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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길을 가다 빗방울을 맞으면 당황하게 됩니다. 들고 있는 서류가방이나 핸드백을 머리 위에 올리며 피할 곳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저만치 처마라도 보이면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땐 커피숍을 찾을 수도 있고, 여의치 않을 땐 편의점에서 비닐우산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경우,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뛰어갑니다. 그것도 잠시, 어느 정도 비를 맞고 나면 그냥 빗속에 몸을 내맡기게 됩니다. 그러다 신발이 젖는 것도 마다 않은 채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발로 차는가 하면, 두 팔을 벌려 퍼붓는 빗줄기 위로 보이는 하늘을 우러르기도 합니다. 단순히 채념이나 포기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색다른 느낌입니다. 시원한 일탈일 수도 있고, 평소라면 주저했을 소설이나 영화 속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 상쾌한 일들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정물이 똥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아갈수록 그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게 됩니다. 귀를 막고 싶어도 들려오는 말과, 눈을 감고 싶어도 읽혀지는 활자가 한숨을 더하게 합니다. 더러움의 색깔이 꼭 어둡거나 탁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역대 어느 정부도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2기라는 혹평을 벗어날 수 없는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대놓고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근절 발표"가 단순 "뻥"이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듯이 기획재정부에서는 공공기관 임원들을 친박(박근혜 측근) 정치권 인사들로 채웠으니 말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먼저, 지난 21일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임명한 검사 출신 이상권 前 18대 의원(인천 계양을)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경선대책위원회 인천총괄본부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지식경제위원회 등 에너지 분야 상임위에서 2년 정도 활동했던 경력은 있었지만 전기안전 분야에선의 경력은 전무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공공기관의 장이라는 것이 임명 발표 이후에 취임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상권 사장의 경우에는 이미 낙점된 상태에서 공식적인 임명과 취임을 같은 날짜에 맞춰 한꺼번에 처리했다는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감사에 임명된 홍표근 역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 공동여성본부장을 지냈으며, 광물자원 개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입니다.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국동서발전 감사에 임명된 강요식 역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중앙선대위 출신으로서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과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낸 인물입니다.

이들 인물들이 그 어떤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방탄 낙하산"을 준비할 시간에 박근혜 정권과 집권여당은 기획재정부로 하여금 "낙하산 방지책"을 준비토록 했습니다. 참으로 구질구질한 권력의 욕구이자 썪은 내 물씬 풍기는 탐욕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좋다고 박수나 치고 있는 새누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기가 차고 코가 막힐 지경입니다.

아무리 인사난맥상에 빠진 상태라 하더라도 불탄은 이러한 박근혜 정권의 행보가 결국 "허접스레기"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끓는 물에 썪은 고기덩어리 몇 개 얹어놓고 젓가락 쑤시는 작태에 다름 아니며, 나아가 익지도 않는 고기를 보며 이나 쑤시고 있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적자로 허덕이는 공공기관의 장을 낙하산 인사로 채워넣고, 그에 대한 손실을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얄팍한 꼼수는 언제든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발등 찍을 도끼를 피하는 방법은 언제나 정도를 걷는 데서 출발하기 마련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