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소통의 중요성
불탄의 마켓ing/Planning Strategy : 2010. 3. 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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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성과를 내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좌초되곤 한다. 이때 그 주된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빠지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소통(疏通)의 문제다. 고객과의 소통에 실패해 고객의 마음을 잘못 읽었거나, 조직 내부 소통의 장벽을 쌓고 있는 경우이다.
창의성의 시대에는 이 같은 소통의 문제가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무리 좋은 품질과 비용 우위를 갖춘 제품일지라도 고객의 마음 속에 울림을 주지 못한다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개개인의 창의성이 집단의 창의성으로 승화되는 것은 서로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와 같이 소통은 고객 가치 창출의 근간, 집단 창의성 발현의 토대 등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집단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인재들이 서로 통섭할 수 있게 해야하며,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잘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건전한 피드백이 숨쉬는 상호 신뢰와 협력적 조직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CEO가 그 선봉장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직 내부의 집단 지성이 고객과의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고객 가치 창출이 가능하며,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창의성의 시대다. 과거에는 ‘좋은 품질(Best Quality)’의 제품을 ‘얼마나 빨리(Speedy)’ 그리고 ‘얼마나 적은 비용(Low Cost)’으로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이것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어 시장을 호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성의 시대에는 이 같은 역량 만으로 부족하다. 시장에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의미 있고(Meaningful)’, ‘가치 있으며(Valuable)’, ‘독특한가(Unique)’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과 비용 우위를 가진 제품이라 할지라도 의미, 가치 그리고 개성 면에서 창의적이지 못하다면, 그 제품은 고객의 눈 높이를 맞출 수 없고 고객의 마음 속에 울림을 주지 못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창의적 기업’이란 꿈과 숨은 복병
많은 기업들이 창의성을 강조하며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컨대, 톡톡 튀는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색다른 동기부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조직 내부의 운영 방식도 자율과 창의가 넘치는 방식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 모두가 창의적 기업으로 거듭나, 시장에 인정받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백 년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싶은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창의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들이 항상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달리 냉혹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창의적인 기업을 향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창의적 인재가 내놓은 색다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마는 경우. 창의적인 신제품 아이디어가 기능 간의 불협화음으로 제때 출시되지 못하고 지연되는 경우.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선보인 창의적 신제품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 외면을 받는 경우. 모두가 고객과의 소통 문제, 조직 내부의 기능 간의 소통 문제,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 문제가 숨은 복병처럼 조직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조직의 창의성은 단순히 시스템이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서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창의성 발현에 좋은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 이상으로, ‘색다른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의적 결과물을 낳게 할 수 있는가’에 있다. 특히,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소통(疏通)의 문제가 창의성 발현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통(疏通)이 주는 이점
원래 소통이란 ‘(1)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2) 막히지 아니하여 잘 통함’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를 기업 경영에 적용해 보면, 하나는 고객과 기업, 조직 내부의 다양한 조직 간, 임직원들이 원활히 의사소통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하나는 단순히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정보, 지식, 경험, 물리적 자원 등이 막힘 없이 잘 흐르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소통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소통에 능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가진다.
● 집단 창의성 발현과 조직 시너지 배가
첫째, 집단 창의 발현의 밑거름이 된다. 창의성의 시대에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서로 공감하고 집단 전체의 창의성으로 승화할 수 있을 때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소통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구성원들 간의 건강한 소통은 서로의 색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건전한 논의와 비판 속에서 서로의 생각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통은 조직 내부의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기능 조직 간의 상호 협력과 시너지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현실적으로 조직 내부의 모든 기능 조직들이 동시에 창의적일 수 없다. 다만, 어느 한 기능 조직에서 발현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의 갈등과 마찰 때문에 사장되거나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가져오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이는 조직 내부의 다양한 기능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 고객 중심 경영의 견고화
둘째, 소통은 고객 중심 경영을 더욱 견고히 해주는 역할도 한다. 고객 중심 경영의 핵심은 조직 내부의 창의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는가에 있다. 그런데, 창의적인 기업이라고 할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공급자 중심 마인드’내지는 ‘기술 지상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창의성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적 발전으로만 가능하다고 오해해, 고객은 별로 원하지 않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델(Dell) 컴퓨터가 데스크톱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의 장점 만을 골라 출시한 ‘올림픽’이 대표적인 예다. 기술적으로 매우 훌륭한 제품이었고, 홍보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시장은 이를 외면하고 만다. 그 이유는 당시 고객들은 기능이 복잡하고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올림픽은 고객을 위한 기술이라기 보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델 컴퓨터의 사례는 고객 가치 창출은 꼭 어렵고 복잡한 기술적 진보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오히려 감성적인 부분에 있을 수도 있다. 이를 간파하기 위해서도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중요한 것이다.
