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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송 저녁뉴스는 어김없이 ‘문이브닝’이었습니다. 국민의당 불법 경선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사실로 밝혀지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딸과 부인 관련 의혹도 제기하고 있지만 방송사들은 유독 문재인 후보 관련 의혹만 집중 보도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의혹은 문재인 후보와의 ‘네거티브 공방’을 전하면서 끼워 넣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KBS ‘대선 후보 검증’, 검증인가 공세인가

- '2017대선 미디어감시연대' 2017. 4. 11


이날 국민의당 불법 경선을 따로 1건의 보도로 전달한 방송사는 JTBC와 MBN뿐입니다. 나머지 방송사들은 안 후보 관련 의혹 보도가 아예 없는 가운데, 특히 TV조선은 문재인 후보 의혹만 3건을 보도하면서 또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의혹 제기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코너를 선보인 KBS는 첫 순서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다뤘는데 ‘의혹 검증’이 아닌 ‘새로운 의혹 제기’나 다름없었습니다.


뒤늦게 ‘대선후보 검증’ 선보인 KBS, 첫 순서는 ‘문재인 아들 의혹’


박근혜가 파면되고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각 후보의 의혹과 자질을 검증하는 정기적 코너를 따로 마련한 방송사는 SBS와 JTBC뿐이었습니다. SBS는 <사실은>이라는 코너로, JTBC는 기존의 <팩트체크>에 <대선 팩트체크>를 추가했죠. 다른 방송사에서 이런 보도가 없는 와중에 KBS가 뒤늦게 <대선후보 검증 / 문재인 아들 휴직 과정도 특혜 의혹>(2017. 4. 10)을 선보였습니다. 첫 순서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다룬 겁니다. SBS <사실은>은 이를 이미 3월 25일과 4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짚어줬고 JTBC <팩트체크>도 5일 다뤘습니다. 꽤나 늦은 KBS의 보도는 의혹과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 및 해명을 비교 분석하며 검증을 한 것이 아닙니다. 자체적인 취재로 문재인 후보에게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KBS는 채용 공고 및 채용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휴직 및 퇴직금에 다른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KBS는 “석사 과정 전 단계로 6개월 간 어학 연수 프로그램에 등록한 상태라는 말에 (고용정보원 인사위원회)위원 전원이 휴직에 찬성”했지만 “KBS가 확보한 어학연수 증빙서류엔 연수 기간이 2008년 3월 3일부터 28일까지 단 4주로 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입사 1년 차가 막 지난 직원이 한 달 짜리 연수계획으로 6개월의 휴직을 받아낸 것”이라 공세를 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휴직 신청 당시 파슨스 입학이 연기돼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면서 “휴직 당시 입학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고 “고용정보원 측은 회사 발전에 문 씨의 큰 역할이 기대된다며 휴직을 허가해줬지만, 문 씨는 파슨스를 졸업하고 바로 퇴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고용정보원은 13개월 다닌 문 씨에게 유학 휴직 기간을 전부 포함시킨 37개월 치 퇴직금을 지급”했다고도 했습니다.


검증 대신 ‘네거티브 프레임’ 짜는 KBS, 반론도 부실


요컨대 문준용 씨 휴직의 이유가 파슨스 디자인학교 석사 과정에 필요한 6개월 어학연수라고 했지만 1개월짜리로 드러나 사실과 다르고, 파슨스 디자인학교 석사과정 입학도 ‘연기된 상태’가 아니라 ‘입학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KBS는 이런 이유로 휴직 과정도 특혜라고 주장했습니다.


