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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과 검증의 연속이었던 지난 한주(2017년 4월 3일 0시~4월 8일 23시 59분) 대선 구도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양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가 점점 활기를 띠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언론사 SNS 페이지 역시 두 후보에 대한 논란을 다뤘습니다.


특히 '2017대선 미디어감시연대'의 4월 12일자 보고서에서는 지난주 SNS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중앙일보 페이스북의 행태를 다뤘는데요,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의 문재인 죽이기


① 문재인 논란기사 중 53% 혼자 보도한 일당백 중앙일보, 문재인은 내가 처리한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 전체 대선 보도량 211건 중 110건의 제목에서 문재인 후보의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그 중 35건은 논란기사인데 전체 언론사가 지난 한 주 보도한 ‘문재인 논란’ 66건 중 53%를 중앙일보 혼자 보도한 셈입니다.


△ 중앙일보의 문재인 논란 보도 비율은 모니터링 대상 13개 매체 공식 페이지 중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중앙일보의 전체 대선 보도 숫자 211건 중 32%가 ‘문재인 논란’ 보도에 쓰인 셈인데, 지난주 13개 언론사의 문재인 논란 보도 평균이 23%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 후보 아들 논란의 경우 지난주 13개 언론사에서 올라온 아들 관련 게시물 31건 중 19건을 혼자 올리며 문 후보 아들에 대한 독보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여줬습니다.


② 중앙일보는 ‘문모닝’ 확성기? … 박지원 말 그대로 전달하는 중앙일보


심지어 중앙일보 페이스북은 언론인지 박지원 대표 확성기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행태 덕분에 ‘문모닝’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인데요. 중앙일보 페이스북은 박 대표의 ‘문모닝’ 발언을 아무런 비판이나 검증, 재해석 없이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 중앙일보에서 보도된 35건의 문재인 논란 게시물 중 9건이 박 대표의 말을 따옴표로 전달한 문 후보 비방입니다.


특히 4월 3일에는 자그마치 5건이나 박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따다 썼습니다. 같은 기사를 2번씩 올리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3일 <박지원, 선거법 위반 논란에 “文처럼 변명 안 해…달게 받을 것”>이란 기사를 각각 “법 위반이라면 위반 된 대로 달게 받으면 된다”(오후 3:04), “전 아들도 없지만 (문 후보처럼) 그렇게 변명하지 않는다 #저격”(오후 3:15)이란 게시글을 달아서 11분 간격으로 두 번 올렸습니다. 같은 날에는 <박지원 “문재인 보복 정치 이끌어, 친문 안희정 지지 의원 공천 협박”>이라는 박 대표 측 주장을 두 번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링크된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게시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지기는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기사와 게시글은 특정 후보를 비판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발언을 따옴표로 옮기기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게시글을 페이스북으로 접한 시민은 이 기사 속 발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박 대표의 말 이외에도 따옴표 보도를 나쁘게 올린 사례는 중앙일보 페이스북에 또 있습니다. 4월 6일 올라온 ‘사돈 음주 은폐 의혹’기사들입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은 <홍준표, ‘盧 사돈 음주운전 논란’에 “문재인 잘못... 이런 거 계속 나올 것”>이란 기사를 실었고, ‘한 번만 덮자’는 내용과 함께 <“이호철, 노 전 대통령 사돈 음주 사고 힘들어지니 덮자고 했다”>는 기사를 링크했습니다. 기사의 내용에는 문 후보 측의 해명이 일부 반영되어있지만 해당 게시물의 편집은 의혹이 사실인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기자가 사실에 대한 검증 없이 있는 그대로 정치인의 말을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처럼 기사의 제목에 겹따옴표를 사용하는 보도, 다시 말해서 정치인의 권위에 기대어 그의 발언을 따옴표 처리해 전달하는 보도가 많아졌습니다. 이 보도들은 분명 오보가 아닙니다. 박지원 대표나 홍준표 후보가 이런 말을 한 것 자체는 ‘팩트’(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를 제목으로 처리했을 때는 보다 선명하게 주제가 전달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팩트를 전달했다고 해서 모두 적절한 행위일까요? 언론은 그들의 발언이 적절한 것인지 종합적, 객관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이를 해석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방기한 채, 양쪽의 공방을 따옴표 처리하여 전달만 하는 것은 정치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스스로를 ‘감시자’ 또는 ‘해석자’가 아닌 ‘단순 전달자’로 전락시킨 언론, 치열한 검증 노력 없이 의혹제기 발언과 비판성 발언만을 마구 전달하는 언론은 결국 흑색선전에 동참하여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시민에게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발로 뛰어야하는 기자의 의무를 망각한 채 자기 입맛에 맞는 정치인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것은 선거 국면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태도입니다.  

 

③ 안철수 ‘조폭’ 의혹, ‘어이없다’ 해주는 중앙일보


4월 6일 중앙일보 페이스북은 안철수 후보의 ‘조폭 경선 연루설’ 진위 여부에 대한 취재기사는 없이 안 후보 측의 ‘어이없다’는 반응을 담은 기사만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친구가 어이없는 일을 겪었을 때 공감하며 함께 어이없어 해주는 좋은 친구처럼 말입니다.


△ 안철수 후보 논란과 문재인 후보 논란을 다루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게시물


“....내가?”라는 글과 함께 <안철수 “내가 조폭과 관련? 검증은 좋다만 제대로”>, <신지호 “안철수 조폭 논란? 조폭은 국민 아닙니까”>, “실소를 금치 못한다”는 글과 함께 <국민의당 “조폭 운운하는 文 캠프, 네거티브를 해도 좀...”>는 기사를 게시하는 식입니다. 이날 올라온 안철수 ‘조폭설’ 게시물이 총 8건인데 그 중 6건이 이런 식입니다.


이런 태도에선 지금까지 문 후보 아들 논란에 ‘장작을 넣던’ 중앙일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문재인 아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듯 ‘란닝구’ 패션 사진에 지인 블로그, 페이스북 게시물까지 가져오며 문 후보 아들을 ‘띄웠던’ 중앙일보입니다. 심지어 문 후보 아들을 ‘뭔가 해낼 친구’라고 칭찬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가져오면서도 “논란이 된 ‘뭔가 해낼 친구’”(4월 7일)라며 조롱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중앙일보가 ‘조폭’과 ‘불법 경선 의혹’은 검증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도대체 이런 판단은 어떻게 내리게 된 걸까요. 중앙일보는 이번 대선에서 언론이 아닌 선수로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는 정말 최선을 다해 언론의 본분을 다하고 있습니까?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