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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은 청년·대학생·시민들이 밝힌 촛불로 환하기만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획책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자리였습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기득권의 입맛대로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저마다의 사연은 달랐지만 확실히 그들의 목소리는 모두가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한겨레가 보도한 아래의 기사가 이에 대한 답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 참고 : 한겨레 “나는 000때문에 국정화에 반대한다”




- ‘아버지’ 때문에


이날 촛불집회에 나온 소한비(19·서울여대 사학과)씨는 역사 과목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학과에 진학했다. 자연스레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소 씨는 지난 5월 18일 광주에 답사를 나서며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했다.

이날 처음 아버지는 딸에게 “나도 그날 광주에 있었다. 이런 일은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한다”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광주에서 고교 생활을 한 아버지는 살아오면서 한번도 자식들에게 그날의 기억을 털어놓지 않았다.

“아직도 그날 아버지가 무슨 일을 겪고, 무엇을 보았는지 우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아요.” 소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는 물론이고 사회 고위층이 공공연히 5·18을 폭동으로 매도하고 독재를 찬양하는 말을 할 때마다 화가 나고 분노를 느낀다”고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을 폭도로 매도하고, 그들을 탄압한 독재 정부를 미화하는 일이 이미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교과서마저 국정화가 돼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 운동을 왜곡시키는 일은 딸로서도, 예비 역사교사로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 ‘금수저’ 때문에


경기 구리에 사는 김진서(15) 양은 가족들과 함께 북촌 한옥마을 구경을 왔다가 우연히 촛불집회를 함께 하게 됐다. 김양은 “학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배웠는데, 그때 친일파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기득권 세력으로 남아 있다고 들었다. 인터넷에서 금수저네 흙수저네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커서 훌륭하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는 김양은 “그런데 미국에는 스티브 잡스도 있고, 중국에는 샤오미를 설립한 레이쥔이나 알리바바를 만든 마윈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성공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회장 아들이 회장이 되고 사장 아들이 사장이 된다. 중학생이지만 우리들도 우리 사회는 신분이 정해져 있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했다.

김양의 어머니 홍선아(46) 씨는 “우리나라에는 아이에게 본보기로 보여줄 롤모델이 없다. 친일을 한 사람이 독재를 하고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국정 교과서로 아이들에게 역사 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다”며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 ‘세월호’ 때문에


서울 성북구 돈암동 행복한교회의 김형진(47) 목사는 “지금으로 치면 일베였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김 목사는 “부모님이 실향민이어서 집안 분위기가 보수적이었다. 안보 관련한 사안에는 특히 예민했다. 신문도 보수신문만 읽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를 바꾼 건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정말 이 정부가 정권의 안위보다 국민의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이것저것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김 목사는 “정부가 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지기보다는 감추고 덮으려 하고, 참사로 귀한 자식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을 반정부세력으로 매도하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불리한 진실은 감추고 왜곡하려는 건 세월호 참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독재 행위와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해 책임지기보다는 진실을 가리고 독재를 미화하고 있다. 7살과 2살인 내 두 딸이 친일행적을 은폐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로 공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친구’ 때문에


“고등학교 때는 입시에 치이고, 나이가 더 들면 취업과 먹고사는 걱정에 치이잖아요. 지금 나이가 사회적인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중앙대 심리학과에 다니는 최승민(19) 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최 씨는 대학에 들어온 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단체인 ‘평화나비 네트워크’에서 활동을 했다. 최 씨는 국정 교과서를 왜 반대하냐고 묻는 질문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 국정화가 부와 권력이 대물림되는 사회를 더 공고하게 만들 것이고, 나와 내 친구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취업난과 저임금에서 허덕일 것이기 때문에 국정화 반대에 나서게 됐다”고 답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