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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것도 중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와인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인이라는 것이 원체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그것에 대한 궁금증에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여자라는 존재를 한마디의 말로써 정의하거나 명쾌하게 명제할 수 없다는 것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각자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여자라는 존재를 왜곡시키거나 잘못 전달된 상식으로 이해하려고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루트를 통해 퍼져나간 내용 중에 사실로 받아들일 만한 것들도 분명히 있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일종의 설(說)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와인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인에 대한 여러 가지 상식과 관련 지식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과 체널을 통해 생산과 파급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와인은 익숙한 것을 항상 곁에 두려고 하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게끔 유도하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그것 또한 여자와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 여자가 세상에는 두 가지의 부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바로 아내와 아내가 아닌 사람입니다. 아내도 여자인 것만큼은 확실하지만 일반적인 여자가 아니라 바로 아내라는 여자이기에 특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바로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수많은 여자 중에서 아내라는 존재와 수많은 술의 종류 중에서 와인이라는 존재는 얼마만큼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하나씩 대입시키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에 포스팅하게 될 아내와 와인의 공통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와인이라고 쓰고 아내라고 읽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래된 것일수록 좋을까?


“열 효자보다 악처 하나가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나를 이해하고 챙겨준다는 면에서는 지극히 효성스러운 아들이나 딸보다도 매일 구박을 하고 다투기를 멈추려 하지 않는 아내가 더 낫다는 말입니다.





와인에 있어서 오래된 것이 좋다는 믿음은 특히 유럽의 남부와 동부, 그리고 남미에서는 아직까지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의 쉐리(Sherry)에서나 느낄 수 있는 시큼한 맛을 최고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세대가 변함에 따라 세계적인 추세도 보다 신선하면서 과일의 풍미가 짙은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기는 합니다. 게다가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은 수확한 뒤 2∼3년 안에 마셔야 하며, 보르도의 레드 중에서도 빈티지에 따라 어떤 것은 일찍 마셔야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향은 불탄과 같이 마흔을 넘긴 중년의 가슴에도 오래된 아내를 뒷전으로 물리고 새롭게, 그리고 향기롭게 다가오는 아내가 아닌 여자를 향해 총알을 쏘고 싶은 유혹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좋은 와인이 최고의 맛과 향을 유지하는 정점기간을 오래도록 유지함으로써 다른 와인보다 사랑을 받는 것처럼 아내도 역시 다른 여자가 갖고 있지 못하는 이해와 배려라는 최고의 무기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맛과 향이 최고 수준인 새로운 와인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화되고, 힘과 맛을 잃게 되며, 결국에는 시금털털한 액체로 남게 되는 것처럼 아내가 아닌 여자 역시 불타오르는 그 정점의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레이블의 'Chateau'는 좋다는 뜻일까?


와인에 '샤토'가 붙어있으면 괜히 “와우~”라는 감탄사를 쓰게 됩니다. 뭔가 있어 보이고, 품격을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익숙함 때문입니다. 이런 ‘샤토’는 특히 보르도 지역에서 매우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샤토'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일 와이너리가 생산한 와인이 아닌 생산자조합(co-operatives)에서 만든 와인에도 '샤토'를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샤토'라는 표기는 어떤 특별한 조건에 의해 붙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벌 집에서 데리고 온 아내이건, OO여대 출신의 아내이건, 현직 교육공무원에 있는 아내이건, 잘나가는 벤처기업의 CEO 아내이건 간에 간판과 출신성분이 아내의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내 입에 맛는 와인이 제일 좋은 와인이듯이 궁합과 코드와 조화가 잘 맞아야 최고의 아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와인의 '다리', '눈물'은 굵어야 좋을까?


와인을 흔들었다가 내려놓으면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양이 있습니다. 이 모양은 와인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이것을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다리'(Legs) 혹은 '눈물'(Tears), 독일에서는 교회의 창(Cathedral windows)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 이 모양이 굵을수록 좋다고 여기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와인이 생성하는 글리세린 때문입니다. 와인을 충분히 익은 포도로 만들게 되면 와인에 생성되는 다량의 글리세린에 의한 점성 때문에 흔들린 잔을 타고 내려오는 모양이 굵게 흐를 수도 있고, 가늘게 흐를 수도 있습니다. 다리가 굵을수록 묵직한 맛을 나타내는 경향을 갖기 때문에 좋은 와인의 요소로 꼽기는 하지만 와인의 품질을 구성하는 요소가 보디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리가 굵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와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에게도 눈물이 있습니다. 그것도 네덜란드에서는 세 개나 있다고 합니다. 괴로움의 눈물, 초조의 눈물, 거짓의 눈물...... 아내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가 흘리는 눈물이라는 것이 남자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남자는 알고 있습니다. 그 눈물은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끔 사용되어야 합니다. 굵게 흘려야 할 때가 있고, 가늘게 맛만 보여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좋은 아내는 눈물을 남발하지 않으며 꼭 필요할 때에 한번 보여줌으로써 대박을 올립니다. 눈물이 굵다고 반드시 좋은 와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흘리는 눈물이 항상 좋은 아내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스크루캡의 와인은 품질이 나쁠까?


