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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했던 드라마 대사가 생각납니다. 그래요, 어쩌면 드라마를 보고, 그 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시청자를 일컬어 '폐인'이라 했고, 스스로 그 '폐인'임을 자처했던 드라마였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밀양 할매 사진에 목이 메고, 눈이 아파오는 아침... 난 무얼 할 수 있을까.... ㅠㅠ"라는 활자와 함께 올라온 그 사진을 본 불탄은 처음에는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조금 더 들여다 보았습니다. 역시나 창피하기만 하더랍니다. 그런데 그 모든 감정에 앞서 솟구치는 정체불명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그것은 바로 온 가슴 모두를 차지하고 있던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였습니다.


출처 - 페이스북 타임라인 ⓒ전대협


곧장 불탄은 페이스북 계정에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 "밀양 할머니의 멍들고 상채기난 이 두 손을 보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는다면, 미안해 하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닐 것이야."라고.

그래서였을까요? 오늘은 언제부터인가 잊고 있었던 글 하나를 무작정 쓰고 싶어졌습니다. 짧은 마디로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그러면서도 불탄의 마음을 최고응집력으로 축약해낼 수 있는, 혹여라도 나중에 우리 세 딸이 읽었을 때 전혀 부끄럽지 않을, 바로 그런 글을 말입니다.



탑의 노래, 招魂歌 - by 불탄(李尙眞)


그대 우는가
뭬가 그리 섧어 목까지 메는가
주린 줄 만지는 손이 왜 그리 애틋한가
눈에서 흘러
볼을 타고
이내 턱으로 흐르는 그 자유 갈망의 눈물에
보는 이조차 이리 살 떨리는 것을


그대 시신인가
죽어 식어버린 천덕꾸러기 살덩이인가
어깨 걸고 가자던 열망은 왜 이리 뜨거운가
10월에 흩뿌려져
밀양에 내린
연대로 뭉쳐진 희망의 진혼곡에
차마 못다 뜬 두 눈이 젖어든다


그대 바보인가
머리 위 지나는 송전탑을 그래서 놔두는가
그리해 땅 속으로의 지중화 요구도 못하고 있는 겐가
GO밖에 할 수 없다는
그게 바로 MB의 신고리 원전 3호기라는데
2015년까지는 무조건 가동해야 한다는데
그게 아님 수조 원 패널티를 물어내야 한다는데


그대 악마인가
자전거 타는데 보 하나 없는 북한강을 왜 택하는가
그리도 자신터니 무얼 그리 겁내는가
타다 보면 목도 마를 터
거나하게 녹조 한 잔 들이켜야
그도 아니면 중간에 멈추거나 하지 말고
근혜양 뒤에 태워 밀양까진 꼭 가보소


그곳이 바로
양 팔에 새긴 몰상식과
목숨에 옭아맨 불합리와
길바닥에 던져진 비양심과
2013년의 대한민국 현 주소일지니 - 2013.10.03.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