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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오전에 있었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의 탄식은 깊고도 깊었습니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로 결국 박근혜는 정홍원 현 총리에 대한 '유임'이라는 카드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자초한 국정 및 인사난맥상을 인사청문이라는 제도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영 불편하기만 합니다. 정치가 아닌 군림을 목적으로 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여야를 향해서는 "머리를 맞대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4년 6월 25일



대선후보로서의 박근혜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한 번만 도와줍쇼"라며 표 구걸에 나섰던 지난 6.4지방선거에서의 절박했던 마음에 조금이나마 진정성이 있었다면 결코 이런 식의 인사단행 있을 수 노릇입니다. 아버지 박정희의 행적을 찬양하고, 종북 빨갱이를 입에 담고 있으며, 적당히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 있는 능력과 언론장악까지 가능한 인사. 그러면서도 위기상황일 때에는 언제든지 자신의 편으로 고삐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결정적 약점 한 둘을 갖고 있는 인사. 그런 인사 중 하나를 총리에 앉히고 싶은 모양인데, 그게 여의치 않은 박근혜로서는 애써 "능력과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난이 반복되어 고사하거나 가족 반대로 무산되었다"라는 희극적인 말로 물타기에 나설 수밖에요. 적어도 불탄의 눈에는 그리 비치더라는 것입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박근혜는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개인적 비판과 가족문제가 거론되는 데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고, 높아진 검증 기준에 맞는 인물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던 박근혜 정부의 결기와 잣대와 연결짓는다면 이 같은 말이 얼마나 낯 뜨거운지 차마 얼굴조차 들 수 없을 지경이더랍니다.





인사수석실을 신설, 인사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말은 좋습니다. 유능한 공직후보자의 상시 발굴을 통한 인재풀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훌륭합니다. 그리하여 미리부터 평가·검증자료를 관리, 적재적소에 인재를 쓰겠다는 계획도 멋드러집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 유능한 공직후보자의 대상이 앞서 언급된 그러한 인사 중의 하나라면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뻘짓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개가 짖으면 어둠이 찾습니다. 하지만 동트기 전의 어둠이 가장 깊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권력을 위한 수첩인사의 전횡이 깊어질수록 민초들의 내일에 거는 기대도 커져갈 것입니다.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