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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신뢰를 되찾겠다며 새출발을 선언한 MBC <뉴스데스크>가 크고 작은 말썽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제천 화재 관련 보도로 사과 방송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MBC에서 일한 인턴 기자 등 취재기자와 친분이 있는 이들을 인터뷰한 사실이 밝혀졌다.


<뉴스데스크>는 2일 방송을 통해 사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정비 기간을 거쳐 돌아온 지 불과 1주일 만에 두 번이나 사과방송을 하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 1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


지난 1일 방송된 <뉴스데스크>는 "무술년 최대 화두 '개헌'...시민의 생각은?"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이 뉴스는 총 6명의 시민과 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에 대한 의견을 담았다.


그러나 이 뉴스에서 첫 번째로 등장해 인터뷰에 응한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보도본부 뉴미디어뉴스국 소속의 '엠빅뉴스'에서 인턴 기자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12월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최승호 새 사장에게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출입증 목걸이 색깔이 다르다며 MBC 내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과 신규채용 문제 등을 질문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1일 문제가 된 <뉴스데스크> 뉴스를 보도한 남형석 기자와 A씨가 나란히 앉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는 영상이 엠빅뉴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영상에는 A씨가 남 기자를 두고 '선배'라고 칭하는 장면도 담겼다. 두 사람이 1일 뉴스에서 기자와 인터뷰에 응한 시민으로 만나기 전 사전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뒤 일각에서는 같은 뉴스에 등장한 다른 시민들도 해당 취재기자, 혹은 A씨와 연결고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확인 결과 A씨 다음에 등장한 B씨는 A씨와 같은 대학교 재학생으로 A씨와 비슷한 시기에 학보사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남형석 기자가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B씨 다음에 등장한 C씨는 대학 시절 3년간 룸메이트로 지냈던 사이다.


▲ 지난 11월 '엠빅뉴스'에 나란히 출연했던 A씨와 남형석 기자 ⓒMBC


이같은 주장이 속속 나오면서 <뉴스데스크> 게시판에는 100건이 넘는 시청자의 글이 올라왔다. '이제 다시 MBC를 보려고 했더니 바뀐 게 없다', '이런 방송을 하라고 추운 겨울 MBC를 같이 응원한 것이 아니다', '조작 방송을 하다니 실망이다' 등 지난 1일 <뉴스데스크>의 보도에 항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김세의 기자가 <뉴스데스크>에서 친분이 있는 극우 성향의 만화가 윤서인 씨를 일반 시민인 것처럼 속여 방송해 논란이 됐다. 이후 해당 기자가 그 전에도 윤씨의 부인을 뉴스에 등장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관련 보도에서 서울의 한 사무실이라고 언급된 곳이 사실은 MBC 뉴미디어뉴스국의 한 사무실이며, 화면에 등장한 이들 역시 소속 직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당시 MBC 내부에서는 이들 사례 모두를 비판한 바 있다. 윤서인 씨가 등장한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송일준 전 MBC PD협회장은 자신의 SNS에 "'아는 사람 띄워주기' '전파의 사적 농단'이라고 비난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적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012년 보도를 두고는 "MBC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의 프로그램 일반준칙 15조 6항(어떤 프로그램도 시·청취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2012년 7월 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


최승호 사장 취임 뒤 '정상화'를 내걸고 돌아온 <뉴스데스크>는 지난달에도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제천 화재 참사 관련 뉴스에서 화재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공개하며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들과 현장 지휘관을 두고 '직접 구조에 나서지 않고 우왕좌왕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가 입길에 오른 것이다.


이에 <뉴스데스크>는 29일 현장 지휘관의 인터뷰를 방송하며 "많은 분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거기에 응답하는 차원으로 당사자 의견을 전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재차 사실의 정정이나 시청자에 대한 사과 없이 반론만 전하는 것은 부족한 대처라는 지적을 받았고, 끝내 31일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정보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3일 만인 2일 <뉴스데스크>는 다시 한 번 시청자에 사과 방송을 하게 됐다. MBC 홍보국은 2일 <PD저널>에 "오늘(2일) <뉴스데스크>에서 (취재) 경위를 보도하고 사과 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 홍보국은 "A씨는 MBC에서 인턴 기자를 하던 이가 맞다. 기한이 끝나서 현재는 (인턴 기자가) 아니라고 한다"며 "인터뷰 내용을 청탁하거나 조작한 사실은 없지만, 적절하지 않은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