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야당 결단’ 외치는 일부 언론, 시민과 맞서자는 것인가


어제(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났다. “(국회가)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야당은 정작 듣고 싶은 대답을 듣지 못했고, 대신 ‘통할’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언론도 혼란스러웠다. 결국 대통령이 움직여서 얻은 것이 있다면 야당과 언론의 혼란이었다.


의도는 고스란히 언론보도에 반영됐다. 당일 KBS, MBC, SBS 등 주요 지상파방송 메인뉴스는 시각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여야의 입에 고정됐다. 그리고 앞으로 지금의 혼란한 정국이 더 길어질 수 있는데 그 열쇠는 야당이 쥐고 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 조선일보 9일자 1면 사진


오늘치 일부 조간신문들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대통령과 여권이 원하는 ‘야당 압박을 통한 정국 수습’ 쪽으로 방향을 몰아갔다.


동아일보는 머리기사 제목을 <野 “권한 모호…2선후퇴 먼저” 또 거부>라고 뽑았다. 조선일보는 도대체 누구의 요구인지도 모를 주장을 빌어 <“총리권한 분명히 매듭짓고, 빨리 뽑아라”>라는 제목을 선보였다. 매일경제의 압박은 적나라했다. 이 신문은 5면 해설기사 제목을 <헌정초유 ‘국회추천 총리’ 숙제 받아든 야권, “정국 수습 이젠 野가 응답할 때”>라고 달았다.


시민이 대통령에게 분노한 이유는 명확하다. 투표를 통해 어찌됐든 박근혜라는 정치인을 지도자로 뽑았는데 정작 그 뒤에 시민이 모르는 실세가 차고 앉아 국정을 농단해 왔고, 대통령은 이를 묵인해 왔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당사자들에게 마땅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의장이나 야당에게 제안하지 말고 시민 앞에 서서 직접 대답하기를 원한다.


언론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야당의 결단’만을 압박하는 언론은 결국 시민과 맞서자는 것이다. 승패는 분명하다. 시민, 시청자, 독자를 이길 언론은 없다. [ 2016년 11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