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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부터 12일까지 국내 방송 저녁뉴스는 올해 들어 최다 인원이 모인 '박근혜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는 헌법재판소 등 숨 가쁘게 흘러가는 탄핵정국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특히 고영태가 최순실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 한 정황이라는 '고영태 녹음파일'이 새로운 박근혜 측 '지연작전'으로 등장했는데요. SBS‧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가 이를 부각했고 심지어 TV조선은 박근혜 측이 유리해진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KBS는 이 와중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자 외신 오역까지 감수하면서 '북한의 위협'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해당 기간을 모니터링한 '어제 방송뉴스(2017. 2. 13)'를 통해 가짜뉴스와 관제데모 의혹에 휩싸인 '탄핵반대 집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관제데모 의혹에 휩싸인 ‘탄핵반대 집회’ 대신 문재인 비난한 TV조선


2월 11일,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는 15차 범국민행동이 거행됐습니다.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과 자유총연맹이 주도한 탄핵반대 집회도 맞불 집회를 열어 세를 과시했죠.


그러나 자유총연맹은 관제데모 의혹의 당사자입니다. 그동안 청와대가 정부 지원금을 볼모로 요구한 관제데모를 해 왔다는 내부 고발이 있었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 측에서 나오는 '탄핵기각설', '박영수 특검 성추행', '세월호 참사 북한 기획설' 등 황당한 가짜뉴스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이런 문제들을 제쳐놓고 엉뚱하게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TV조선 "나는 승복, 국민 용납 안 해"(2017. 2. 11)에서 이상목 앵커는 "문재인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 밖에 없다'고 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탄핵기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최지원 기자도 문재인 전 대표의 '말 바꾸기'를 비판하면서 "말로는 승복한다고 했지만, 메시지가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4․19 혁명 그리고 87년도 6월 항쟁 그때 우리 잘 경험했죠. 이번에야말로 세상을 완전히 바꾸는 그런 시민혁명을 완성해야 한다"는 문재인 전 대표 연설 장면을 보여줬는데 화면에 띄운 자막에서는 "세상을 완전히 바꾸는 시민혁명"을 "기필코 정권교체 해서 촛불 혁명, 시민 혁명을 완성해야 한다"는 말로 바꿔버렸습니다.


단순한 실수일까요? 아니면 '정권교체'에만 집착하는 문재인 전 대표가 '오락가락'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악의적 왜곡일까요? 그 무엇이든 TV조선의 이런 '자막 왜곡'이 너무 잦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TV조선이 비난의 대상으로 삼은 문재인 전 대표의 '탄핵 기각 시 혁명 밖에 없다'는 발언은 지난해 12월 14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으로서 무려 2달 여 전의 발언입니다. TV조선은 이 발언을 마치 '헌재 심판 불복'을 의미하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이번엔 '승복하겠다'는 것으로 말을 바꿨다고 비난했는데요. 당시 발언은 전혀 그런 맥락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질문자 도올은 "탄핵 사유를 일일이 따로 심사하지 말고 총체적으로 묶어 심의해도 될 것이다. 박한철 소장 임기 만료가 1월 31일이니까, 그전에 이루어지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조기 판결의 방향으로 잘 진행된다면 박근혜의 사임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헌재가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고 물어, 질문 자체가 조속한 탄핵 인용의 정당성을 전제했고 혹여 발생할 기각 결정을 우려했습니다.


이에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들의 헌법의식이 곧 헌법이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호응했습니다. 11일 집회에서 '승복하겠다'는 발언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저는 헌법재판소가 민심과 동 떨어진 다른 결정을 하리라 믿지 않는다. 민심이 바로 헌법"이라며 똑같은 주장을 했고 만약 기각시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승복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일관적인 주장을 요약하자면 '헌재 결정에는 승복하겠지만 헌재가 헌법이나 다름없는 민심을 외면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도대체 어느 부분이 비난받을 대목인지, TV조선의 관점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