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민주당 도청사건이 핵탄두급이라는 고대영, 왜 그랬을까요?
2011년 KBS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 당시 보도본부장이던 고대영 사장이 “나중에 진실 드러나면 핵탄두급”이란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민주당 비공개 회의내용이 기록된 녹취 문건을 KBS 내부에서 봤다는 진술도 나왔다.
'KBS기자협회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고위 간부가 참석하는 회의 문건에서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이 ‘나중에 진실 드러나면 핵탄두급이다. 회사 불이익과 관련돼 얘기 안 할 뿐이다’라고 발언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9월 21일 KBS기자협회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기자회견 모습 - KBS기자협회
조사위는 비슷한 시기 “고대영 보도본부장이 당시 기자협회장과의 면담에서는 ‘정치부를 통해서 제3자의 조력을 받았다는 사실만 들었을 뿐 자세한 취재 경로와 제3자의 신분에 대해 일부러 정확하게 따져 묻지 않았다’고 했다”며 추가 조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조사위는 KBS가 이 사건에 깊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다수 증언도 공개했다. 조사위는 “당시 정치부의 책임 있는 기자가 ‘상황이 더 악화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각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도청 당사자로 지목받아 온 장 모 KBS기자가 “(내가 말하면) 파문이 일 것이다.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시끄러워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조사위에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이 자세히 기록된 문건을 KBS 내부에서 봤다는 새로운 증언도 이날 나왔다. 조사위는 KBS 내부 목격자가 “모든 내용이 너무나 자세히 적혀 있었으며 회의 내용을 좔좔 풀어놓은 것처럼 전문이 다 적혀 있었다. 회의 내용을 모두 다 들은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작성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수신료 관련 합의가 어떻게 뒤집어졌는지 녹취록을 보면 그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조사위는 “초기 한두 차례를 제외하곤 핵심 당사자들이 시종일관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의 어려움으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히 당시 보도본부장이던 고대영 KBS 사장과 정치부 보고 라인에 있던 간부급 조사 대상자들, 그리고 한선교 의원은 공문, 전화, SNS를 통한 조사 협조 요청과 방문 조사 시도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사실상 조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보고서를 KBS 기자협회에 제출할 예정이고 향후 의혹을 풀 열쇠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등이 나오면 언제든 다시 진상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6월24일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전날 민주당 수신료 인상 관련 비공개 회의 내용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언급하며 시작된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은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마됐다가 지난 6월 ‘KBS가 문건을 만들었고, 대외업무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이 관장했다’는 당시 보도국장 발언이 공개되며 재점화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 등은 이후 고대영 사장과 한선교 의원(자유한국당) 등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최근 이 사건 재수사에 들어갔다. KBS에선 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이 진행 중이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6월 말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석달 가까이 조사를 진행해 왔다.
KBS사측은 이날 “이른바 사내 진상조사위라는 단체가 주장한 ‘핵탄두급’ 운운하는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은 그런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사실관계에 비추어 이런 언급을 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했다. 이어 “‘KBS에 녹취록 존재 확인’이나 ‘형사처벌 받을 각오’ 등도 근거 없는 거짓 주장으로 KBS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며 “허위 주장 관련자들과 이를 기사화한 언론매체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혀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