● 신뢰와 믿음의 문화 형성
궁극적으로 소통은 공동체의 신뢰와 믿음의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앞서 언급한 고객 중심 경영, 기능 간 협력과 시너지, 집단 창의성 발현, 이 모두가 공동체 안의 신뢰와 믿음의 문화가 뒷받침 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사실 기업의 성과 창출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가능할 수 있다. 때로는 우연한 발견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때로는 최고 경영자의 카리스마가 탁월한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신뢰와 믿음을 토대로 한 원활한 소통의 문화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소통은 조직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살아 숨쉬게 하고, 이를 통해 고객 가치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뢰와 믿음의 문화를 형성하게 해주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겠다. 이하에서는 소통에 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기업 경영 포인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기업은 창의성 시대의 한 복판에 서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과거에는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이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창의성의 시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 말도 수정될 필요가 생겼다. 이제는 개인 창의성을 넘어 집단 구성원 전체의 창의성이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통은 집단의 창의성 발현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러한 집단 지성이 고객 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 경영의 포인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천재를 넘어 집단 지성의 활용으로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의 저자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 월리엄 더간 교수는 “혁신은 한 명의 천재가 자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창출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직간접적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기업이 천재라고 하는 소수 인재들에게만 혁신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오히려, 창의성이 발현되는 메커니즘을 조직 내부에 널리 확산할 수 있다면 천재 한 명의 성과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전략적 직관의 핵심 골자도 개인의 창의성에 대한 의존을 넘어서 집단 지성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는 의미다.
원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훨러가 개미의 생태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개념이다. 그는 “거대한 개미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개미는 하나의 개체로서는 미미해 보이지만,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집단의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개념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경제 사회 전반에서 활용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위키피디아와 웹2.0이다. 위키피디아의 발전 과정을 보면, 지식·정보의 생산자나 수혜자가 따로 없이 누구나 생산할 수 있고 모두가 손쉽게 공유하면서도 정체되지 않고 계속 진보하는, 집단 지성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집단 지성은 단순히 자연 생태계 연구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더간 교수의 말처럼, 기업 경영의 현장도 한 사람의 창의성보다는 공동체의 집단적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을 때 의미 있는 성과 창출이 가능한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 많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개인의 창의성을 넘어 집단 창의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창의성의 시대에 놓여 있는 우리 기업들도 하루 빨리 집단 지성의 힘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다양한 인재들의 통섭(統攝)을 꾀하라
앞서 언급한 집단 지성을 기업이 활용한다는 진정한 의미는 개별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을 집단의 창의성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출발점은 아무래도 인재에 대한 생각과 관리 방식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즉,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소통하며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 통섭(統攝)이란 화두를 던져온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얘기를 귀담아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철학, 과학, 예술을 한 사람이 섭렵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다산 정약용의 시대가 바로 그러하다. 그 시절에는 인간의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파고드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21세기는 인간이 축적한 지식이 너무나 방대해서 한 사람이 한 분야를 깊이 파기에도 버거운 시대가 왔다.”라고 말하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문제를 함께 풀어야만 진정으로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창의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기업도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집단 지성의 활용을 통한 복잡한 경영상의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우물을 파도 더 깊이 파야만 수맥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옛말에도, ‘우물을 깊이 파려면 넓게 파라’는 속담이 있듯이, 깊고 넓게 파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여럿이 함께 파야 한다. 이것이 바로 통섭이고, 다양한 인재들의 통섭을 유도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인재 관리 시스템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인재들을 한데 어우러져 일하게 만들 수 있는 팀 리더의 역할, 성과 평가나 보상 체계, 갈등 관리나 스트레스 관리 기법 등이 지금보다 한층 세련되게 진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통섭하여 일하는 인재들의 요건이 바뀔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분야에 정통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넘치고 지적 흡수 능력이 탁월한 사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난 사람 등이 통섭형 인재로써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누가 보아도 모범 답안과 같은 모범생들이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와 반대가 되는 문제아들도 적절히 채워질 수 있을 때 창의성이 더욱 꽃필 수도 있다.
