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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세월호 가족대책위에서는 "미행하던 정보과 사복경찰들을 유족들이 적발하였고, 이에 항의 하자 경기경찰청장이 이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전부터 미행을 의심하는 이야기들은 있었지만, 정말로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지속적으로 미행하고 사찰해 온 경찰,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세월호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의 페이스북에 쓰인 "앞에서는 대통령의 눈물을, 뒤에서는 불법미행을!"이란 글을 읽노라면, 정말이지 치미는 분노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랍니다.


5월 21일 한겨레 그림판



"유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정부와 박근혜는 사찰과 미행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는 '원탁회의'의 주장이 너무나다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찰 행위를 발각당한 경찰이 형식적으로나 사과는 하면서도, "유가족을 보호하거나 도움이 되기 위해 한 것일 뿐, 사찰이나 미행이 아니"라고 강변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원탁회의'는 "유족 보호를 몰래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 "미행 경찰관들이 정보보안과 소속 보안계 직원들이라는 점", "유족들의 정보보고 열람을 거부한 점" 등을 지적하며 경찰의 거짓말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왜냐하면, "경찰이 유족들을 미행-사찰했다는 것은 유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뜻"이며, "조속한 구조와 진상 규명, 유족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치유가 아닌, 정권의 안위만을 중시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요.

실제로도 세월호가족대책위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어이없고 무능한 정부의 구조작전으로 충격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마치 범죄자 정보 수집하듯 희생자 가족들의 뒤를 미행하고 동향을 캐온 경찰에게 또 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자식과 가족을 묻은 가슴에 또 다시 불쏘시개로 후벼파는 짓거리를 이렇게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데 경악할 따름입니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찾아간 유족들을 경찰방패로 막아서고, 청와대 대변인이 '순수한 유가족' 운운하기까지 했었다. 유족들이 '미개'하다느니,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느니, '너무 나댄다'느니 하며 매도하는 정권 주변 인사들의 망언들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폭로된 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각종 보도지침들에 이어 이번 경찰 당국의 사찰까지, 군사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정보정치, 여론조작이 횡행한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원탁회의'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오늘 경향신문은 단독 보도한 기사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안산 단원고와 합동분향소에 모두 801명(누적인원)의 정보 경찰이 투입됐다. 사고 초기에는 하루에 20명 수준이었으나 지난 2일쯤부터는 30명 가까이로 늘렸다. 단원서와 경기경찰청에다 경찰청 소속 정보 경찰까지 투입됐다. 진도인원까지 합하면 정보 경찰만 모두 1700여 명으로 추정된다."

라고 밝혔습니다. 사찰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움을 금치 못할 지경에, 규모 면에서도 이렇듯 어머어마하게 투입된 경찰 병력이라니요.


2014/05/21 - 한겨레신문 : [단독]사고 이후 단원고·분향소에 ‘정보 경찰’ 총 801명 투입


사과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하는 마법의 향기입니다. 억지로 흘린 눈물은 일부러 보여주려 합니다만, 진심으로 흘린 눈물은 손이나 수건을 들어 훔치려 하는 법입니다. 노란리본을 가슴에 단 시민들의 통행을 제지하는 서울경찰청이나, 유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찰하다 발각됨으로써 끝내 사과까지 해야 했던 경기경찰청이나, 그들 모두 자발적 과잉충성에서 나온 행위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자신이 없으면 물러나야 합니다. 국가권력을 동원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범법자로 치부하며, 감시와 통제로써 통치하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민초의 저항은 늘 거듭된 압제로부터 시작되어 왔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민초들의 저항불길에 더 이상의 기름을 붓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