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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천만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자회담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혹시나'는 언제나 '역시나'로 귀결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조금은 시민의 뜻과 민주당 내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강경한 어조로 국정원 개혁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습니다.


출처 - 국제신문


김한길 대표는 15일 오후 2시,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음습하고 무서운 권력이 공포정치가 엄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운을 띄운 뒤, "박근혜 정부가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검찰총장을 유신시대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결국 몰아냈다"며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이석기 내란조작사건에서는 국정원스럽고, 새누리스러웠던 김한길 대표가 자신의 아버지가 겪어야 했던 긴급조치 9호 사건을 언급하며, "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있으면 느닷없이 잣대를 들이대며 죄가 있다고 단언한다. 아니면 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죄가 없다면 죄가 없음을 입증하라고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는 것입니다. 이석기 내란조작사건에서도 확실한 증거가 나오거나 혐의가 사실로 규명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아니던가요?

어쨌든 김한길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검사는 유죄이고 반대로 국정원은 무죄라는 것"이라는 불합리, "국정원의 국기문란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직접 관여한 바 없다고 하지만 이번에 검찰총장 사퇴시킨 반법치주의적 행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있기 어렵다"는 책임론을 들어서 어떡해서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시 세우고픈 마음이겠지요.

결국 김한길 대표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을 내놓겠다는 GH의 의지 표명에 있다 할 것입니다. 그 정도의 확답만 얻어낼 수 있다면 광장에서의 철수와 함께 새로 둥지를 튼 여의도 당사로 지금이라도 당자 들어가겠다는 뜻일 테고요.

"GH의 진정성을 믿어보기로 했다"는 김한길 대표의 감성적인 메시지에 아마도 GH와 새누리는 쾌재를 불렀으리란 생각입니다. "내일 3자회담에 응하겠다. 주요 의제는 국정원 등 국가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의 폐해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총장 사퇴 문제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대통령이 준비해주셔야 한다"는 일갈이 허망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물론 항간에서는 김한길 대표의 이번 선택이 고심 끝에 내렸으리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GH와의 회담을 먼저 제안한 김한길 대표가 되레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쳐진다면 여론의 역풍까지 맞게 될 것이라나요. 추석민심을 겨냥한 새누리의 속내와 민주당의 부담이 교묘하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GH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집약한다면 '외교 · 안보 합격점, 정치 · 경제 낙제점'이라 할 수 있으며, 가시적인 외교 효과가 아직까지 뚜렷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경제 실패를 충분히 커버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니 70%에 육박하는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G20 정상회의와 베트남 순방 결과에 더해 이석기 내란조작사건으로 얻은 반사이익, 채동욱 검찰체제가 성과를 거둔 전두환 · 노태우 추징금 납부 등의 국내 상황도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판국입니다. 그러한 자신감에 근거한 GH가 지금껏 말 잘 들어주고 있던 김한길체제의 민주당에게 무슨 양보를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김한길 대표가 큰 목소리로 3자회담의 의제를 분명히 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된장인지 알기 위해 맛을 꼭 봐야 하는 건 아니지 싶더랍니다. 3자회담을 마치고 회담장을 걸어나올 김한길 대표의 얼굴빛이 어이상실로 실색한 똥빛이 아니기만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