스크루캡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개발된 와인 마개입니다. 코르크마개의 공급부족이 원인이었지요. 가장 좋은 코르크는 밀도가 높아 공기가 통하지 않는 코르크인데 스크루캡은 완벽하게 공기를 차단시킬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크루캡 와인의 가격은 고급 코르크 마개 와인보다 낮습니다만 저급 품질의 코르크 와인보다는 비쌉니다. 그러나 앞으로 최고급 와인에도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라고 하니 언젠가는 스크루캡으로 처리된 최고급와인을 접하게 될 때가 오겠지요.





부부간의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을 때 일순간 “픽”하고 진공상태를 해제하는 코르크마개와 같은 해결방법이 가장 무난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마개를 돌리면서 서서히 진공상태가 해제되어가는 스크루캡의 행동요령이 더 잘 먹힐 때도 있지요. 아내의 속끓이고 있는 마음을 한순간 “뻥” 뚫어줄지, 아니면 서서히 돌려가면서 자연스럽게 뚫어줄지에 대해서는 온전히 남자의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디캔팅이 꼭 필요할까?


와인에 따라 원래의 병에서 디캔터로 옮겨 담을 때 공기와의 접촉으로 인해 맛이 더 좋아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르고뉴의 레드처럼 보디가 약한 와인의 경우에는 공기와의 접촉 때문에 오히려 과일의 향과 맛을 잃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캔팅이 꼭 필요한 와인이라면 빈티지 포트나 보르도, 론 지방의 오래된 와인, 바롤로, 호주, 캘리포니아의 많은 레드 와인처럼 숙성되면서 병 속에 침전물이 생기는 경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환경이 다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때 앞으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디캔팅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디캔팅에도 요령이 필요할 듯합니다. 억지로 새로운 시집이라는 디켄터로 옮겨 담으려 하다가는 쉽게 맛이 상하게 되겠지요. 욕구불만과 우울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깨소금을 볶아야 하는데 청국장을 끓이는 형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옮겨 담아야 할 시기와 옮겨 담아야 할 내용과 옮겨 담아야 할 용량을 정하는 것은 어느 누구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가면서도 온전히 어느 한쪽으로 모든 것을 옮겨 담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부부사이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양을 조금씩 덜어서 옮김으로써 그 맛과 향을 오래도록 지속시킬 수 있어야 진정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내를 닮은 와인, 아내와 함께 즐기자


자! 와인이라고 쓰고 아내라고 읽을 수 있을 만큼 공감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연말에 아내와 함께 즐기고 싶은 와인을 소개하면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말에 아내와 함께 즐기고 싶은 와인은 프랑스와인이나 호주와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칠레와인도 아니지요. 바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이며, 가장 많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이탈리아와인입니다. 그 많은 와인종류 중에 유난히 필이 확 꽂히게 된 브라께또 다뀌라고 하는......





첨부한 동영상에서처럼 밴드 멤버 중에서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기타리스트와 함께 마시는 것도 좋겠지요. 최근에 사귀기 시작한 옆집 여자와 마시는 것도 좋을 거고요. 그렇지만 저는 아내와 함께 마시렵니다. 왜냐하면, 이 포스트에 가득 써내려왔듯이 와인은 정말 아내라는 존재와 많이 닮아 있으니까요.





와인에 대해서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와인초보자가 어설프게 만든 이 포스트를 영웅전쟁님과 같이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은 블로거님들께서는 어떻게 읽어 주실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와인추천을 해주시거나 와인을 더 크게 즐기는 남모르는 비법 등에 대해서 소중한 말씀을 남겨 주실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갖게 됩니다.

뭐든 좋으니까 댓글로 많은 의견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남지 않은 올해, 이곳을 방문해주신 모든 이웃님들과 방문객 여러분들께서는 행복하고 즐겁고 기쁘게 마무리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