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PD수첩이 비정상적이었다고? - PD수첩 작가들이 고발한 내용을 낱낱이 까발려줄께~
"'MBC요? 거절하겠습니다' <PD수첩> 취재 작가들이 취재, 인터뷰 요청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심지어 전화조차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얼굴이 MBC 로고와 함께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던 이도 있었다. 그때마다 작가들은 '죄송하다'라고 말해야 했다. MBC라서 진심으로 죄송했다. 섭외와 취재의 최대 걸림돌은, MBC 그 자체였다"
MBC <PD수첩> 작가들이 제작중단에 돌입한 PD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PD수첩> 작가 김영민, 류가영, 문정화, 박수정, 송애림, 송현정, 이소정, 이아미, 인소희, 정초희, 조희정, 차주영 등 12명은 2일 성명을 내고 PD들의 ‘제작중단’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그동안 작가들이 겪은 ‘비정상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며 “집필은 중단됐지만, 굴복하지 않겠다. 다시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PD수첩>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작가들은 이날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메인작가들은 처음부터 PD들과 같이 집필을 안 할 생각이었는데, 사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사측이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필중단이라고 선언하기보다는 중단 지지라고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장형원 팀장이 보직 사퇴한 후 새로 부임한 김지수 팀장으로부터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들은 조창호 국장과의 면담도 신청했지만 '만나지 않겠다'고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아미 작가는 "새 팀장이 오면 예전같으면 당연히 얘기도 하고 인사도 나누고 식사도 하는 게 관례였는데, 라디오 쪽에서 오신 분이라 그런지 인사도 못한 채 며칠이 그냥 지났다. (PD들 제작중단 이후) 스태프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관리 책임이 팀장에게 있으니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PD수첩> 작가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취재 당시 ‘MBC요? 거절하겠습니다’, ‘PD수첩에서 하실 수 있겠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왔다고 토로하며 “MBC라서 진심으로 죄송했다. 섭외와 취재의 최대 걸림돌은, MBC 그 자체였다”라고 고백했다.
<PD수첩> 작가 12명은 또한 PD들의 제작중단이 ‘특정 세력을 위한 정치적 행위이며, 시청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발언한 MBC 경영진을 향해, “MBC 사측이 내놓은 성명서들을 보고 있자면, 실소가 터진다. 분노가 끓는다. <PD수첩>을 난도질 해온 그들의 민낯. 작가들이 보았고, 제작진 모두가 겪었다”며 “<PD수첩>을, 우리 작가들을 부끄럽게 만든 장본인은 누구인가? ‘비정상’적인 시스템과 사측의 ‘불공정’한 압력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PD수첩> PD와 작가들이 제작중단을 선언하는 이유가 결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 <PD수첩> 작가들은 “2016년, 시민들이 촛불을 든 이유는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 아니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나라를 나라답게 되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며 “<PD수첩> 제작 중단을 지지하는 작가들 역시 그렇다. 목격한 것에 침묵하지 않는, 살아있는 어떤 권력과도 단호하게 맞서는, 다시 우리는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서 글을 쓰고 싶다”고 호소했다.
'일베' 모니터 지시…"태극기집회와 같은 분량으로 촛불집회 문제점도 짚으라"
이어 <PD수첩> 작가 12명은 그동안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박용찬, 정연국 전 시사제작국장이 지시한 ‘비정상’적인 행태들을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박용찬 전 시사제작국장은 지난 2월 <탄핵, 불붙은 여론 전쟁> 편 방송이 나간 후 ‘MBC 홈페이지 게시판과 일간베스트 게시판의 반응을 취합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작가들은 “설마 공정방송 MBC의 <PD수첩> 국장께서 일베 회원들의 불편한 심기를 걱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아니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국장은 <탄핵, 불붙은 여론 전쟁> 편을 제작할 당시에는 “촛불집회도 돈 받은 사람들 있다던데, 왜 취재하지 않았나?”라고 물으며, ‘태극기 집회의 문제점을 짚으려면, 같은 분량으로 촛불집회의 문제점도 짚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도 박 전 국장은 2016년 9월 <한반도 대지진의 전주곡> 편 제작 당시 주민들이 입고 있던 조끼에 적힌 ‘원전반대’라는 문구를 지적하며 ‘원전인근주민들의 인터뷰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2016년 5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왜 외면당했나?> 편을 제작할 때는 심상정 의원 인터뷰 삭제를 지시했다. 심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2012년 8월부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제정을 촉구하며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주목해온 인물이었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정치적 사안이 아님으로 ‘국회의원’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사유였다.
뿐만 아니라 박 전 국장은 한 여성 전문가 인터뷰에 대해 ‘비디오에도 신경 좀 쓰세요’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가들은 “인터뷰이가 여성인 경우에만 유독 ‘비디오’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박 전 국장뿐 아니라 정연국 전 시사제작국장은 2015년 3월 <공소시효,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편을 제작할 당시 표창원 소장(현 의원)의 인터뷰 삭제를 지시하며, “쓰면 안 되는지 몰랐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은 지난 6월 <GMO 그리고 거짓말> 편을 사전에 시사하면서 옷에 세월호 리본을 단 시민을 향해 ‘저 사람은 일반 시민이 아니지?’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가들은 “세월호 리본 하나면, ‘일반시민’이 아닌 ‘특별시민’이라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PD수첩> 작가들은 이들 국장들을 향해 “모든 것을 지켜본 <PD수첩>작가들은 묻는다. 우리가 겪은 이 모든 <PD수첩>의 ‘비정상’적 지시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라고 물었다.
