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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의 단골손님 ‘색깔론’… 왜 안 나오나 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어제 방송뉴스' 2017. 2. 22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과잉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행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SBS와 JTBC만 우병우 전 수석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톱보도로 냈고 국정농단 사태 관련 보도량이 김정남 피살 사건 보도량보다 많은 방송사도 MBC‧SBS‧JTBC뿐입니다.


김정남 피살 사건 보도량과 국정농단 사태 보도량을 비교해보면, KBS는 12건 대 2건, MBC는 4건 대 6.5건, SBS는 3건 대 6건, JTBC는 2건 대 19건, TV조선은 17건 대 10건, 채널A는 11건 대 5건, MBN은 9건 대 9건입니다. 국정농단 사태는 고작 2건밖에 보도를 안 하면서 김정남 피살 사건은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도한 KBS가 단연 두드러집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 관련 이슈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색깔론 보도도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KBS‧MBC‧TV조선은 정치권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색깔론 논란’을 조명했는데요. 특히 TV조선은 무려 3건을 여기에 할애했습니다.


TV조선 "김정은 비난할 처지 아냐"(2017. 2. 21)는 “정세현 전 장관이 김정남 피살 사건을 어찌 들으면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라면서 “우리가 김정은의 이복형을 죽이는 그거에 대해서 솔직히 비난만 할 수 있는 그런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으니까”, “김대중 납치 같은 것도 민주국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승만 대통령도 정적을 얼마나 많이 제거했습니까” 등 정세현 전 장관의 오마이TV 인터뷰를 문제 삼았습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김대중 납치 사건, 김구 선생 암살 사건에 비유”하고 “정적을 제거하려는 건 권력의 속성이고,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는 겁니다. “김정남의 암살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사드배치 이것이 연결선상에 있다 생각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거죠”라는 TBS라디오 인터뷰도 덧붙여 ‘김정남 피살 사건 정당화’ 사례로 집어넣었습니다.


TV조선 “경악, 분노…문 입장 밝혀야”(2017. 2 21)는 정 전 장관에 쏟아진 여야 가릴 것 없는 정치권의 비판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다소 해괴한 논리를 여야 가리지 않고 문제삼았”다고 표현했습니다.


TV조선 "'그런 뜻 아닐 것' 감싸는 문"(2017. 2. 21)은 “정세현 전 장관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다른 뜻은 없을 거"라며 적극적으로 감쌌”다면서 “앞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발언이 문제됐을 때도, 결국 자진하차 형식으로 관계를 정리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저나 우리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적인 그런 범죄행위다”라는 문재인 전 대표 발언에는 “안보관 논란을 의식한 태도 변화지만, 정세현 전 장관이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우회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 국정 자문단에 합류한 정 전 장관의 ‘자진하차’를 종용한 겁니다.


KBS와 MBC도 1건의 보도로 “북한의 비위나 맞추려는 왜곡된 인식에 과연 문재인 전 대표도 동의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과 같은 정 전 장관에 대한 ‘색깔론 공세’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어두운 우리 역사 짚은 게 ‘북한 정당화’? 정치권과 TV조선의 황당 논리


정 전 장관이 북한에 동조하거나 북한의 김정남 살해를 정당화했다고 몰아붙인 정치권과 TV조선의 주장은 대단히 억지스럽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오마이TV "장윤선의 팟짱" 20일 방송에 출연하여 “저는 그 사건(김정남 피살)을 보며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건 권력 장악한 사람들의 속성이구나. 1973년 8월의 김대중 납치도 민주국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실패해서 망정이지. 경쟁자까진 아니었지만 불편한 사람이었던 김형욱(전 중앙정보부장).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지 않았어요...(중략)... 우리가 김정은의 이복형을 죽이는 것에 대해, 비난만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으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역사의 어두운 단면인 군부독재 시절, 수많은 ‘정적 살해’의 사례들이 김정남 피살만큼이나 잔혹했다는 지적입니다. 정 전 장관이 사례로 든 동백림 사건, 김대중 납치, 김형욱 납치 등 세 가지 사건은 김정남 피살과 마찬가지로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타국의 주권까지 침해하며 저질렀던 범죄이기도 합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 등 그 어두운 시절의 인물들이 여전히 국가권력을 장악했고 그 결과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북한을 비난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는 정 전 장관의 주장은 상식적입니다.


정 전 장관이 북한을 옹호하거나 정당화한 것도 아닙니다. 북한이 참담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북한을 비판하면서 그 반면교사로서 우리의 아픈 역사도 반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야 정치권과 TV조선은 이런 상식을 벗어난 채, 정 전 장관이 북한을 정당화했다며 엉뚱한 비난을 했습니다.


“김정남의 암살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사드배치 이것이 연결선상에 있다 생각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거죠”라는 발언까지 그러한 ‘북한 정당화’의 사례로 넣은 TV조선의 태도는 더 황당합니다. 최근 조선일보 등 보수매체와 바른정당 및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에서는 김정남 피살 사건을 빌미로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쳐 날뛰고 있으니 미사일도 쏘지 않겠느냐’는 식의 조야한 논리가 당연한 듯 근거로 나오고도 있죠.


별개의 사안을 은근슬쩍 이어 붙였으니 당연히 ‘북풍’이라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이런 합리적인 비판마저 ‘북한 정당화’의 사례로 넣은 TV조선이야말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과연 TV조선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안보’를 위한 것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