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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두고 의료부문과 교육부문에 대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듯 부총리와 보건복지부장관은 부리나케 달려나와 '영리화'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어제(12월 16일)도 춘추관에서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박근혜 정부의 입 역할을 자처했지만, 해명이 아닌 변명처럼 들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습니다.


원격의료는 도서지역, 오벽지 등 취약지 주민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 의료 소외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여 누구에게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이며, 의료영리화와는 무관하다. 앞으로도 정부는 의료영리화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 이번에 도입되는 원격의료는 주로 만성질환자,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동네의원(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시행하기 것이며,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도 포함하고 있다 -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즉, 청와대에서는 원격의료 도입이 의료 소외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일 뿐, 의료영리화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으며, '원격의료만 행하는 의료기관 운영 금지', '주기적인 대면진료 의무화', '병원이 원격진료 할 수 있는 환자범위 명료화' 등을 보완대책으로 제시했습니다.


12.15 전국의사궐기대회 ⓒ라포르시안



과연 그럴까요? 일단, 원격의료만 놓고 보더라도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동네의원은 고사(枯死)하고 의료 전달체계가 붕괴하는 의료 대재앙이 온다"고 주장했으며, 안철수 의원도 "원격의료의 의학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말인 즉, "원격의료의 시행이 오진의 위험성과 책임소재 등에서 큰 위험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인이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그를 통해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시킨다는 것은 지금보다 의료법인의 영리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에 다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비영리 의료법인을 의료 모법인과 영리 자법인으로 나누고, 영리 자법인에게 자본을 투자해 그에 대한 수익배당을 가져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의료법인의 '영리병원화'가 가능하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며, "자법인이 벌어들인 돈을 모법인의 경영개선에 쓰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입니다. 그런데도 의료법인의 영리성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듣는 사람 누구라도 콧방귀부터 뀌게 되지 않을까요?

이 같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논평을 내고, "서민과 가난한 이의 아픔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경제수치에 매몰된 것이든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그런 것이든 민생은 관심 밖인 정부"로 낙인 찍었습니다.


병원의 모법인과 자회사를 구별할 것 없이 영리의 목표는 돈을 벌고 남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영리와 이윤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영리병원의 이익은 과연 누구의 지출(그리고 고통)을 토대로 하는 것인가.

병원의 부대사업이라고 특별한 재원이 있을 리 만무하다. 더 많은 이익을 보려면 더 많이 쓰는 것이 먼저다. 늘어날 비용의 일부는 건강보험에서 간접적으로 부담하겠지만 (더 비싸지는 치료 재료, 약품), 나머지는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내야 한다 (장례식장, 안경, 식당 등). 간접, 직접 모두 오롯하게 환자와 보호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결론은 명확하다. 무어라 표현하든 영리병원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소수의 사익을 위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정책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 공적 가치를 지켜야 할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민주 정부라면 더구나 그들의 일이라 할 수 없다.


민생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위와 같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물음과 지적에 명확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비로소 이 나라 모든 시민들로부터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거둬낼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