한편 <PD수첩> PD 10인은 지난 21일 오후 6시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한 상황이다. PD들은 경영진이 불합리한 이유로 노동문제 관련 기획안을 거부한 것을 사유로 밝히며, 지금까지의 '제작 자율성 침해'에 대한 전반적인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PD수첩> 작가 12명이 고발한 경영진의 ‘비정상’ 행태, <PD수첩 작가들이 겪은 ‘비정상’ <PD수첩>의 실태를 고발합니다>의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기계적 중립성’인가
시사프로그램 작가는 구성안과 대본집필은 물론 취재 전반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 <PD수첩> 작가들에게 사측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것, 바로 ‘기계적 중립성’이다. 중립성,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요구한 ‘기계적’ 중립성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공정성을 잃게 만든 ‘도구’로 활용됐다. 중립이 아닌 최악의 편향성이었다.
탄핵 찬성과 반대 두 진영의 여론 전쟁을 다뤘던 2017년 2월 <탄핵, 불붙은 여론 전쟁>편 제작 당시의 일이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 영상을 지켜보던 당시 박용찬 국장의 지적은 간단명료했다. “촛불집회도 돈 받은 사람들 있다던데, 왜 취재하지 않았나?” 태극기 집회의 문제점을 짚으려면, 같은 분량으로 촛불집회의 문제점도 짚으라는 것이다. 지시는 이어졌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삭제하라는 것. “애초에 취재가 편향됐다.”는 지적까지 했다.
<PD수첩>의 국장은 왜 ‘일베’ 모니터를 지시했나?
그렇게 어렵게(?) 다듬어진 <탄핵, 불붙은 여론 전쟁>편 방송이 나간 후, 박용찬 국장은 색다른 지시를 내렸다. ‘MBC 홈페이지 게시판과 일간베스트 게시판의 반응을 취합하라’는 것. 일을 맡은 취재작가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든 ‘비정상’적인 지시였다. 정말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면 홈페이지 게시판은 그렇다 쳐도, 왜 극우성향인 ‘일베’의 게시판 분위기를 확인해야했던 걸까. 그렇게 운운하는 ‘중립성’을 위해서라면 다른 성향의 커뮤니티 반응도 알아보라 지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설마 공정방송 MBC의 <PD수첩> 국장께서 일베 회원들의 불편한 심기를 걱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아니었길 바란다.
‘세월호’ 리본을 달면 ‘일반시민’이 아니라는 <PD수첩> 국장
막말지시는 디테일하기까지 하다. 2015년 8월 방송된 <선생님! 저를 만지지 마세요>편 당시에는 정연국 국장이 전교조 측 인터뷰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인터뷰는 화면에 나온 전교조 마크를 잘 보이지 않게 한 뒤에야 나갈 수 있었다. 2016년 9월 경주지진을 다뤘던 <한반도 대지진의 전주곡>편에서는 박용찬 국장이 원전인근주민들의 인터뷰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주민들이 입고 있던 조끼에 적힌 ‘원전반대’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올해 6월 <GMO 그리고 거짓말>편 시사 과정에서 조창호 국장은 기이한 발언을 한다. 한 시민의 인터뷰를 보던 중 ‘저 사람은 일반 시민이 아니지?’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던진 것. 옷에 세월호 리본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 알았다. 세월호 리본 하나면, ‘일반시민’이 아닌 ‘특별시민’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MBC 사측은, <PD수첩> ‘인터뷰이’ 감별사인가?
인터뷰이에 대한 삭제 지시는 빈번했다. 2016년 5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왜 외면당했나?> 편 삭제 대상은 심상정 의원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정치적 사안이 아님으로 ‘국회의원’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삭제를 지시했다. 심상정 의원은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2012년 8월부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제정을 촉구하며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주목해온 인물이었다. 무려 3년간 정부가 방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함께 하며 그 대책마련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인물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역시 심상정 의원을 빼고는 이 문제를 논할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2015년 3월 <공소시효,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편에서는 정연국 국장이 범죄 심리 전문가인 표창원 소장(현 의원)의 인터뷰 삭제지시를 내렸다. “쓰면 안 되는지 몰랐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는 몰랐다.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혀온 것이 문제였던 걸까? 인터뷰이 선정에 있어 MBC 사측의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
2016년 6월 <박유천 성폭행 의혹 논란>편 시사 도중, 박용찬 국장은 심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연예인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 문제를 지적하는 인터뷰를 보던 중이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인터뷰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MBC를 공격하는 사람을 왜 쓰냐’는 것이다. 인터뷰이가 평소 MBC에 쓴소리를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발언들이었다.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터뷰이조차 자신들의 잣대로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면서, 번번히 삭제지시를 하면서, 공정방송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시사제작국장으로서의 자격이 의심되는 발언은 또 있다. 한 여성 전문가의 인터뷰 영상이 나오자 던진 박용찬 국장의 발언은 참으로 가관이다. ‘비디오에도 신경 좀 쓰세요’. 인터뷰 내용인 ‘오디오’보다 ‘비디오’, 즉 외모 때문에 인터뷰이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시사프로그램의 인터뷰이가 외모로 결정되었나. 인터뷰이가 여성인 경우에만 유독 ‘비디오’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것을 지켜본 <PD수첩>작가들은 묻는다. 우리가 겪은 이 모든 <PD수첩>의 ‘비정상’적 지시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