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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장수의 법칙

출처 - PD저널, 김교석의 티적티적 [ ▶ 원문 보기 ]


SBS <정글의 법칙>은 얼마 전 4주년을 맞아 특별한 자축 여행을 떠났다. 이른바 자원멤버 특집. 그간 정글 여행의 요약본 같은 2박3일간의 짧은 여행을 통해 예능 무인도였던 4년 전 금요일부터 예능 전쟁터가 된 지금의 금요일까지 <정글의 법칙>이 생존할 수 있었던 법칙을 보여주었다.

4년 전, 정글에서 생존한다는 콘셉트의 예능은 매우 신선했다. 예능에서 재미는 곧 웃음이라는 등호를 과감하게 버렸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좀비 등 재난물이 붐을 이루고 있는 흐름에도 맞닿았다. <정글의 법칙>은 그간 소외되었던 남성 시청자들에게 현대의 문명을 벗어난 원시적인 생존 코드가 담긴 예능 보물섬이었다. 그러나 리키 김이 함께하던 시절과 류담이 함께하는 오늘날 <정글의 법칙>은 많이 다르다. 카메라를 감추고 생존의 스릴을 전하는 것에서 이제는 간접 체험의 재미를 전하는 데 주력한다. 베어그릴스를 언급하며 도전하던 생존, 서바이벌 코드는 이제 청소년물이나 게임에서 말하는 ‘퀘스트’로 바뀌었다. 생존이란 진지함을 내려놓으면서 보다 오락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한 리얼버라이어티의 성격이 더 짙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 SBS '정글의 법칙' ⓒSBS



지난 여행에서 보여준 커플 미션이나 이번 ‘보물섬’ 콘셉트가 바로 퀘스트에 주안점을 둔 변화를 보여주는 예이고, 그 어떤 게스트가 오든 코믹 캐릭터, 에이스 캐릭터, 탄탄한 몸매를 보여줄 여성 출연자의 조합은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한 리얼버라이어티의 뼈대다. 이는 게스트쇼이지만 늘 한결같은 패턴으로 흘러가는 <런닝맨>의 사정과 비슷하다. 여기에 <정글의 법칙>만의 특별함을 더했다. 공항패션의 법칙을 예능에 접목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정글의 법칙>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하는 이유는 늘 한결 같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한다.

이유로 트렌드와 이슈를 이끄는 20~30대 시청자들과 생존코드에 열광한 남성 시청자들은 떠났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인도, 탐험, 미지의 퀘스트 등에 푹 빠져 있는 모험심과 호기심이 가득한 청소년들이 대신했고, 그들과 함께 시청하는 부모들이 새로이 유입됐다. 쉽게 체험할 수 없는 광활한 자연 환경과 희귀한 생명체, 왠지 신날 것 같은 모험과 사냥은 정글이 생존이 아닌 모험의 공간으로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로 다가갔다. 반복된 구성이지만 매회 특정한 미션이 있고 그에 따른 스토리가 있다 보니 나름의 긴장감이 조성되었다. 여기에 캐릭터쇼가 확실히 자리잡으면서 친밀함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런 변화 덕분에 <정글의 법칙>은 ‘뻔한’ 예능이 되었지만 생존물의 유행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10%가 넘는 훌륭한 시청률을 유지하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 예능은 급진해야 한다고 믿었다.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한 달이 멀다하고 2년 전 ‘JTBC 인베이젼’처럼 새로운 예능과 새로운 조류가 계속해서 이어지며 성공의 길은 오직 거기에만 있을 거라 보았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은 반은 그럴 수도 있지만 반은 확실히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글의 법칙>에서 동시간대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처럼 ‘의미’를 평하거나 예능의 ‘미래’를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생존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는 <1박 2일><런닝맨><진짜사나이>를 비롯한 주말 간판 예능들도 마찬가지다. 예능 신의 큰 흐름과 대세를 놓고 치열한 변신과 도전하는 노력만큼 주어진 여건 내에서 지속가능한 변신을 위한 노력도 한번쯤은 짚어봐야 한다. 보수적인 시청자들, 익숙한 것에 친숙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능력에 대해서 말이다. 요즘 쏟아지는 신규 프로그램들처럼 ‘신개념’만 내세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익숙하고 제한된 상황 내에서 계속해서 시청자를 붙잡은 것 또한 대단한 성과다. 래쉬가드 훑는 시선이 간혹 곤혹스럽긴 하나 지난 4년간 ‘어쨌든’ 생존해낸 <정글의 법칙>에 박수를 보낸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