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SBS본부가 MB국정원의 손발 노릇한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KBS‧MBC뿐만 아니라 SBS에도 정권 비판적인 연예인의 출연 배제 압력을 넣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언론노조 SBS본부가 박정훈 사장, 우원길‧이웅모 전 사장 등 전‧현직 SBS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묻고 이들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SBS본부는 19일 ‘SBS 블랙리스트 압력…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SBS 드라마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에도 ‘블랙리스트 연예인’에 대한 국정원의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 압력이 집중됐던 2009~2013년 SBS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우원길 현 SBS 미디어홀딩스 회장 보좌역을 비롯 박정훈 현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들은 당장 물러나라”고 촉구했습니다.
1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2010년 허 모 드라마국장, 김 모 총괄기획 CP등 SBS 간부급 관계자들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권해효‧김규리 등을 드라마에서 배제할 것을 요청했으며, 해당 언론사는 김규리의 경우 모 관계자가 캐스팅 배제를 약속하는 등 ‘국정원의 지침이 대부분 실행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PD저널>은 2010년 드라마 '제중원'을 연출했던 홍창욱 SBS 드라마 PD를 통해 "실제 그런 지시가 있었고 이행될 뻔한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권해효의 경우에는 다수의 SBS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큰 불이익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권해효가 큰 불이익을 받지 않은 건 드라마 PD들의 저항 덕분"이었다는 주장도 함께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SBS본부의 성명에서도 “허 모 드라마국장은 <제중원>의 홍 PD에게 권해효를 무조건 드라마에서 빼라고 요구하고 홍 PD는 타당한 이유 없이 무조건 뺄 수 없다며 버텼다”며 “국정원을 통한 압력이 있었지만 담당 PD의 소신 덕분에 불발에 그쳤다. 일선 드라마 PD들의 저항 덕분에 권해효는 <제중원> 이후에도 SBS 여러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SBS본부의 성명서에 따르면 이 밖에도 MB국정원의 ‘블랙리스트 연예인’ 배제 압력이 드라마국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배우 권해효와 방송인 김제동. 이들은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 ⓒ뉴시스
무엇보다 먼저 SBS본부는 “배우 문성근은 간판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 여러 차례 SBS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았는데, 2009년 이후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며 “방송인 김제동의 경우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 20주년 특집방송의 진행자로 섭외까지 마쳤는데 결국 상부의 압박으로 취소되었"음을 알렸습니다.
나아가 SBS본부는 “2015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재벌가의 부당한 특권과 그릇된 의식’을 고발하는 내용을 방송하려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압력이 제작진에 전달됐다”며 “방송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조석래 효성 회장 부분이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성명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SBS '블랙리스트' 압력…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
SBS에도 이른바 '블랙리스트 연예인'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오늘(19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 초 국정원은 SBS에 배우 김민선 씨와 권해효 씨의 출연 배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실제로 김민선 씨의 경우 캐스팅 배제를 약속했다는 조처 결과가 보고됐다고도 전했다.
노동조합이 자체 조사한 결과, 당시 허 모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제중원> 연출을 맡은 홍 모 PD에게 권해효 씨를 무조건 드라마에서 빼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 PD는 "권씨가 음주 운전을 했냐? 성 매매를 했냐? 타당한 이유 없이 무조건 뺄 순 없다며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정원을 통한 압력이 있었지만 담당 PD의 소신 덕분에 불발에 그친 것이다. 이런 드라마 PD들의 저항 덕분에 권해효 씨는 2011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 2012년 <유령> 등 SBS 여러 드라마에 이후에도 출연할 수 있었다.
'블랙리스트 연예인' 배제 압력은 드라마만이 아니었다. S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 경력이 있고 2008년 <신의 길 인간의 길> 등 여러 차례 SBS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았던 배우 문성근 씨의 경우, 2009년 이후 다큐 내레이션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문씨 섭외까지 마쳤던 모 PD는 윗선의 지시로 다른 내레이터로 바꿔야 했다고 노동조합에 증언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의 경우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 20주년 특집방송의 진행자로 섭외까지 마쳤는데 결국 상부의 압박으로 취소해야 했다고 한다. 이런 압력이 집중됐던 2009년부터2013년까지 SBS의 총 책임자인 대표이사 사장은 우원길 현 미디어홀딩스 회장 보좌역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주제와 소재 또한 이명박 박근혜 정권 기간에 제한되거나 위축됐던 것은 SBS 내부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한 예로 ‘재벌가의 부당한 특권과 그릇된 인식’을 고발하는 내용의 2015년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회차에서는 대주주의 압력이 제작진에 전달되면서 내용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조석래 효성 회장 부분이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는 최근 담화에서 "부당한 압력에 한 번도 굴복하지 않았다"고 밝힌 박정훈 사장이 제작의 총 책임자인 제작본부장으로, 이웅모 현 미디어홀딩스 사장이 SBS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지난 10년간 다른 지상파 방송이 망가져가는 동안 SBS는 그나마 정상적으로 방송해왔다고 말할 수 있던 때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회장님의 보도지침'이나 '블랙리스트 배제' 압력이 알려지기 전의 일이다. SBS 사측은 지금이라도 과거 정권이나 대주주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했던 사례를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당시 보도, 제작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만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노동조합은 이미 지난 14일 성명에서 방송사유화와 경영농단의 손발 노릇을 했던 전현직 사장에게 당장 물러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인적 청산과 함께 사내외 부당한 압력을 막을 수 있는 불가역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결국은 리셋이다. RESET!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