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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로 들어서면서 뭔가 창업을 하려고 엉덩이를 들썩이던 사람들에게는 80년대 유행했던 초등학교 앞에서의 '달고나' 만큼이나 달짝지근하게 전해 온 소식이 바로 미소금융입니다. 또 삼성을 비롯해서 굵직한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어느 정도 희망을 품게 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소금융이 애초에 설립을 천명한 취지 자체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주 저렴한 금리(연 4.5% 내외)로 사업자금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본격적인 출범과 함께 각 지역마다 가열차게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뚜껑을 열어놨으니 소규모 영세상인에서부터 해당 키워드가 맞는 프랜차이즈까지 어떻게 해서든 몇 푼 얻어올 수 있겠지 하는 기대심리가 상담창구에 발을 들여놓게 하니까 말입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미소금융을 중앙에서 관리 감독하는 재단이라는 뜻이겠지요. 그 단체가 하는 말이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은 올해 안에 11개의 미소금융재단 출범을 약속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창구를 찾은 75%에 해당하는 민원인들이 벌써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미소금융 대출상품은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면면을 보게 되면 '프랜차이즈 창업자금 대출', '창업 임차자금 대출', '시설개선자금 대출', '운영자금 대출', '무등록사업자 대출' 등입니다. 각각의 대출 프로그램은 500만 원에서부터 5,000만 원까지 나뉘어져 있으며, 엄격한 심사를 통해 결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미소금융의 취지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저신용·저소득층을 위해 마련된 자활자금이며,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경우에만 대출신청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저신용자라도 보유재산이 8,500만 원(광역시 1억3,500만 원) 이하이며, 보유재산 대비 채무액이 50% 미만인 사람들만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그럴 듯 합니다. 그러나 다음의 조항은 10이면 7~8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전산망에 연체로 등재되어 있거나 대위변제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이지요. 참고로 국세 및 지방세 체납정보나 파산 등에 해당하는 공공정보가 등재된 사람이 제외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여기에 언급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겁니다.

그렇다는 것은 위의 조건에 해당되는 영세한 사업자에게는 물 좋은 곳으로 고기가 이동하듯이 대출금을 전환하거나 갈아타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연 4.5% 내외의 이율은 어떤 면에서보면 거저먹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저렴하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금에 목말라하는 대부분의 영세사업자에게는 약만 오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만히 미소금융재단으로부터 첫 테이프를 끊은 삼성미소금융재단이 하는 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출상담뿐만이 아니라 가슴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금융재단을 만들겠습니다. 금융소외계층과 사회취약계층을 지원해 서민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금융소외계층이나 사회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서민 중 얼마나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을까요? 삼성이 호기롭게 선언한 그 취지대로 과연 이 제도가 서민생활 안정에 기여하고 복지 향상에도 이름을 올려 놓을 수 있을까요? 뭐, 시작하는 마당에서야 어느 정도 부풀리고 생색을 내려 하는 거야 당연한 것이겠고, 또한 어떻게 해서든 그 혜택을 받기 위한 약자의 입장에서는 그러려니 하면서 맞장구를 치거나 잘한다고 칭송을 해줘야 되겠지요. 그렇지만 돌아가는 모양새가 사회적기업으로의 평판을 유지하거나 새롭게 기업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명목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약삭빠른 여러 금융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도 '우려'라는 이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기업 대출에는 너무나 파격적인 저금리를 적용한 이 시스템을 악용하여 모럴 헤저드가 난립할 거라는 추측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긍정의 효과를 부정의 되빠꾸(?)로 돌려 놓은데는 누구라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만큼 발빠르게 움직이는 머리들입니다.

가물가물 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을 일부러인지, 아니면 콘티에 의한 것인지 며칠 전 뉴스에서도 보았던 게 생각납니다. 한 기자가 미소금융재단 관계자에게 위에 언급한 내용의 건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이크를 건네 받은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회수가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대출을 함으로써 재단자금의 누수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의지가 하도 강력해 보이기에 저는 '아! 어지간한 사람은 이 자금을 빌려볼 꿈도 꾸지 말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여기까지 살펴보면서 저는 왠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 완전히 파산에 직면한 사람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 당연하겠지요.)

▶ 열댓평 서민 아파트 한채 가지고 있어도 보유재산의 한도제한에 걸리니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 부동산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논쟁거리가 될 수 없을 테니 이것도 패스가 되겠네요.)

▶ 부채가 많아도 대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7등급 이하의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 중에 빚이 없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군요.)

▶ 거기에다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사업성이 있는지 자체적인 심사를 받아내야만 합니다. (☜ 그렇게 엄격하다는 심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겠군요.)

그럼 도대체 어떤 사람이 대출의 수혜자가 된다는 말입니까? 제 짧은 머리로 얻을 수 있는 결론이라는 것은 이렇습니다.

▶ 미소금융재단을 운영하는 11개의 기업과 어느 정도 인맥이 있으며,
▶ 인맥은 없더라도 충분히 로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 무엇보다 과거에 한 두번 정도는 이와 같은 눈먼 돈을 아주 맛있게 먹어본 경험이 있는......

다소 심하고, 거친 표현으로 흐른 듯 합니다만 정말로 위에 나열한 자들이 너무나 쉽게 가져다 쓰는 자금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미소금융재단의 자금이야말로 진정 맛있는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노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정작 이 자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영세사업자들을 뒷방에 몰아넣고 사악하게 웃고 있을 그 누군가들에게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