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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비판하면서 ‘가짜뉴스’ 보여주는 이상한 TV조선

-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 '대선보도 모니터' 2017. 3. 23


TV조선은 이미 TV조선 <최희준의 왜>(2017. 3. 17)에서 가짜뉴스 문제 전반에 대해 장시간 논했습니다. 그런데 ’가짜뉴스’가 문제라면서 ‘가짜뉴스’를 다루는 태도가 이상합니다.


해당 방송이 사례로 든 가짜뉴스는 ‘문재인 미래 정부의 각료 명단’이었습니다. 진행자 최희준 씨는 이에 대해 “이건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고. ‘저건 분명한 가짜뉴스다’라는 생각이 드는 게 분명한데”라 평가했지만, 평가와 진행은 상이했습니다. “교육부 장관에 통진당 사태로 구속된 이석기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고영태. 또 고용노동부 장관에 한상균. 국토교통부 장관에 김용민. 대변인에 김제동”이라 해당 명단을 천천히 읊어줍니다. 제작진은 49초 간, 황당하다는 가짜뉴스를 화면 가득 보여주었습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저거는 이제 일부러 흠집 내려고 가짜뉴스 만들어 돌리는 것으로 이제 보이는데요”라며 ‘가짜뉴스’라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황당한 걸 만드는 게 아니고 사람들한테 ‘이렇게 되면 안 된다는 뭔가 하거나 그럼직하다’ 하는 느낌이 드는 일들을 갖고 만드는 거거든요, 황당하더라도”, “섀도우 캐비닛 발표한다고 이제 예고를 했으니까. 무리가 있더라도 일부는 하지 않겠습니까?”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섀도우 캐비닛 발표하면 원래 인사라는게 왜 욕을 항상 먹냐 하면 안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러는 거거든요. ‘어쨌거나 저런 그림이 돼서는 안 된다 하는 반면교사로 좀 받아들이면 되겠다’ 그런 생각이 저는 개인적으로 듭니다”라는 해석을 덧붙여, 마치 이것이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은 아닌 양 오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씨가 발언하는 동안 제작진은 또 한 번 17초 간 미래 정부 각료 명단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연재 변호사 역시 “내가 반대 후보에게 흠집을 내겠다, 가짜뉴스를 만들어서라도. 이런 거 같습니다”라며 해당 명단을 가짜뉴스라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아까 그 명단을 보면 사실 저만 해도 이석기, 고영태는 황당한데 나머지는 또. 얼추 문재인 전 대표의. 친문 인사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인사들로 되어 있고”, “그러니까 가짜뉴스인 건 맞는데 이럴 가능성에 대해서 또 약간의 언질을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단 말이죠”라 덧붙였습니다.


앞선 이 씨와 같이 ‘가짜뉴스’이긴 하지만, ‘아주 가짜는 아닐 것’이란 분석입니다. 진행자 최 씨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들도 있어요”, “교묘하게 섞어서 만든 것 같기도 해요” 라며 맞장구쳤습니다. 이번에도 제작진은 26초 간 미래 정부 각료 명단을 보여주었습니다.


△ 해당 내용이 '가짜뉴스'라면서 네 차례나 노출하고 있는 TV조선 "최희준의 왜"(2017.3.17) 화면 갈무리


이후 강 씨는 “가짜뉴스 구별법”, “처벌 가능성” 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명확한 출처, 링크까지 정확하게 되어있는지 보아야 한다’, ‘국가적 홍보 캠페인이 필요하다’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등의 정보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형사 처벌에 대해 발언 하는 동안 TV조선은 또 한 번 22초 간 ‘미래 정부 각료 명단’을 또 한 번 유포했습니다. 마지막 자료화면이 나가기까지 5분 간 총 네 차례, 1분 54초 간 그들이 비판하는 ‘가짜뉴스’를 마음껏 송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진행자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퇴주잔 논란, 동영상 사실상 가짜뉴스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인데. 옛말에 삼인성호라고 세 사람이 모여가지고 입을 맞춰서 거짓말을 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라며 가짜뉴스의 또 다른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반기문 캠프에 합류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씨는 해당 논란이 “(사퇴에) 치명타였죠”라 해석하고,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결국 반기문 총장 사퇴의 가장 큰 원인은 가짜뉴스 때문입니다”라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앞선 문 전 대표의 ‘가짜뉴스’ 사례와 마찬가지로 반 전 총장의 참배 영상을 두 차례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되었던 음복 장면은 없었습니다.


방송이 가짜뉴스를 다루는 합리적인 태도는 두 가지 입니다. TV조선이 반 전 총장의 음복 장면을 노출하지 않은 것처럼, ‘가짜뉴스’라 판단하면 더 이상의 유포를 막기 위해 송출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짜뉴스’를 다뤘다면, 그것이 ‘가짜’임을 검증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 <최희준의 왜>(2017. 3. 17)는 둘 중 어디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가짜뉴스’ 유포자는 ‘일벌백계’ 해야 한다던 TV조선, 자신이 가장 큰 ‘가짜뉴스’ 스피커였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