스탠포드 경영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통상적으로 ‘학습 부진자(Slow Learner)’, ‘조직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People who make you feel uncomfortable)’, ‘그 분야에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사람(People who probably don’t need)’들이 어느 정도 함께 어우러져 일할 때 더 창의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박스 기사> 참조). 아울러, 모범생이나 문제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의 하나는 열정과 도덕적 겸양일 것이다.
아이디어의 분출 통로가 열려야
좋은 인재를 확보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인재라 할지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는 법. 이들의 아이디어가 분출될 수 있는 통로, 즉, 아이디어 분출을 위한 제도나 시스템이 조직 내부에 잘 갖추어져 있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로버트 서튼 교수도 “조직에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려면 한 명의 천재로는 불가능하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안 활동이 끊임 없이 실천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조직의 문화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 한바 있다.
● 관습 타파와 안정감 확보
이를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타파하는 것이다. 이때 구성원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해할 수 있는데, 심리적 안정감을 함께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미라이 공업사(未來工業)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 회사는 기존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규칙을 없앰으로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 회사의 CEO인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는 “사람은 말이 아니다. 당근만 주면 될 뿐 채찍은 필요 없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로 실시하는 차년도의 목표 설정과 당해 년도의 성과 점검도 미라이에서는 사장이 하지 않는다. 직원들끼리 알아서 정한다. 성과주의 평가/보상 시스템을 철저히 배격한다.
또한, 직원들을 경쟁하게 만드는 승진 제도도 운영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선풍기 앞에 두고 바람을 불어 가장 멀리 날아간 순서대로 공장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직책을 보임할 뿐이다. 그런데, 절대로 강제하거나 파격적으로 보상하지 않지만, 이 회사의 제안 제도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 건수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년 2,500억 원 이상의 매출에 2자리 수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파격적인 휴가 제도 등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아마다 사장은 “인건비 아끼려고 직원을 속이고, 휴가도 안 보내면서까지 직원들을 쥐어짜면 있던 창의성도 죽지 않겠는가? 여행을 가서 새로운 걸 봐야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래서 나는 복도에 쓸데없이 켜져 있는 전등을 끄고, 비품을 아껴서 모은 돈을 직원들 휴가 보내는 데에 투자한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의 철학과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종신 고용 관행이, 회사의 별다른 규칙이 없어도 직원들의 마음의 안정감과 활기를 불어 넣고 남다른 애사심을 가져온 것이다.
● 아이디어의 개방적 공유
아이디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집단 지성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아이디어들이 공유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피엔지(P&G)社의 경우를 보자. 회사는 전 세계 9개국에 흩어져 있는 R&D 센터 직원 7,500여명이 업무상의 문제점이나 개선 아이디어를 내부의 웹사이트에 등록하여 공유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만을 공유하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한 모습이다.
또한, 미국의 마스터카드(Mastercard)社는 보다 적극적인 아이디어 공유의 장을 만들어 집단 지성을 활용하고 있는 회사로 유명하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회사가 2009년에 도입한 ‘역동적 전략’이라는 프로그램은 전 세계를 7개 네트워크로 나누고, 각 네트워크별로 전문가를 둔 후 해당 지역의 기술 동향, 소비자 행동 패턴 등을 직원들이 연구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은 1년에 2번씩 본사 임원들과 함께 모여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다. 그 결과, 회사의 경영진들은 휴대폰을 통한 비용 지불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각광받고 있는지 경쟁사보다 좀 더 빨리 인식하여 이를 사업 기회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건전한 피드백이 숨쉬는 협력 문화를 만들어야
창의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나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필요한 포인트는 이들이 소통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것도 매우 긴요한 부분이다.
