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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오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퇴직교원 654명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돈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회가 사랑하는 미래 세대에게 안겨줄 고통과 좌절을 생각하면, 우리가 교단에서 다 이루지 못한 과제에 대한 미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개탄한 뒤, "특히 최근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함으로써 우리 아이들과 국민들에게서 친일과 독재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제거해버리려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따끔한 회초리를 들고 싶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들 시국선언 참가 퇴직교원들은 "오늘의 혼란한 시국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퇴임한 교육자로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책무감을 느꼈다"면서, "비록 은퇴했지만 다시 한 번 교육자로서 사회적 발언과 실천을 해야 한다는 퇴임교원 동료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 오늘 시국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며 그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함께 밝혔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퇴직교원 시국선언문'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 출처 - 전교조



국정교과서 부활은 시대착오적 망상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하라!


역사는 수천 년 삶의 발자취가 담긴 겨레의 유산이자 발전된 미래를 위한 문화적 자산이다. 과거의 잘잘못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자랑스럽든 부끄럽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따라서 역사에 대한 해석과 교육은 국민 누구나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시하고 정부가 기어코 초·중·고 국사교과서를 국정제로 바꾼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이는 사실상 정치권력이 역사해석을 독점하고 자신의 견해를 국민들에게 강요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역사를 평가할 자격이 없으며, 단지 역사의 평가를 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신만이 올바른 역사를 평가하고 기술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나라 전체를 극단적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2세 교육에 평생을 바치며 교육을 통한 사회의 발전을 염원해온 우리 퇴직교원들은 한국사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사진 출처 - 전교조



1. 국정교과서는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한다

역사는 다양한 철학과 신념을 신봉하는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온 공동의 산물이다. 따라서 역사연구는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국사교과서 또한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교과서는 정부가 정한 획일적 기준에 의해 역사연구와 역사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부정함으로써,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을 뿌리째 흔들게 될 것이다.


2. 국정교과서는 파시즘적 망상이다

정부가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부정하고 기본권을 유린하던 군사정권 시절, 국정교과서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을 사실인 양 호도하였다. 그 결과 국민들의 역사관과 도덕관념에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고, 교육은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나팔수로 전락했다. 이제 정부가 또 다시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의 머리를 세뇌하겠다는 파시즘적 망상의 부활일 뿐이다.


3. 국정교과서는 세계의 보편적 기준에 어긋난다

세계적으로 국정교과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극소수 나라들뿐이다. 많은 나라들은 검·인정제를 넘어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국정교과서’라는 개념 자체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더욱이 민주세력을 탄압할 때 ‘종북’이란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대던 정부가 정작 북한과 같이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려 하는 것에 대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정교과서 강행 움직임은 세계의 보편적 기준에 어긋날 뿐더러,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들어 국격을 떨어뜨리는 매국적 행위이다.


4. 국정교과서는 필연적으로 역사왜곡으로 나아갈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배경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정부와 수구세력은 과거 금성출판사가 발행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향해 좌편향 시비를 걸었다가 여의치 않자 직접 교과서 편찬에 나서 문제의 교학사 교과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교과서는 많은 오류와 ‘친일미화 독재찬양’ 등 역사왜곡으로 점철돼 ‘채택률 0%’의 수모를 겪었다. 정부 내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이 나온 시점이 바로 이 때다. 정부가 만드는 국정교과서가 ‘친일미화 독재찬양’의 역사왜곡으로 나아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의식’ 발언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전교조



이처럼 국정교과서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망국적 행위이다. 더구나 정부는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상식에 어긋난 거짓말까지 동원하여 국민을 기만하고 좌우 이념갈등을 부추기며 나라를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는 회칠로 덮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진심어린 반성과 참회를 통해 극복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0여년 전 군사독재 시절을 향해 전속력으로 후진하는 ‘타임머신’ 열차놀이를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의 딸’로서, 이미 유신독재에 내려진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다시 한 번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요구

하나. 국론분열 조장하는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 없다. 즉각 퇴진하라!
하나. 황우여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을 당장 중지하고 즉각 퇴진하라!
하나. 정부는 국민들에게 국정혼란과 이념갈등을 야기한 것을 사죄하라!


2015년 11월 3일

대한민국 초중고 퇴직교원 654명 일동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