 결과


최근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 법무부장관의 공개 감찰지시, 연이은 검찰총장의 사의표명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평검사 일동은 오늘 아래와 같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부 언론의 단순한 의혹제기만으로 그 진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이제 막 조직의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고돼야 한다.

특히 법무부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니고 조속히 의혹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총장께서는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사의 표명을 거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서부지검 평검사 대부분이 참석했습니다.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일부 검사들은 전화로 뜻을 같이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말 그대로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평검사 전원'이 한 목소리로 황 장관에게는 질타를, 채 총장에게는 사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반응이 서울서부지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지역의 검사들도 채 총장 사퇴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외압의 결과물로 인식하며 크게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같은 평검사회의가 전역으로 확대된다면 또 한 차례 엄청난 '검란'을 겪어야 할 판입니다.

그래서인지 여론의 이목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만약에 서울서부지검과 같은 입장을 보인다면 과연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