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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낮에 보았던 영상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그 영상이란 것이 무엇인고 하니, 아마도 JTBC '9시뉴스'가 보도했던 "팽목항(바다)에서 보내온 마지막 편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이 허락한 마지막 삶의 시간까지 그들은 아빠와 엄마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어떤 연유에선지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모르면 몰라도 그 영상을 보면서 가슴 한켠이 아프지 않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겠지 싶더랍니다. 그렇게 지금까지도 그 목소리는 불탄의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 공무원U신문



그리고 오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민주노총을 방문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천만인 서명 운동'에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을 터였기에, '세월호 가족대책위' 이수하 부대변인은 "많은 아이들이 '기다리라'고 해서 죽었다. 우리 유가족들도 사고 후 42일이 지난 오늘까지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국회에서조차 기다림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울분을 끝내 감추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목소리만으로는 안 돼 국민들의 도움 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이번 참사는 이념이나 성향, 단체를 떠난 문제다.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고귀하게 치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는 요청에 눈시울 뜨거워지지 않을 이,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다수의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는 탓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특위'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는 것과, 80여 명이나 되는 하룻밤을 꼬박 세우면서 항의 농성을 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새누리는 온전히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철통수비를 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입장이라면 "성역 없는 모든 조사대상 및 증인 채택"은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하는 여야 정치인들을 보면, '돈보다 생명'이란 기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겠더랍니다.

만에 하나, 6.4지방선거에서의 성적표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여야 를 막론한 모든 국회의원들은 접시물에 코라도 박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더러워질 불탄이지만, 그나마 접시물 300개 정도 마련하는 것만으로 이 나라와 정치판에 기여를 할 수 있다면야.

가족대책위의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대통령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그 또한 너무나도 당연한 말씀입니다. 민초의 억울한 마음을 보다듬기 위해서라면, 능히 대통령이라도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대통령도 아닌 그까짓 비서실장 하나 증인으로 세우는 것만으로 국회 논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니요. 정말이지 "이게 나라냐?"란 말이 절로 목구멍을 뚫고 나올 지경이더랍니다.

44개월이 채 되지 않은 불탄의 막내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잠자리에서의 '동화 듣기'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불탄이 가장 꺼려하게 된 것 역시 막내딸에게 읽어주는 동화책입니다. 꼭 '잔인한 동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괜히 그 내용에 있어 꺼림칙해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만 놓고 보더라도, 이 나라의 대빵과 그 주변에 기생하는 7인회 인물들이 자연스레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참담하고 또 참담하달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록 아팠던 때가 또 있었나 싶습니다. 국가는 잘못한 게 없지만, 그 누구도 불치의 바이러스를 무작정 뿌려댄 현 정부를 감시하지 못한 죄가 너무도 무겁습니다. 패배주의에 고개 숙일 때가 아닌데, 정말이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 아픈 신음소리가 이 강산을 흔들고 있는데……, 저 하늘과 먼 바다까지 울리고 있는데…….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