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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반대 여론에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고집해 비난을 산 교육부가 이번에는 지난해 학습부담 가중의 우려 등으로 반대에 부딪혀 결정을 미뤘던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을 이름만 '표기'로 바꾸고 은근슬쩍 재추친하고 있습니다.


초등 교과서에 300자 수준 한자 표기 강행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희망 2016. 12. 30


교육부는 30일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 2019년부터 한자를 표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방안을 밝힌 뒤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다가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가 공문서 한글 전용을 규정한 국어기본법과 중·고교 한문 교육을 선택 과목으로 돌린 ‘교육과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면서 한 발 물러서 교과서 한자 병기가 아닌 표기 방침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한자 표기 역시 한자 사교육을 유발하고 어휘 교육을 어렵게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교육희망


교육부는 “학습자 수준에 맞지 않거나 학습 내용과 관련 없는 무분별한 병기 예방을 위해 한자 교육 자체 보다 초등학생 수준에 적합하면서 학습 용어 이해를 위한 교과서 한자 표기 원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초등 5~6학년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에서 학습 용어를 추출하고 같은 한자의 출현 빈도와 한문교육용기본한자 1800개를 기준으로 370자를 정선한 뒤 마지막으로 전문가 평정을 통해 최종 300자를 선별하는 것으로 이는 교육부 위탁을 받아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을 연구한 한자병기 찬성 학자들의 주장과 흡사하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5~6학년 국정교과서(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에 있는 학습 어휘를 중심으로 교과서 출현 빈도, 학습 도움 여부, 동음이의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어휘 등 370개 가량의 한자를 초등 교과서에 표기하자는 주장을 폈다.


한자 사교육 및 학습 부담 논란을 의식한 듯 교육부는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를 암기하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교과용 지도서에 지도 유의점을 명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글문화연대는 성명을 내고 ‘어휘 교육을 망치고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짓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교과서에 한자 표기를 강행하는 순간 한자어를 이해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절대 진리인 양 되면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한자를 배우고 급수를 따라고 선전하는 한자 사교육 업체들만 배불릴 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면서 “아무런 기초 연구 없이 한자 이권 단체들의 정치적 압력에 휘둘린 교육부 담당자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에 앞서 지난 12월 16일 오전,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교육부 항의 방문을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표기 정책'을 당장 멈추라면서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한 바 있습니다.


2016년 11월 16일 세종시 교육부 앞, 왼쪽부터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운영위원,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박용규 집행위원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 신성호 실장 - 한글문화연대


첫째, 지난 11월 24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라. 국어기본법의 한글전용 규정과 한자/한문 교육의 선택 과목화를 밝힌 초중등 교육과정 고시 등에 위헌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린 사회적 합의를 무시말라.


둘째, 교육부 추진 '한자표기 방안 연구 용역' 결과는 사업 목적에 꿰어 맞추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교사 대상 설문도 '한자 표기'라는 의도를 숨긴 채 '학습 어휘' 전반에 관한 조사처럼 시행함으로써 객관성을 잃었다.


셋째, 현대 인지과학의 연구 성과에 귀기울여라. 일상생활에서 자주쓰는 고빈도 한자어 인지에는 이미 알고 있기에 한자 지식이 도움이 되지 않고, 가끔 쓰는 한자어에서도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 이해에만 한자 지식이 도움이 되지만, 한자 모양을 표기하고 익히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한자의 훈(뜻)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다.


넷째, 현실의 요구가 없는 정책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한자 공부 하지 않아서 문해력 떨어진다는 한자표기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거짓이다. 한글 전용 교과서로 공부한 우리날 청소년들은 이미 15년 넘게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읽기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자 표기는 필요하지 않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