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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여전히 ‘대통령급 예우’를 받았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탄핵 정국 이후 급부상한 야권 주자들에게는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던 방송사들이, 12일 귀국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한 반 전 총장에게만 유독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긍정적인 묘사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아직 검증을 시작하지 않은 것인지, 검증의 의지가 애초에 없는 것인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 '어제 방송뉴스' 2017. 1. 16


과도한 반기문 띄우기 행태, MBN은 ‘반파라치’?


반기문 총장을 띄우는 방송사들의 ‘대통령급 예우’ 보도는 위험수위에 달했습니다. 12일 귀국 보도에 이어 ‘친서민 행보’를 일거수일투족까지 조명하고 반 총장 발언을 받아쓰는 등, 검증을 배제한 ‘무조건 띄우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JTBC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요.


특히 MBN은 점입가경입니다. MBN "외부인과의 첫 식사"(2017. 1. 13)는 “신분증에 새 도로명 주소 스티커를 부착한 뒤 직원들과 악수”, “청년들과 김치찌개로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귀국한 뒤 첫 외부인과의 식사를 다름 아닌 젊은층과 함께한 것”, “취업 등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입국 전 언급들을 우회적으로 실천”, “오후에는 은행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 등 낯 뜨거운 ‘친서민 반기문 동행 취재기’를 읊었습니다.


△ 논란의 친서민 행보도 미화한 MBN 2017. 1. 14 - 민언련


MBN "효심과 민생 행보 '강행군'"(2017. 1. 14)은 이미 제목에서 반 전 총장의 ‘효심’까지 명시했습니다. 최은미 기자는 “눈물을 닦으며 거실로 나오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어머니”라며 고향을 방문해 어머니를 만난 반 전 총장을 화면으로 보여줬고 반 전 총장이 “아들 부부에게 큰 절을 받”는 모습까지 조명했습니다. 이어서 “손을 꼭 잡고 효도하겠다는 아들의 말에 목이 멥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반 전 총장의 ‘효심’을 연신 강조합니다.


이후 ‘민생행보’로 주제를 바꾸더니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앞치마를 두르고, 죽도 직접 떠서 먹여” 드리는 반 전 총장을 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MBN이 긍정적으로 이렇게 묘사한 사회복지시설 봉사활동의 경우, 반 전 총장 본인이 턱받이를 하고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여 드려 ‘간호의 기본도 모르는 친서민 코스프레’라는 빈축을 샀습니다. 이날 반 전 총장의 이런 행보에 수많은 매체가 카메라를 들고 동행했으나 방송사 중에서는 MBN만 이런 보도를 냈습니다.


물론 이런 ‘반파라치 행태’가 MBN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TV조선 "단독 / 마포 캠프 첫 방문, 핵심 인사 상견례"(2017. 1. 13)는 “오늘 대선캠프 핵심인사들과 이곳에서 상견례를 할 때도 공개하지 않았던” 반 전 총장의 마포 캠프를 단독으로 촬영했다고 앵커와 기자가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보도인데요. 정작 보도된 내용은 “138제곱미터, 42평형 규모”라며 ‘반기문 캠프 사무실 규모’를 전하고 “사무실 안팎에서 김봉현 전 대사, 이상일 전 의원, 배준영 전 국회대변인 등과 마주쳤”다며 취재기자가 마주친 인사들을 읊는 수준입니다. 이 보도에도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했고, 청년, 주부 등과 김치찌개 오찬”, “마포 사무실 맞은 편 은행에 들러 예금 통장을 개설” 등 ‘반파라치 취재기’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반파라치’ MBN, 문재인과 반기문 비교하다 무리수까지


MBN은 반기문 전 총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표도 ‘대선행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식의 묘사를 하려다 무리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MBN "'외곽조직 다지기' 맞불…반풍 차단"(2017. 1. 14)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취약점인 '외곽조직 다지기'로 제대로 맞불을 놓았”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더불어포럼’ 창립식을 전했습니다. 송주영 기자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주축이 된 조직으로, 300여 명이 모여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 포럼’은 이미 지난해 10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창립준비위원회를 꾸렸고 11월에는 준비위원회 출범식을 가진 시민모임으로서 반 전 총장 견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MBN은 ‘반풍 차단’이라는 제목까지 뽑아 마치 문재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창립식을 가진 것처럼 왜곡한 겁니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300명 정도가 모인 행사를 ‘대선출정식’이라고 규정한 것도 무리수입니다.


△ 체육관에 2000면 모인 '반기문 환영식'과 국회 헌정기념관에 300명 모인 '문재인 지지 모임'을 똑같은 '대선 출정식'으로 묘사한 MBN 2017. 1. 14 - 민언련


정작 MBN 스스로 같은 날 보도인 "반기문 '충청 대망론' 출정식"(2017. 1. 14)에서 “충주체육관에서 열린 환영행사는 약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반 전 총장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며 2,000명이 모인 반 전 총장 환영 행사를 ‘출정식’으로 묘사했습니다. 2000명이 모인 ‘반기문 충청 대망론 출정식’을 300명이 모인 ‘문재인 지지 시민 모임’과 동일시한 겁니다.


문재인 비판으로부터 반기문 보호하려던 TV조선도 ‘자가당착’


이렇게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총장의 대결구도에서 반 전 총장을 비호하려다 모순에 빠지는 방송사는 MBN뿐만이 아닙니다.


TV조선은 13일 자사 톱보도인 "정치 교체는 박근혜 정권 연장"(2017. 1. 13)에서 “반 전 총장이 어제 귀국길에 ‘정치교체’를 주장하자, 문 전 대표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고 바로 받아”쳤다면서 이를 “여권과 제3지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 전 총장을 ‘보수정권의 후계자’로 낙인찍으려 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론’을 비판한 문재인 전 대표 반박을 별 다른 근거도 없이 ‘낙인찍기’로 규정한 것인데요. 그러나 TV조선 스스로도 자사 보도에서 반 전 총장을 ‘보수정권 대선주자’로 보고 있습니다. 같은 날, TV조선 "반기문 '확실한 대권주자'?"(2017. 1. 13)은 “2006년부터 반기문 전 총장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명사”들을 분석한 결과 “2014년 이후 반 전 총장 기사 댓글에서 박근혜, 친박 등의 키워드가 급등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이 정치 성향을 분명히 드러낸 적은 없지만 대중은 반 전 총장 성향을 진보보다는 보수에 가까운 것 같고 여당과 좀 더 가깝다고 이해한 듯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TV조선 "단독 / 마포 캠프 첫 방문, 핵심 인사 상견례"(2017. 1. 13)에서는 “임덕규, 박진, 이상일, 성윤환 전 의원,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 등 ‘반기문 캠프 주요 인사’ 명단을 나열하기도 했는데요. 이 명단 역시 대부분 ‘보수인사’들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을 ‘보수정권 후계자’로 낙인찍으려 했다더니, TV조선 스스로도 반 전 총장을 ‘보수정권의 후계자’로 낙인찍으려 한 것일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