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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관련, 보다 핵심적인 내용을 보도한 매체는 우리나라 언론이 아닌 외신들이었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더욱 착잡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보도일 경우, 정부 발표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속보 경쟁에 따른 온갖 추측성 보도로 신물이 날 지경입니다.

이러한 우리나라 언론 행태에 한국기자협회가 입을 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우리 언론은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고, 이에 따른 실망감과 분노는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에 대한 이유로 "그동안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우리 언론들이 이번에 보여준 보도 수준은 과거의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왜 우리 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요?

이 나라는 대통령은 없고 물병 맞고 쫓겨나는 총리, 부패하고 무능한 해경, 구원파만 있는 건가요? 대통령은 찬사와 박수만 받아야 하고, 아무 책임도 없는건가요?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은 어디로 간 겁니까? 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 건가요?

대통령의 첫 진도 방문 리포트는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모두 없앴습니다. 거친 목소리의 채널투는 사라지고 오로지 대통령의 목소리, 박수 받는 모습들만 나갔습니다. 대통령의 안산분향소 조문은 연출된 드라마였습니다. 조문객을 실종자의 할머니인 것처럼 편집을 해서 시청자들이 객관적 사실을 왜곡되게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타 매체가 그 실종자 할머니처럼 보인 그 분이 유족이 아니라고 보도했지만 우리 뉴스에서 그 소식을 보긴 어려웠습니다.


- KBS 내부 통신망에 올린 막내 기자들의 게시글 中, 2014. 05. 07.


정부의 일방 발표에 따라 생존자, 구조상황 등은 오락가락하고, 여기에 우리의 언론들이 놀아나고 있으니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불만과 불신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와 같이 기자들의 현장 접근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어려움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불러주는대로 속보경쟁이나 하고 있거나,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오보만 생산해내고 있는 것은 스스로 언론임을 부정하는 행위일 뿐이지요.

한국기자협회의 말마따나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로 드러난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은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정부의 발표만 그대로 받아 보도한 것", "사고 초기 정부에 구조를 촉구하는 언론의 목소리가 부족했던 것", "국가적 재난사고 발생 시 언론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보도준칙이 없다는 것", "사고 현장에 투입된 기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찰출입 기자들이 평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 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그러니 기자들은 기존의 취재 관행대로 움직였을 터이고, 기본적 가이드 라인의 부재는 무의미한 속보경쟁과 실시간 오보 양산으로 이어졌을 테지요.

5월 7일, KBS 막내 기자들이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는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한때는 '언론고시'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했던 '기자'라는 직업이 이제는 한낱 '기레기(기자+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으니까요. 앞으로의 방송과 언론에 그나마 실낱같은 기대를 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