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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금융위원회는 부랴부랴 개인정보유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대응이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실질적이거나 핵심적인 대책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뻘짓이 만든 '대국민 발표용 자료'였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금융 당국과 금융사 입장에서의 대책이지, 정작 소비자 관점에서의 대책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7년 형사처벌, 과징금 부과, 영업제한 등 현행 형벌수준에서 가급적 최고 수준이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금융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박근혜 정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조치는 바로 "정보관리권을 정보제공자인 소비자에 주어 개인정보의 남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이 검토" 되어야 한다는 게 '금소원'의 주장입니다. 아울러 "고객정보를 유출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금융사가 질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대책이 따라야 했다"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피해에 대한 입증책임을 금융사에게 지운다든지, 아니면 집단소송 범위를 확대해 소비자 권리 확대의 실효성을 높이는 대책의 제시"를 꼽았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를 포함한 정보유출 피해에 대한 구제 및 선제적 조치가 제시되었어야 함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금소원'의 말마따나 지금껏 잊혀질만 하면 발생했던 금융사 개인정보유출 사고의 1차적인 원인은 "금융 당국의 솜방망이식 제재와 금융사 편의위주의 제도 운영"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나 대책조차 마련치 못한 금융 당국은 해당 금융사만의 책임으로만 몰아붙이는 '갑(甲)'질만 하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논평을 통해 밝힌 입장도 '금소원'과 같은 맥락입니다. '경실련'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사건 재발방지 종합대책'이 "정보 수집․보유의 적정성 검토", "정보보유 기간의 합리적 축소", "거래종료 고객의 정보보호 강화", "금융지주그룹내 정보공유 개선", "개인신용정보보호 책임자의 권한 및 책임강화", "내부통제제도 및 외주업체 관리강화", "제3자 제공정보 엄격화,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 및 형벌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논평을 통해 "관련 법령이 개정되지 않는 한 고객정보 유출이 재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이는 심각한 금융시스템 붕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음에도 당국이 아직 조사도 끝나지 않은 이번 유출사건의 의미를 축소해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경실련'은 이번 금융정보 유출의 1차적인 책임이 "금융지주회사나 금융기관, 신용정보업체 간에 영업목적이나 채권추심, 신용정보 공유를 무한대로 허용하고 수차례 각계각층에서 나타난 경고를 무시한 채 금융회사들에게 과도한 금융정보공유를 허용한 금융 당국"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울러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고, 이미 회수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정부대책은 스스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현행 잘못된 금융․신용정보 공유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맹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인 권리구제 방안을 마련치 못한 박근혜 정부는 최소 정보수집 및 포괄적 동의 금지 등으로 일부 잘못된 금융관행을 바로잡고, 정보유출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퉁치려고 하는데, 과연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러니 "무엇보다 찰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 사태의 의미를 무마하거나 축소하기 보다는 철저한 무분별한 고객정보 공유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조사하여 실질적인 정보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경실련'의 주장이 박근혜 정부의 급조된 '대국민 발표용 자료'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렸던 모양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