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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보이고 있는 일관된 논조는 "결코 문재인 정부에게 우호적이지 않다"에 방점이 찍힙니다. 물론, 노무현의 참여정부를 경험했던 이른바 '깨시민'들에게는 이 같은 언론생태계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은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를 넘어 새로이 '다이아몬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워딩이 바로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이름의 끝자를 딴 이 애칭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화제가 되었던 <세탁소 주니>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으며, <하고 싶은 거 다 해> 역시 어찌보면 끝까지 지켜주지 못 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어쨌든 오늘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대한민국 언론매체의 저질적 행태를 짚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근거를 'NewBC뉴스'의 보도 기사 소개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6월 20일, '뉴비씨 뉴스(NewBC)'는 <미국 언론은 아무도 보도하지 않는 '트럼프 격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론을 통해 여론이 증폭되는 과정은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가장 정상적인 것은 최초 보도가 이루어지면 다른 매체가 추가 취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덧붙어 후속 보도가 이루어면서 전면적인 여론으로 확산되는 경우"라고 짚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언론매체들의 행태가 전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NewBC'는 "언론 대 언론, 혹은 언론과 관계자끼리 서로 핑퐁식으로 주고 받으면서 여론을 증폭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는 별 시덥지 않은 사안을 마치 큰 일이나 되는 것처럼 과대 포장할 때 많이 쓰는 방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언론이 서 있는 지금의 위치는 어디 쯤이나 될까요? 또한 지향하는 바와 맡겨진 역할에 따라 시시각각 논조를 바꾸고 있는 게 바로 언론이라면, 독자의 권리적 측면에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요?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수꼴 지라시, 그리고 그보단 조금이나마 변별적 기사를 싣고 있을 거라 기대했던 입진보 지라시는 오늘도 열심히 무언가를(또는 누군가를) 위한 기사 송고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숙히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기사들이 연합뉴스발 배설물의 받아쓰기 내지는 약간의 짜깁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참으로 일 안 하는 언론 기레기들입니다. 현장 취재라는 건 이미 10년 전 어느 회식자리에서나 들릴 법한 고전적 기사 송고의 행태가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술자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두세 개 기사를 짜깁기한 내용으로 데스크에게 욕 먹지 않을 기사 하나를 창조해내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NewBC'가 보도한 기사에 대해 생각하기로 한 날이니 만큼 앞에서 언급했던 <핑퐁식으로 주고 받으면서 여론을 증폭시키는 경우>에 대해 아래와 같이 'NewBC'가 보도한 기사를 옮겨 적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이미지 출처 - 뉴비씨뉴스


(핑퐁식 여론 증폭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조중동과 보수정당의 핑퐁식 과장이다. 조중동에서 뭔가를 보도하면 보수정당이 이를 받아 논평을 발표하거나 주요 정치인이 언급하면서 성토를 한다. 그러면 조중동은 또 보수정당의 반응을 기사화하여 여론을 증폭시키고, 이것은 다시 보수정당의 비난 선전의 도구가 된다.


이런 방식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국제뉴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 매체가 서울발, 워싱턴발, 동경발로 무슨 기사를 보도하면 외신은 이를 근거로 서울발 기사를 올리고, 국내 매체는 이것을 외신발 기사로 포장하여 다시 기사를 쓴다. 내용은 모두 같다. 단지 외신이라는 권위가 덧붙여졌을 뿐이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외신의 서울 주재기자가 한국 기사를 쓰면 이를 외신발 보도로 국내 매체가 인용하여 보도한다. 그러나 이럴 때 서울 주재기자, 혹은 통신원은 조중동 기자나 다름 없는 한국인일 경우가 많다(물론 외신의 한국인 기자가 다 이렇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뉴스위크 한국어판에 기사가 실리고, 이것이 뉴스위크 아시아판에 게재되면 뉴스위크 보도로 둔갑하여 국내 매체에 일제히 게재되는 경우도 많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배치 연기 방침, 정확히는 환경영향평가 방침에 '격노했다'고 한다. 이번 보도는 지금까지의 국내 매체와 외신간의 주고받기식 보도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 기사의 최초 보도매체는 연합뉴스다. 워싱턴 특파원이 어느 국적인지 명시되지 않은 고위관계자를 인용하여 "트럼프가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국내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가운데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욕설까지 했다"는 내용을 추가하여 보도했다. 이후 언론들은 이 내용을 추가하여 보도했다. 이 내용을 일본 아사히 신문이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전반적인 한·미 관계에 대해 보도하면서 '격노' 부분을 언급하고 "배은망덕하다(恩知らず)"는 표현을 추가했다. 다시 국내 언론은 일본 언론까지 보도했다며 추가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서울발, 즉 아사히 신문의 서울지국장이 쓴 기사이고 취재원은 연합뉴스와 자사 취재원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국내 언론과 외신의 주고 받기식 보도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있다. 미국 언론이 이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발은 물론 서울발 기사도 없다. '격노'라는 표현은 한국과 일본 언론의 과잉 표현이라고 해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대통령이 최소한 "언짢은 반응"이라도 보인 것은 매우 중요한 뉴스다. 즉 뉴스가치가 없어서 보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부 관계자 중 누구도 이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연합뉴스의 취재원을 "어느 국적인지 명시되지 않은 고위관계자"로 얘기한 것은 이유가 있다. 국내 언론의 보도에 이 "관계자"는 매체에 따라 "미국 정부 관계자"로 표시되기도 하고 "한국 정부 관계자"로 나오기도 한다.


더구나 연합뉴스의 최초 보도를 보면 "이것이 사실이라면(if true)"라는 표현이 나온다. 취재원이 신빙성이 있고, 본인이 직접 들은 얘기라면 이런 식의 표현을 쓸 수가 없다. 어떤 고위 관리가 "트럼프가 격노했대"라고 얘기를 해줘서 "정말이예요?"라고 물어봤는데 "나도 몰라" 이렇게 얘기할 리가 있는가? 기자가 없는 얘기를 만들어서 쓴 것은 아니고 누구에게선가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사실이라고 해도 기자 자신이 진위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정도의 언급이었다는 얘기다.


즉, 연합뉴스 기자는 미국 관리인지 한국 관리인지도 불분명한 취재원으로부터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언급을 전해듣고 기사를 쓴 것이다. 이런 정도의 사실을 확인해줄 미국 관리는 없다. 물론 한국 관리도 악의를 갖지 않는 한 이런 사실을 확인해주지는 않는다. 이것이 미국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를 가지고 국내 언론은 마치 트럼프가 책상을 뒤집어 엎기라도 한 것처럼 난리들을 치고 있다. 왜 이럴까? 왜 연합뉴스 기자는 신빙성도 부족하고 출처도 불분명한 근거로 기사를 쓰고, 우리나라 언론들은 이를 바탕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도배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우리나라 민주 진영의 지도자와 정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취미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미관계가 원활하게 흘러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심심하기 때문이다. 곧 있을 한미 양 정부의 첫번째 정상회담이 쌈빡하게 진행되어 문재인 대통령이 (가뜩이나 빛나고 있는데 더더욱) 빛이 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맨날 두들겨 패던 사람이 빛이 나기 시작하면 뭐가 좀 이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는 그들에게 주어진 권능을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그걸 가지고 그냥 취미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