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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과 10일 조선일보는 세월호 계기수업을 진행한 전교조를 향해 “남의 자식이니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라는 비아냥을, 팽목항을 찾아 ‘얘들아, 미안하고 고맙다’라고 쓴 문재인 후보를 향해서는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비난을 내놓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자식이어도 그럴 거냐’는 질문은, 조선일보가 해야 할 질문이 아니라 받아야 할 질문일 겁니다.


전교조·문재인 향해 ‘세월호 이용한다’ 목소리 높인 조선일보


전교조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후안무치한 주장이 조선일보에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만물상 / 제 자식이어도 그럴까>(2017. 4. 8)에서 조선일보 안석배 논설위원이 문제 삼은 것은 전교조의 세월호 계기수업 교재 내용과 그 수업 방식입니다. “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했을 말을 상상”하게 하거나 “희생된 학생 이름을 죽 적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써”보라고 하는 것 등이 학생들에게 트라우마를 줄 수 있는 교육방식이라는 것이지요.


△ 전교조와 문재인 후보를 향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적한 조선일보 안석배 논설위원(4/8)


안 논설위원이 문제 삼은 해당 수업 부분은 교재 중 ‘기억과 공감’ 챕터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개개인을 기억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이런 교육방식이 실제 학생들에게 그저 ‘공포스러운 경험’으로만 남게 될 것인지, 그리하여 교육의 취지와 무관하게 ‘트라우마’ 만을 남기게 될 것인지는 조심스럽게 고민해봐야 할 지점입니다만, 적어도 비전문가인 안석배 논설위원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단정 지어 말할 문제는 아니겠지요. 사실 ‘불안한 상황을 가정하고 반복훈련’하는 것은 안전교육의 본질이기도 한데요. 같은 이유로 ‘4·16 연대’는 이미 전교조에서 만든 ‘4.16 교과서’가 교육자료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교육부의 결정에 반발해 “4.16연대는 이 교과서가 더 많은 교사들에게 배포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요.


조선일보가 정말 불만을 표하고 싶은 것이 ‘세월호’라는 수업의 ‘주제’인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국방부는 자체 제작한 동영상으로 초등학교에서 ‘나라사랑교육’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북한 인민들’이 어떤 고문을 당하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해당 동영상에는 강제낙태와 영아살해가 자행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수업을 받던 학생들은 교실을 뛰쳐나가거나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고, 학부모단체 등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동영상까지 이용하면서 수업을 해야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놀랍게도 조선일보는 이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참사 희생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이름을 불러보는 수업에 의문을 제기했으면서 잔인한 고문 및 낙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지요.


이와 함께 안 논설위원은 전교조가 교재를 통해 사실관계가 다른 주장을 펼치며 “정부가 일부러 구조를 회피했다는 의혹과 불신도 부풀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전교조의 계기수업 교재가 당시 언론이 보도를 통해 제기한 의혹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주장은 결국 ‘어떤 의혹도 학생들에게는 소개하지 말라’는 주장으로 들릴 뿐입니다.


백보 양보해, 해당 수업에서 아직 사실관계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기정 사실인양 다뤘다고 한다면, 그 지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적인 태도겠지요. “전교조 교사가 자기 자식에게도 이런 엉터리 교육을 할지 궁금하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남의 자식이니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라는, 계기수업 자체의 의미를 부정하는 비아냥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요.


무엇보다 안 논설위원은 “지난달 한 대선 후보는 팽목항을 찾아 ‘얘들아, 미안하고 고맙다’라고 썼다. 참사를 이용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문재인 후보의 ‘고맙다’라는 발언을 ‘내가 대세를 형성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로 계속 해석하는 조선일보의 관점이야 말로 도를 넘은, 소름끼치도록 정치적인 해석으로 보이는군요. 제 자식이어도 그럴 거냐는 질문은, 조선일보가 해야 할 질문이 아니라 받아야 할 질문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