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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너무나도 이상야릇한 판정을 내렸습니다.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선고에 이어 원세훈 전 원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에게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최민의 시사만평



'경실련'은 또, "국정원 직원들이 피고인들의 지시로 매일 시달받은 이슈 및 논지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 또는 비방하는 정치 관여 행위를 한 점은 인정되지만, 선거법상 선거 개입 혐의로까지 볼 수는 없다",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려면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행위라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런 지시는 없었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정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전략적으로 퍼뜨렸다"는 '경실련'의 주장이 너무나토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지지 표명은 물론, 박근혜 당시 후보의 후원 계좌를 안내하는 트윗을 작성하고, '박근혜는 마음도 넓다. 빨갱이 개새끼들하고 다퉈야 하니', '문재인이 왕수석 시절에 청와대 80%가 주사파였죠' 등과 같은 트윗글을 리트윗하며 박근혜 후보 지지와 야당 후보들에 대한 종북몰이도 서슴지 않았다"는 '경실련'의 지적은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었고요.

출처 - 경실련

'경실련'의 말마따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야당에 불리한 정치 관련 글을 인터넷을 통해 게시하고 퍼뜨리도록 지시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명백히 위반했습니다. 아울러, 검찰 역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적극적인 선거개입을 지시한 증거로 매달 부서장 회의 등에서 전달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녹취록과 국정원 명의의 트윗글 78만여 건을 법정에 제출하는 등 사건의 엄중함과 여러 증거들만으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는 것은 재판부가 김용판 전 청장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놓은 것일 뿐입니다. 더욱이 "특정 정당 지지, 반대는 했지만 특정 후보자를 위한 것은 아니"라며, "선거운동을 했다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은 말은 개구리가 하품하다 입 뒤집어지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박근혜 정부의 검찰과 법원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수사가 시작된 후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보직 해임되는 등 검찰 특별수사팀에 대한 외압,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 등 숱한 외압 논란이 있어 왔다"는 '경실련'의 지적과, 이번 무죄 판결이 "검찰과 법원 모두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경실련'의 비난에서 비껴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몇 번을 양보하더라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국정원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을 기만한 초유의 사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은 즉각 항소를 통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에 다시 나서야만 할 것입니다. 나아가 2심 재판부를 포함한 사법부 역시 '정권 눈치보기'가 아닌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의 결기를 보일 때입니다. 불의에 대한 침묵과 동조는 결국 범법자나 공범자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