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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교과서 국정화하면?

- 일제강점·군사독재 미화 교학사 교과서 판박이 우려



- 전교조·역사문제연구소 "노동자 희생 배제될 것" … 교학사 교과서, 양극화·희생 자본에 유리하게 서술

글 : 매일노동뉴스 제정남 [ ▶ 바로가기 ]


정부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과거 보수 성향 뉴라이트 단체가 집필한 역사교과서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한국사교과서가 주목받고 있다. 역사학계 다수가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하면서 친정부 성향 소수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를 집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가 도입되면 보수학자들이 쓴 뉴라이트 교과서·교학사 교과서와 판박이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다시 주목받는 뉴라이트·교학사 교과서



27일 전국교직원노조와 역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교과서포럼은 2008년 '한국 근·현대사-대안교과서'라는 제목의 총서를 발간했다. 같은해 5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며,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선진한국을 만드는 데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교과서포럼 토론회 발제문을 엮어 만든 저작물인데, 실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역사학계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2008년 6월 민족문제연구소·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콘테츠학과)는 "앞으로 이들(대안교과서 집필세력)은 역사학계의 교과서 검정본을 통제하려 들 것"이라며, "기어코 자신들의 책을 검인정에 통과시켜 보수세력과 언론을 총동원해 채택률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권희영 한국중앙연구원 교수가 대표집필자로 참여해 만든 교학사 한국사교과서가 2013년 교육부 검정을 통과해 정식 교과서가 된 것이다. 올해 교학사 교과서는 부산 부성고 단 한 곳만 교과서로 채택했다. 박근혜 동생인 박근령이 이 학교 이사라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근대화론 인정·군사독재 미화


역사학계는 교학사 교과서가 일제강점기를 통한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을 미화했다고 비판한다. 역사문제연구소는 2013년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와 사실왜곡 사례 298건을 발표했는데, 그중 일제강점기 부분이 125건이나 된다. 1920년 만들어진 조선교육회가 교육 차별 폐지·한국어교육 용어 사용 등을 주장하자 일제도 이를 수용해 조선교육령을 개정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근대적 시간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되어 갔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교학사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은 경제발전사로 점철돼 있다. 이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의 탄생과 통치행위를 미화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5·16 군사쿠데타를 장면 정부의 무능 때문에 촉발된 것으로 서술하고, 쿠데타 세력이 반공과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박정희 정부는 빈곤과 정체에서 잠자고 있는 농촌을 깨워 일으키지 않으면 한국의 근대화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확신하였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노동자 희생 배제 … "저임금 정책 필요"


반면 양극화 문제와 노동자 희생은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 정부는 자원·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저임금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고, 저임금 정책이 성공해 경제 부흥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역할과 희생을 배제한 서술이다. 고경현 전교조 정책교섭국장은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했던 인물과 정치인들이 국정화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며, "이들이 주도하는 국정교과서는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은 정권의 다음 목표가 경제교과서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과서포럼은 2006년 발간한 '경제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1960년대 이후 저임금 정책에 기인한 경제발전론조차 완전히 부인했다. 이 시기 생산성증가율과 임금증가율이 동일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행 경제교과서를 고쳐 시장경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참고 : 새누리당 포럼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작일 뿐···다른 과목도 왜곡·좌편향”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