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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12년을 남편으로만 살아온 저로서는 이해하기도 싫고, 못내 서운하기만 한 내용의 글을 오늘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연애기간까지 포함시킨다면 벌써 아내와 함께 한 시간이 15년이 넘어가고 있군요. 그렇다면 더욱 위험한 상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아내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 날짜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억이 없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녔던 소위 숨어서 사귀는 '사내커플'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지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컴퓨터교재(S/W) 개발기업에서 3년을 근무하던 불탄은 문득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죠. 나이제한 때문에 고심을 하다가 겨우 턱걸이 응시를 할 수 있었던 한 보험사에 지옥같은 필기시험을 치러가면서 겨우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그 때가 바로 1995년 1월이었습니다.

입사와 함께 광주 소재의 본사 전산실 근무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연고가 없는 불탄의 사정을 헤아린 회사는 결국 서울에서의 근무를 허락해주었고, 신촌에 있는 영업지점으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같은 영업지점에서 아내도 근무했던 모양입니다. 정말 처음에는 몰랐었습니다. 그러다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어느날 아침, 내근사원 미팅시간에 교복을 입고 취업을 나온 한 여학생을 보게 되었고, 언젠가부터 그 여학생은 지금의 아내로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아내와 함께 생활을 한 것이 벌써 15년이 지났군요. 아내를 처음 보게 된 그해 4월, 유성에서 영업증진대회 비슷한 전국 지점의 통합 행사가 있었는데 함께 벚꽃을 본 이후부터는 거의 매일 맥주를 마셨으니 말입니다.

처음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불탄은 오늘 체감온도 계산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계산방법에 있어서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고는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상청이 공식발표하는 체감온도(℃)는 13.12+0.6215×T-11.37×v2(0.16)+0.3965×v2(0.16)×T로 계산해 낸다고 합니다. 뭔가 복잡해 보입니다. 오늘 접하게 된 글을 통해 상세히 알아봤습니다. T는 기온, V는 지상 10m 지점에서의 풍속(시간 당 바람의 속도)이라고 합니다. 즉, -10℃에서 풍속이 5㎞/h일 때의 체감온도는 -13℃이지만, 풍속이 30㎞/h가 되면 체감온도는 -20℃까지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공식에 의하면 바람의 양과 속도에 따라 인체가 느끼는 추위의 강도가 변하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도출해 낸 체감온도가 결코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많이 두들겨 맞고 있나 봅니다. 단순히 풍속뿐만 아니라 습도와 일사(日射)의 량과 같은 기상 요인도 중요하지만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거주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 개인적인 체감온도는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맞는 말입니다. 참고로 기상학자 링케가 주장하는 체감온도 계산 공식은 이것과는 또 다르네요.

여기에서 '심리'라는 변수는 참 묘한 것 같습니다. 뭐, 얼른 생각해봐도 배가 고픈 사람이 더 추위를 느끼게 될 것이고, 아직 연인을 만들지 못한 솔로들의 허전함이 더욱 옆구리를 시리게 만들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 실연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이 겨울이 못견디게 춥게 느껴지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체감온도를 느끼는 심리적인 요인 중에 부부가 갖고 있는 심리상태가 한몫 하고 있다는 일본의 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기만 합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 결혼 20년 이상 된 중년부부가 조사대상이었습니다.
- 40% 정도의 아내가 “남편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저하되면서 심리적 체감온도가 떨어진다.”는 응답을 냈습니다.
- 개인의 자유 시간이 줄어들고, 남편의 못마땅한 부분이 눈에 띄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앞으로 5년 정도를 아내와 함께 더 살게 살면 추운 겨울 날씨에 아내의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전락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서글프게 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보일러를 아무리 빵빵하게 돌리고, 히터를 아무리 밤낮으로 틀어대더라도 아내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권의 수은주를 머리속에 재어놓는다는 결론이 되겠지요.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제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일 뿐 이미 아내는 추운 빙하의 세상에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긴장해야겠습니다. 너무 자신감 없어 하는 제 모습에 썩소를 날리며 어깨를 으쓱하실 분도 계시겠지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대부분의 가장들께서는 '에이~ 설마 내가?'라고 자신있어 하시겠지요? 또 어떤 분들께서는 '아내 때문에 내가 더 춥다. 내 체감온도가 한없이 떨어지고 있어' 라고 하시면서 반박 하시겠지요? 그래도 이왕에 이 포스트를 읽어 보셨으니 각자 가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본인 스스로에 대한 존재감이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 한번 쯤 곰곰히 체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