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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9일째를 맞은 5월 14일 늦은 시간, 박원순 서울시자이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실종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얼마나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을까. 그렇게 실종자 가족들은 저마다의 가슴 속에 맺혀 있던 한과 울분을 꺼내들었고, 서울시장 원순씨는 붉어진 눈시울을 훔치며 실종자 가족의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원순씨가 진도체육관을 찾은 시간은 밤 8시30분께.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었습니다. 진도체육관에 들어섰을 때의 원순씨는 혼자였습니다. 아마도 입구 바깥 쪽에서 대기하던 수행비서들조차 실내까지 따라 들어올 엄두는 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원순씨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희생자 가족 한 분, 한 분을 찾아 무릎 꿇고 위로했습니다.


출처 - 뉴스1



눈물이 가진 전염성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이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보일 때마다 원순씨 또한 안경을 고쳐쓰며 애써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유일한 동행이었던 자원봉사자 한 명만이 그러한 원순씨를 말 없이 지켜보았을 뿐. 누구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렇게 위로를 하고, 위로를 받는 자리였습니다.

그렇게 가족 한 분, 한 분과의 만남이 이어지던 어느 순간, 원순씨를 알아본 기자의 폭로로 인해 원순씨의 신분은 들통이(?)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진도체육관에 있던 모든 실종자 가족들과의 대화를 마친 원순씨는 곧바로 팽목항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아마 밤 9시 5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을 겝니다.

팽목항에서도 원순씨는 실종자 가족들과의 대화에만 열심이었습니다. 원순씨를 알아본 기자들이 나타날 때마다 그 어떤 질문이나 대답도 나누지 않은 채 그저 바쁘게만 움직였습니다.


출처 - 이상호 기자 트위터 캡쳐



이상호 기자의 트위터를 보면 원순씨의 행보를 쉬이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상호 기자가 원순씨 관련 글을 트위터에 올렸던 밤 9시 12분부터 10시 20분까지는 말입니다.


출처 - 이상호 기자 트위터 캡쳐



진정 박근혜나 정몽준과는 비교되는 원순씨의 이런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모쪼록 여타의 정치인들에게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오늘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