△ 후보 검증 앞세워 다른 의혹 제기한 KBS(4/10)


그런데 보도 과정에서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KBS는 반론 차원으로 “그 당시 6개월 어학과정에 등록을 하고 휴직 신청을 하니까 아직까지 석사과정에서 어드미션(입학허가서)이 안 왔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연장해 주기로 하고 일단 6개월 선휴직(을 줬다)”는 2012년 국정감사에서의 정철균 당시 고용정보원장의 발언을 덧붙였는데요. 이는 당시에도 KBS와 같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 고용정보원장이 해명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KBS의 의혹 제기가 정당하려면 파슨스 입학 자체에 문제가 있어야 하지만 문준용 씨는 휴직 후 파슨스 석사 과정을 정상적으로 졸업했습니다. 결국 파슨스 석사 과정을 위해 휴직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KBS는 “입사 1년 차가 막 지난 직원이 한 달 짜리 연수계획으로 6개월의 휴직을 받아냈다”며 마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KBS는 문재인 후보 측의 해명도 거의 싣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도 말미에 “휴직 과정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허가를 받았으며, 파슨스로부터 입학 연기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관련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딱 한 마디 언급했습니다. 이는 문 후보가 무언가 숨긴다는 듯 또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의 내용일 뿐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측은 지난 7일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무급 인턴쉽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던 것으로 ‘인턴 취업’은 불법이라는 주장은 거짓” “고용정보원 인사규정 42조와 22조 규정에 따라 고용정보원 원장의 허가를 받은 후,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무급 인턴쉽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해당 의혹을 반박했습니다. KBS가 은근슬쩍 덧붙인 퇴직금 특혜 의혹 역시 “우리 법원 판례에도 휴직기간을 퇴직금 산정을 위한 근속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KBS는 누락했습니다.


또 자유한국당 받아쓰는 TV조선, ‘네거티브 대변인’?


TV조선은 ‘문재인 아들 의혹’을 포함, 무려 3건을 ‘문재인 의혹’에 할애했습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를 선보일 때마다 꼬박꼬박 받아쓰는 고질병이 또 노출됐습니다.


△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때리기’ 꼬박꼬박 받아쓰는 TV조선(4/10)


TV조선 <바다이야기 상품권 대량 폐기 의혹>(2017. 4. 10)은 “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이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몰수한 상품권을 규정과 어긋나게 전량 폐기했다”, “이 때문에 상품권 발행업자들이 엄청난 부당이득을 거뒀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문재인 후보 측의 반박은 “이미 지난 일, 대응할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것만 덧붙였습니다.


‘바다이야기 의혹’은 ‘아들 특혜 채용 의혹’과 함께 자유한국당이 지난 3월부터 열중하고 있는 ‘문재인 때리기’의 레퍼토리입니다. 자유한국당 주장의 요지는 당시 바다이야기 검찰 수사를 노무현 정부가 막았고 이는 바다이야기의 막대한 이익금이 당시 청와대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TV조선은 이런 내용까지 보도하지는 않았고 이날 제기된 의혹만 받아썼습니다.


그러나 2006년, 당시 이 사건 때문에 이뤄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현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사행성 게임과 상품권 발행을 둘러싸고 전국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해 수익의 70~80% 이상을 가지고 가, 조직재건과 활동비로 충당하고 있다는 국정원 보고서도 지금 나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수익의 대부분을 청와대가 아닌 조폭이 수취했고 이 내용이 국정원 보고서에도 있다는 겁니다. 당시 바다이야기 후반부 수사를 지휘했던 특수통 전직 고위 검사도 “금시초문”이라고 하는 등 관련자들의 반론도 나와있죠. TV조선은 이런 내용은 전혀 언급치 않고 오로지 자유한국당 주장만 받아썼습니다.


TV조선 <“문 아들 채용한 인사 담당자 징계”>(2017. 4. 10)는 2007년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노동부 감사 최종보고서를 입수했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을 대변했습니다. “2007년 5월 보고서에는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부적격자를 채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있”지만 “한 달 후 보고서에는 이 문장이 모두 빠졌”있다는 겁니다. 언론의 역할은 대선 후보 검증이지, 특정 후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정당의 주장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TV조선은 의혹 내용과 관계없이, 이 점에서 이미 낙제점입니다.


또한 유독 문재인 후보 논란만 집중 보도하는 편파성도 문제입니다. 이날 JTBC는 2건의 보도로 국민의당 광주 경선에서 대학생을 버스로 불법 동원한 사실을 보도했고 MBN도 1건의 보도가 있습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보도가 없는데 문재인 후보 의혹만 3건 보도한 TV조선은 독보적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