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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제작진을 믿었고, 제작진은 언제나 그렇듯 또 보답했다.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7주째 박근혜와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 관련 폭탄을 터뜨린 가운데, 이번에는 우병우 전 민정 수석을 파헤치며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 엘리트의 민낯 :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청와대 비밀 노트"는 전국 기준 14.6%를 기록,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수성했다. 동시간대 예능프로그램은 4%대였다. 아무래도 흥미 위주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시사 교양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높기 마련인데, "그것이 알고 싶다"와 JTBC "썰전"이 동시간대 1위를 달리며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S 2TV "배틀트립"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각각 4.7%, 4.1%를 기록한 가운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예능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이는 이날 방송된 프로그램 중 세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기도 하다.


▲ "그것이 알고 싶다"는 동시간대는 물론이고 다른 주말드라마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려 '프라임 시간대'로 불리는 오후 6시대 예능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12.5%)을 뛰어넘는 시청률을 나타냈다. ⓒ'그알' 방송화면 캡처 - PD저널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높은 성적표를 챙긴 프로그램은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7.4%),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16.3%)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동시간대는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려 '프라임 시간대'로 불리는 오후 6시대 예능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12.5%)을 뛰어넘는 시청률을 나타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언론 통제로 KBS 2TV "추적60분"과 MBC "PD수첩" 등 지상파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부패한 권력을 정조준하는 방송을 하지 못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시기에도 끊임 없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상을 짚으며 대중의 신뢰와 영향력을 축적했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후인 지난 해 11월 19일 '대통령의 시크릿' 편을 시작으로 벌써 7주째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비리와 의혹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은 19%를 기록, 2004년 2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그 이후에도 두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 7일 방송에서 14.6%로 고공행진 중이다. 시청률이 방송 프로그램의 의미를 재단하는데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수적인 평가 장치일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른 지상파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3~4%대의 낮은 시청률에 허덕이는 가운데, 시청률과 인터넷 화제성에서 큰 우위를 점한다.


▲ 그알-엘리트의 민낯은 민심을 돌아봐야 하는 우병우 전 수석이 국민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권력만 바라본 치명적인 잘못에 비판을 가했다. ⓒ'그알' 방송화면 캡처 - PD저널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관련 내용이 오르며 네티즌의 공분을 엿볼 수 있고, 한국 갤럽이 매달 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조사에서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해 12월 조사에서 "무한도전", "썰전",  tvN "도깨비",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시청률이 크게 오르며 대중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엿볼 수 있었던 '대통령의 시크릿'은 시작에 불과했다. 박근혜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공백에 우리가 왜 분노하는지, 그리고 국정 농단 사태에 우리가 왜 민주주의 후퇴를 외쳤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다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추적 포문을 연 이 방송은 7주간 토요일 오후 11시대에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뜨거운 불판을 제시했다.


최순실의 아버지인 최태민 일가의 재산과 권력 형성 과정, 박 대통령의 5촌 살인 사건의 의문, 세월호 침몰 사고의 풀리지 않은 비밀, 그리고 이번 촛불 민심으로 돌아본 광장 민주주의의 의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거짓말과 청와대 경호실의 경찰 인사 개입 의혹 등을 다뤘다. 제작진의 발품을 파는 취재, 이를 바탕으로 한 합당한 의구심과 추론은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숙제를 남겼다.


신변 위협을 당할 위기에도 어렵게 정의 구현을 위해 용기를 낸 제보자들이 있었고, 이 제보자들을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게 만든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우리 사회의 보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수많은 제보가 있었기에 놓칠 수 있었던 단서가 의문점으로 남았고, 이 의문점을 끝까지 파헤쳐 세상에 알릴 것이라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또 다른 제보로 이어졌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 가시밭길을 걸어온 제작진, 그 제작진이 길을 잃지 않게 방향을 제시해주고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시청자와 제보자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매주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시청자들이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진행자인 김상중은 7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와 거짓말 의혹을 다시 한 번 꼬집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광장에선 지금도 촛불이 켜지고 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정권이 바뀌기만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번엔 다른 세상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원칙을 무시하고 도덕에 눈을 감은 채 성공만 위해 달려온 일그러진 엘리트가 사회 높은 자리에서 우리를 내려다보지 못하는 그런 세상을 말이다"라고 민심을 돌아봐야 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국민이 아닌 대통령이라는 권력만 바라본 치명적인 잘못을 비판했다. 공분을 일으키고 그 힘을 모아서 좀 더 발전적인 우리 사회를 위한 자양분이 될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알려주는 진짜 '민심'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