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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逆說)이란 말은 '언뜻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모순이거나 잘못된 결론으로 이끌어 가는 논증, 사고, 실험 등을 일컫는 말이며, 흔히 영어의 패러독스(paradox)와 혼용되어 쓰이는데 패러독스라는 말도 그리스어 παράδοξος (paradoxos)가 어원으로서 ‘para’는 ‘반(反)’·‘역(逆)’을 의미하며, ‘dox’는 ‘의견’을 뜻합니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의미의 역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즉,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상반된 제시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시된 두가지, 또는 다수의 상반된 제시안을 모두 취하여 기업이윤을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바로 역설경영(paradox management)’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역설경영의 사례로 유한킴벌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1990년대 중반까지 시장을 이끌어 왔던 여성용품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위기를 겪게 됩니다. 대량해고도 감수해야 할 만큼 어려운 시기에 유한킴벌리는 ‘효율성 추구’와 ‘혁신성 제고’라는 상호 상반된 문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을 버리고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려는 극단적인 경영전략을 추진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효율성은 단기적인 기업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혁신성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혁신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뜻이며, 혁신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은 반대로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한킴벌리가 단행하였던 조치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인력 이외의 잉여인력을 해고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교대조를 개편하고 예비조제도를 도입하였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직무교육을 받게 됨으써 문제해결능력과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불량률을 감소시킬 수 있었으며, 자발적인 제안활동을 크게 증가시킴으로써 장기적 목표였던 혁신성 제고까지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유한킴벌리의 이러한 역설경영의 성과는 곧바로 매출 및 수익의 증대로 나타났습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600억 원대였던 매출액을 2004년도에는 7,200억 원대로 끌어올렸으며, 순이익만도 900억 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으니까요. [by 불탄 090725]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