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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퇴장하면서 요동친 대선 판도에 관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KBS와 MBC는 대선 주자 소식이 각각 5건, 4건으로 3건씩 보도한 국정파탄 사태 보도보다 많았죠.


SBS와 종편 4사도 국정파탄 사태 보도를 10건 내외로 보도하면서 대선 주자 관련 보도도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했습니다. 반기문 퇴장 이후의 대선 판도를 바라보는 방송사들의 시각은 '치열해진 야권 내부 경쟁'과 '황교안 대안론'으로 집약됩니다.


이중 MBC의 논조는 독보적입니다. MBC는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고 황교안 총리가 대항마로 떠올랐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황교안 대망론'을 띄우려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발언을 왜곡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세론 흔들리고 황교안은 급상승", MBC의 선거 전략 - 민언련 어제 방송뉴스 2017. 2. 4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문재인 대세론 흔들리고 황교안은 급상승', MBC의 선거 전략"이란 제목의 '방송모니터 - 어제 방송뉴스'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MBC의 ‘황교안 띄우기’, 야권의 ‘황교안 출마 비판’조차 누락


MBC '흔들리는 대선구도…반기문 표 어디로?'(2017. 2. 2)에서 배현진 앵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나 리포트에서는 황교안 총리만 돋보입니다.


장재용 기자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상승세가 거침없”다면서 “MBC와 한국경제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하락하는 동안 황교안 권한대행은 계속 상승했고, 보수층과 특히 50대에서 두드러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1월 1일과 1월 27일의 지지율 조사결과를 보여주며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을 비교했죠. 황 권한대행에 대한 보수층 및 50대 지지율 상승 추이도 보여줬습니다. ‘반기문 퇴장 직후 판세’와 관련이 적은 ‘1월 지지율’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날 SBS‧JTBC‧채널A‧MBN은 모두 반 전 총장 불출마 직후, 또는 설 연휴 직후의 지지율 자료를 이용해 반 전 총장 지지율이 문재인‧안희정‧황교안‧안철수‧유승민 등 다른 주자에 흘러갔음을 지적했는데요. 유독 MBC만 1월의 여론조사를 보여준 것은 ‘황교안 상승세’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MBC는 이어서 “보수세력이 (대선 후보를 놓고) 방황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으로 황교안 대행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발언 장면도 보여줬는데요. 마치 국민의당도 ‘황교안 상승세’에 수긍한 것처럼 묘사했지만 이는 왜곡입니다. 박지원 대표의 해당 발언은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 직후 나온 것입니다. 박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사태가 있음에도 반성도 책임지지도 않는 같은 정권의 연장은 없다”며 황 총리를 대안으로 밀어 붙이는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제가 볼 때 황 대행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MBC가 전한 발언은 이 과정에서 황 대행 지지율의 ‘일시적 반등’을 설명하는 취지에 불과했는데, MBC는 그 발언만을 싹둑 잘라 ‘야당도 황교안 상승세에 동의했다’고 보도해버린 겁니다.


△ 1월 지지율로 '황교안 상승세' 부각한 MBC 2017. 2. 2


MBC의 ‘황교안 띄우기’ 계속 이어집니다. 장재용 기자는 “직무 정지 중인 대통령을 대신해 안정적 국정운영이 신뢰감을 주고 통진당 해산을 이끌면서 보여준 분명한 태도가 보수층 결집의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을 전했고 출마 여부에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는 황 총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하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습니다.


MBC 보도의 특징은 ‘반기문 퇴장’의 반사이익을 누린 주자들 중 유독 황교안 총리에만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그 어느 방송사도 이렇게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MBC는 심지어 황교안 총리의 출마에 쏟아지는 야권의 비판도 누락했습니다. 이날 타사도 모두 황 총리 행보 관련 보도가 1건씩 있었는데 “출마하려면 당장 권한대행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야권의 비판을 전했습니다. MBC만 이걸 빼버린 겁니다.


안희정 지사는 단 두 마디 언급, 그 와중에 ‘문재인 대세론 흔들기’까지


MBC 앵커가 보도 도입에서 언급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렇게 황교안 띄우기를 한참 한 이후에야 등장합니다. 순수하게 황교안 대행만 다룬 분량은 60초 정도인데, 안희정 지사 관련 내용은 20초에 불과합니다. 안희정 지사의 비중은 ‘끼워 넣기’, ‘구색 맞추기’ 수준이었습니다. 내용은 “최근 급상승 추세의 안희정 지사는 반 전 총장의 퇴장으로 충청권 반사이익이 기대됩니다. 젊은 리더십을 내세운 세대교체론과 사드 배치 합의 존중 등 중도 이미지로 '문재인 대세론'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라는 것이 전부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MBC가 이 보도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린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장재용 기자는 “문재인-반기문 구도의 붕괴가 오히려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 “대안 후보들의 부상으로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를 마무리합니다. 그 근거로 제시한 녹취 인터뷰는 “선택기준이 보다 다양화·다변화되면서 현재의 대세론 구도가 일정 부분 변화될 여지가 커졌다고 하겠습니다”라는 평범한 내용입니다.


타사는 모두 황교안 총리와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동등하게 다뤘습니다. 채널A는 '대선상황실'(2017. 2. 2)에서 “대안후보를 잃은 보수층이 황교안 총리로 흘러가고 설 이후 한차례 반등했던 안희정 지사가 한 차례 더 급상승”했다며 ‘2등 격전’을 벌이는 황 대행과 안 지사의 강점‧약점을 모두 짚었습니다. SBS‧TV조선‧MBN은 황교안 대행과 안희정 지사에 따로 1건씩을 할애했고 KBS와 JTBC는 두 사람의 상승세만을 따로 다룬 보도가 없습니다.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렸다'는 MBC의 해석도 타사에는 없습니다. 오히려 JTBC와 MBN은 ‘문재인 대세론’이 더 확고해졌다고 보도해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죠. MBN '경쟁자 제로… 탄력받는 대세론'(2017. 2. 2)은 “지지율 2위를 달리던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반석 위에 올라갔”고 “호감도는 높아지고, 비호감도는 떨어져서 대세론을 강화했다”고 전했습니다. JTBC '반기문 하차로 더 속도 내는 대선열차'(2017. 2. 2) 역시 “불확실성이 더 제거됐다는 분위기”라며 “3자 대결 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두드러졌”다고 보도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