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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는 제 머릿속에 정치 관여, 정치 개입을 잊어버리고 살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 국정원장 후보자 이병기가 인사청문회에 나서며 모두발언 중에 한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정원 직원 한 명이 야당 의원의 질문 자료를 카메라로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것이 자신들의 '대빵'이 될지 모를 인물에 대한 기념촬영이든, 아니면 불법적인 사찰이든 간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인 것 만큼은 사실입니다. 결국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오전 인사청문회는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촬영을 하다 적발된 국정원 직원은 '일시 취재, 정보위원회' 명찰을 달고 있었습니다. 박영선 의원의 문제제기에 박지원·신경민 의원 등이 가세해 신분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밖에 나가서 확인해주겠다"는 말을 하며 회피했고, 문제의 명찰에 대해서는 "국회 사무처에서 발급해줬다"며 실랑이까지 벌였습니다.

희한한 것은 국정원 직원이라고 해 봐야 기껏 '방청권' 정도를 발급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터인데, 어찌하여 이 국정원 직원은 국회사무처에서 발급한 정보위원회 출입증을 패용할 수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 가까이에서 질문 자료까지 촬영한 그 대범함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당췌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이와 관련, 국정원 대변인은 "야당 의원들의 자료를 찍은 바가 없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습니다. 국정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이기 때문에 국정원 차원에서 기록을 남기려 했던 것일 뿐이었다고.그리고 과거 인사청문회때에도 국정원 차원의 자료를 남겨왔다고.

대쪽같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가마니 쓰고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18대 때부터 정보위원을 하는 등 많은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국정원이 따로 자료를 남긴 적은 없었다"며, "국정원 대변인이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일갈했으니 말입니다. 또한, "국정원이 따로 관행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일은 없었다"며, "공식 자료는 국회 속기록과 국회 TV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불탄은 국정원 직원의 야당 의원 질문 자료 촬영 사태가 "들켜야 산다"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싶더랍니다. 어쨌든 여당으로서는 오전 인사청문회를 파행으로 흘려보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여타의 공직후보자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정도는 버리는 패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요. 물론, 그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의 것으로 맞닥뜨려야 할 터이지만.

아무튼 여야 의원들과 청와대는 오늘의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는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에서 일의 선후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덧붙여 민초들도 한 발 앞으로 나아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고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