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D연합회가 블랙리스트‧방송장악 책임을 물어 이명박‧박근혜‧원세훈에 대한 법의 심판을 촉구했다
최근 국정원 산하 '개혁발전위원회'(국정원 개혁위)가 공개한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82인 외에 '방송사 PD 블랙리스트'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PD연합회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방송농단에 대한 책임을 지는 한편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습니다.
한국PD연합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방송계에 대해서 광범위한 사찰을 벌이고 정권에 비판적인 출연자나 연출자에게 출연제재‧퇴출 등 불이익을 준 정황이 국정원 개혁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며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국정원장 등 주요 책임자들은 지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댓글공작은 물론 이번에 마각이 드러난 방송농단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고 구속되었다. ⓒ뉴시스
국정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적폐청산 T/F로부터 넘겨받은 MB(이명박)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 수사 등 후속 조치를 의뢰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시기 국정원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과 방송인을 상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에 대해 방송 출연 통제‧퇴출‧프로그램 폐지 등의 불이익을 가했습니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이를 주도한 것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며,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한 이후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하여금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케 했습니다. 이 T/F는 청와대와 문건을 주고받으면서 △문화‧예술‧연예인에 대한 감시‧견제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감시‧통제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여부 조사 △김재철 전 사장 취임을 계기로 한 MBC 정상화 전략 추진 등을 논의하고, 실제로 이행했습니다.
국정원 개혁위는 1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블랙리스트 82인의 명단도 공개했습니다. 개혁위는 문화‧예술인, 방송인, 배우, 가수, 영화감독 등 다양한 인사들의 실명을 공개했으나, 방송사 PD 블랙리스트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서는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방송사PD들의 정확한 명단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한국PD연합회의 성명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송농단의 뿌리, 만천하에 밝혀내라!
- 이명박 · 원세훈 국정원의 방송농단을 접한 한국PD연합회의 입장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방송계에 대해서 광범위한 사찰을 벌여 정권에 비판적인 출연자들을 퇴출시킨 정황이 국정원 개혁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을 포함 82명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언어 테러로 명예를 실추 △左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불신감 주입 △촛불시위 참여를 통해 젊은층 선동 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을 조장하고 강제 퇴출시키는 공작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여론을 주도하는 문화계 인물의 퇴출을 주도했다.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비판적인 연예인의 프로그램 배제 · 퇴출 및 소속사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 등 전방위적 공작을 벌였다. 이 무렵 주요 라디오 진행자들이 차례차례 퇴출되고 김제동이 진행하던 <환상의 짝꿍> 등 프로그램이 폐지됐는데, 이러한 방송파괴 행위의 배후에 다름 아닌 국정원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방송농단의 몸통은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였다. 국정원은 이 모든 활동 내용을 ‘VIP 일일보고’, ‘BH 요청자료’의 형태로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청와대는 2009년 9월 이후 6차례에 걸쳐 각종 문건을 통해 국정원의 방송계 사찰 및 농단을 지시했다. 청와대가 문화 · 연예인에 대한 감시, 견제 뿐 아니라 ▲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2009. 9) ▲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2010. 5) 등 PD들의 제작 행위를 극우 잣대로 분류, 감시하고 공영방송의 인사에 개입하도록 국정원을 사주한 사실은 특히 충격적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1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지만, 특정 PD의 특정 프로그램을 좌편향으로 낙인찍어 겁박할 태세를 취한 것만으로도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방송의 독립을 부정한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한국PD연합회는 3,000 회원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방송농단의 뿌리인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강력히 규탄한다.
국정원은 MBC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2010년 3월 원세훈 국정원장의 직접 지시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작성, ▲공영방송 잔재 청산 ▲고강도 인적쇄신 ▲편파프로 퇴출 등 MBC 장악의 모든 프로세스를 배후에서 유도했다. 따라서 국정원은 공영방송 MBC를 처참하게 망가뜨린 ‘공범자’에 다름 아님이 드러났다. 이 뿐이 아니다. 국정원은 ▲ 2010년 3월 특정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방송대상’ 수상작 선정에서 탈락시키라고 요청하고 ▲ 2010년 10월 국정원장의 직접 지시로 SBS ‘물은 생명이다’ 특집 행사에서 4대강 사업 비판 자제를 유도하는 등 은밀한 곳에서 집요하게 방송을 농단했다.
국정원의 이 모든 음습한 공작이 국가안보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주요 책임자들은 지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댓글공작은 물론, 이번에 마각이 드러난 방송농단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를 누르기 위해 국가안보기구를 사유화하여 국정원의 위상을 추락시킨 부분에 대해서도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이들에 대해 국가정보원법의 정치관여금지 및 직권남용으로 검찰 수사를 권고했지만, 국정원법 위반 정도가 아니라 국기 문란의 중죄로 다스려서 다시는 국내 정치에 관여하고 방송을 농단하는 중대 범죄를 꿈도 꿀 수 없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집요하고 치밀한 공영방송 장악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인 동시에, 박근혜 정부가 양산한 방송 적폐의 뿌리였음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9년 동안 우리 공영방송이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졌는지 지금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방송 파괴의 주범인 이명박, 원세훈은 물론, 이들의 범죄에 호응하여 KBS와 MBC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선 방송사 내의 책임자들도 철저히 색출하여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언론노조 KBS · MBC본부의 파업투쟁이 두 주일째 접어들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독버섯처럼 키워놓은 방송적폐를 청산하고 공영방송을 다시 세워서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정의로운 몸짓이다. 이 정당한 파업투쟁을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김장겸과 한 배를 탔다”고 공언하는 수구 정치세력은 호시탐탐 반격을 노리고 있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적폐 세력은 반격의 빌미를 자꾸 만들어 낼 것이다. 공영방송의 적폐세력을 신속히, 단호하게 청산하지 않으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결단의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이 수차례 공영방송 바로세우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으니 이제 가시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촛불혁명 이후 각계의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오직 공영방송의 적폐들만 ‘임기 보장’을 외치며 대세를 거스르는 건 민주 사회의 상식과 이성에 맞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쌓아놓은 범죄의 토양에서 박근혜 정권 내내 자라난 방송 적폐 세력을 일소하는 것은 단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촛불시민의 지상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