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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과 25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여전히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를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 기사를 내놨습니다. 먼저 23일에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이 분투하는 사이 정치권은 “‘갑질’은 했지만 본업인 권력 감시에는 실패했다”며 정치혐오를 부추겼습니다. 한겨레의 단독 이후 거의 한달 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어서야 지면에 관련 보도를 내놓기 시작한 조선일보가 언론이 분투했다며 자평하는 건 정말 뻔뻔한 일입니다.


게다가 최순실 사태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은 야당 의원들입니다. 야당이 뭘 했냐고 묻기 전에 ‘언론이 뭘 했나’는 질문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은 열심히 했는데 정치, 특히 야당이 나빴다? 뻔뻔한 조선


현 시점에서 야당 비판에 가장 앞장서는 건 조선일보입니다. 거의 매일 야당을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 기사를 내놓고 있죠. 그러나 그 비난의 이유는 언제나 옹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비난을 위한 비난은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을 희석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것입니다.


조선일보 데스크칼럼 '야당은 뭘 했나' 2016. 11. 24


특히 조선일보 정우상 정치부 차장의 '데스크칼럼 - 야당은 뭘 했나(2016. 11. 24)'는 전형적인 정치혐오 조장 기사입니다.


해당 칼럼에서 정 차장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이 분투해 뒤늦게나마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자평한 뒤 “권력을 견제해야 할 정치권과 국회는 무엇 하고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직무 유기다”라 지적했습니다. “언론의 정보 접근권이 1이면 국회는 100 정도 권한을 누”리는데 정치권은 “‘갑질’은 했지만 본업인 권력 감시에는 실패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지적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촛불 옆에서 정의의 몸통 행세하는 야당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야당의 유력 정치인은 ‘극우 정치권력과 검찰, 언론, 재벌의 카르텔 중심에 대통령이 있었다’고 말했다”며 곧바로 야당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우선 사실관계를 따져봅시다.


하나. 언론은 정말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분투했을까요?


9월 20일 한겨레가 최순실 씨와 청와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간의 연결고리를 지적한 단독보도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한겨레가 관련 의혹을 한 달 가까이 홀로 보도하는 사이 조선일보는 내내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경향신문이 9월 21일부터 한겨레의 주요 보도를 ‘받고’ 자체 단독 보도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조선일보가 해당 이슈에 입을 열기 시작한 시점은 사실상 정유라 씨의 이대 입학 비리가 불거지면서 도저히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던 10월 중순 이후였습니다. 7월 TV조선이 미르재단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첫 단독보도를 내놓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조선일보가 이제와 ‘보수와 진보 언론이 분투했다’며 슬쩍 끼어드는 것은 뻔뻔한 무임승차 아닐까요?


둘. 야당 의원들은 언론이 분투하는 사이 그냥 ‘갑질’만 했을 뿐, 이번 사태를 공론화시키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을까요?


최순실 씨와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한 것도, 최 씨가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했다는 제보를 전달한 것도, 청와대에 ‘이해하기 어려운 용도의 약물’들이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밝힌 것도 모두 야당 의원. 특히 조선일보가 ‘역할을 못 한다’고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무엇을 새롭게 밝혀냈나요? 청와대 감싸기를 하다가 조선일보가 그토록 싫어하는 ‘정치적 셈법’에 따라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전반을 싸잡아 ‘실패했다’ ‘무임승차다’라고 지적하고, 그중에서도 야당을 특정해 비판의 강도를 높인 의도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조선일보는 국정농단 사태의 ‘올바른 해결’보다는 새누리당, 혹은 새누리당을 이어받은 보수정권의 재창출에 더 집중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언론이 이렇게 늘 잿밥에만 관심이 많으니, 나라꼴이 이런 것이겠죠. 야당이 뭘 했냐고 묻기 전에 ‘언론이 뭘 했나’는 질문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