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월 23일 신문에서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은 “우리 야당과 문 전 대표”가 북한이 저지르는 불의에 대해서도 “뜨거운 분노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재차 색깔론을 꺼내들었습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는 2월 23일자 신문 모니터 '오늘 신문보도'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북한에 ‘뜨거운 분노 느끼고 있냐’는 조선일보


최근 여당과 보수 언론은 크게 두 가지 소재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의 첫 번째 빌미는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한 “뜨거운 분노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전 대표가 ‘증오와 보복을 앞세워 국론을 분열시키려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의 두 번째 빌미가 된 것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김정남 피살’ 관련 발언입니다. 이것은 문재인 전 대표가 ‘김정은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인물로부터 국정 자문을 받는다’며 종북몰이의 근거로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문재인 전 대표에게 왜 북한 정권에는 분노하지 않고 우리 정부의 실책에만 분노하냐 질문한 조선일보 양상훈, 2017. 2. 23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의 "양상훈 칼럼 / 문, 북 집단에도 ‘뜨거운 분노’ 느껴본 적 있나"(2017. 2. 23)는 이 두 가지 논리를 아주 잘 버무려 놓은 칼럼입니다.


양 주간은 먼저 “안 지사의 ‘선의’ 발언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안 후보의 선의 발언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한 말이 더 마음에 걸”린다며 “문 전 대표 말대로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과 5000만 국민, 남북한 7000만 민족에게 최대, 최악의 불의는 북의 폭력 범죄 집단이 저지르고 있”으며 “세상 어디에 이 이상 가는 불의가 있을”수 없음에도 “김정남 독살을 두고 ‘불가피한 일’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한 사람을 국정자문단 공동위원장 자리에 그냥 두”는 것을 보아, “우리 야당과 문 전 대표”가 “이 거대한 불의, 소름 끼치는 불의에 대해서도 그 뜨거운 분노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죠. 


문재인 전 대표는 이미 정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었습니다. 그래도 의심을 생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니, 양 주간이 못내 문재인 전 대표가 ‘의심스럽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양 주간의 이런 사소한 의심이 곧바로 야권이 “우리 유신 체제엔 뜨거운 분노를 느끼면서 유신 체제보다 100배는 더 무서운 북한 체제는 이해한다”, “북의 악행에 대해 뜨거운 분노보다는 정말 놀라운 인내와 이해를 보여왔다”는 확신으로 이어지고, 이 확신을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종북몰이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양 주간은 이런 확신에 힘을 보태기 위해 10여 년 전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개성방문 당시 ‘춤 논란’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2006년 북이 첫 핵실험을 해 민족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웠는데, 채 한 달도 안 돼 민주당(당시 여당) 지도부가 방북해 북측과 점심을 먹다가 일어나서 춤을 췄다”는 것인데요. 이 논리라면 야당 대표 신분으로 아예 방북해 김정일 전 위원장과 독대하고 만찬까지 즐긴 박근혜의 과거 행적이야말로 정말 “많은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양 주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박근혜를 향해서는 ‘북한의 악행에 분노를 느끼는지 대답해 보라’ 몰아 부치지 않았죠.


또 양 주간은 민주당이 “북한 인권법을 10년 동안이나 반대했고 법이 통과되고 나서도 북한인권재단 발족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이 북한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북한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인데요. 해당 법안에서 실제 논란이 됐던 것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 여부보다는 국내의 ‘대북 민간단체를 지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단의 초당파성과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북한 인권개선보다는 정권의 의도에 따라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단체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 논설주간은 ‘민주당=북한 주민 인권 외면․북한 정권 옹호’라는 논리를 펼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북한 주민의 인도적 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북한주민인권증진법안이나 북한주민에 대한 식량·비료·의약품 지원 담당 기구 설치 안을 담은 북한민생인권법안을 발의했다는 사실 역시 외면했습니다.


칼럼은 “민주당이 우리 내부를 향한 그 뜨거운 분노를 북 김 씨 왕조에 대해서도 느끼게 되면 우리 민족의 질곡은 끝난다. 민주당의 분노가 앞으로도 우리 내부만을 향하면 우리끼리 죽기 살기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됩니다. 물론 양 주간은 “이 문제를 지적하면 ‘안보 장사 하지 말라’ ‘색깔론 펴지 말라’고 한다”는 말을 슬쩍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후보 본인의 행보는 크게 트집 잡기 어려우니, 그 주변인사의 발언과 행보를 끄집어내 어떻게든 안보관을 문제 삼아 보려는 이런 행태를 ‘안보 장사’ ‘색깔론’ 이외에 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