이때 구성원들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살아 숨쉬는 집단의 창의성을 분출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면서도 격렬한 의견 교환과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한 문화가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Pixar)社가 좋은 본보기이다. 회사는 1995년 세계 최초로 ‘토이 스토리’라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놓은 것을 필두로, 지난 15년 동안 8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성공시켰다. 그 과정 속에서 1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중요한 것은 픽사에서 만든 모든 영화가 스토리, 배경, 캐릭터를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집단 창의성의 대명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픽사의 3가지 조직 운영 원칙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둘째, “누구라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업계에서 일어나는 혁신 내용에 해박해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을 토대로 회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돕는 독특한 협력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모두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생각으로 일하면서 집단 창의성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이런 픽사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두뇌위원회’와 매일 진행되는 ‘리뷰회의’이다. 먼저, 두뇌위원회는 픽사의 8명의 감독들과 제작자 그리고 회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한다. 현재 영화 제작의 진척 사항을 확인한 이후,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영화를 좀 더 괜찮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 두뇌위원회를 진행할 때에는 자존심 같은 건 버려야 한다. 누구도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해서 예의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두뇌위원회에서 나온 의견과 아이디어는 아무런 강제성은 없다. 픽사에서는 이를 놓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을 모으는 최고 영화 제작자들의 공동체’라고 부르고 있다.
일일 리뷰회의 역시 픽사의 협력 문화를 대표한다. 매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동료 입장에서 건전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픽사의 구성원들은 “두뇌위원회나 일일 리뷰회의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게 된다.”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창의적 소통의 선봉에 CEO가 있다
조직 내부의 창의적 소통의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그 선봉에 CEO의 소통 리더십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조직 내의 창의적 인재들이 통섭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마치 조선 4대 임금이었던 세종대왕처럼 말이다.
세종이 통치하던 무렵에 대해 역사가들은 우리 역사상 최고로 창조적인 시대였다고 평가한다. 세종은 본인 스스로가 천재는 아니었지만, 앞서 컬럼비아 경영대의 던간 교수가 얘기했던 집단 지성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이 탁월한 듯 하다. 장영실 같은 인재를 활용하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주위 사람들을 활용해 창조적인 생각을 얻어내는 역량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은 개인이 아닌 다수의 생각을 얻어내는 것이 바로 창조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기관이 집현전이다. 이 곳에서 그는 다양한 식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합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때 세종은 견(狂), 광(狂), 지(止)의 세 가지 원리를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견(狂)은 ‘하지 말자’, ‘그만 두자’라는 신중함을 나타내는 말이고, 광(狂)은 ‘해 보자’, ‘위험은 있어도 나아가 보자’라는 진취적인 뜻을 담고 있다. 세종은 임금과 신하, 신하와 신하가 소통하고 논쟁하는 통로로 경연이라는 것을 둔다. 이때 찬성과 반대가 격렬히 부딪치며 조합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이 발휘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찬반이 팽팽히 대립할 때 잠시 멈추게 하고 생각하는 지(止)를 활용한다. 창의적 결정을 위한 생각 정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 세종을 도운 사람이 바로 황희 정승이다. 찬반을 모두 듣고 이들을 통합하는 정리를 기막히게 잘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세종 대왕의 창조적 소통 방식은 현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나 리더들이 깊이 음미하고 조직 운영 방식으로 응용해 볼 만하다.
집단 지성이 고객 소통으로 이어질 때 성과가 난다
조직 내부의 집단 지성이 아무리 잘 소통되고, 살아 숨 쉰다 해도 이것이 고객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다면, 이는 반쪽 자리 소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통에 능한 기업은 조직의 소통의 길을 여는 것만큼 고객과의 소통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과 같이 고객 니즈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 때,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잘 간파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통에 능한 기업은 고객과의 지속적이고 끊임 없는 소통하며 기업 성과 창출의 발판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社가 북미와 유럽의 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는 잘 나타난다. 조사에서는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두 개의 집단을 구분하고 있다. 그 결과, 고객과의 소통에 힘 쏟는 기업은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제때 마치는 정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17배 높았다. 또한, 투자 대비 목표 수익의 충족 정도도 약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보고서는 소통에 힘 쏟는 기업의 80%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소비자와 계속 소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비자 기호를 조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양한 부류의 소비자에게 새로 출시할 제품의 성능과 가격 등에 대한 평가를 의뢰하고, 제품 외적 요소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사소한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었으며, 제품 개발 이후 시장에 출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40%까지 단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고객 삶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라
고객이 바라는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소통은 고객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단순히,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디자인과 같은 기능적 측면의 개선에만 몰두하지 말고, 보다 본질적으로 고객의 삶을 면밀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고,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소통 활동이 있어야 한다. 기존에 흔히 활용해 오던 설문 중심의 시장 조사나 통계 분석도 중요하지만, 긴밀한 소통을 위해서는 실제 고객의 삶에 파고들어 생활 패턴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1명의 고객과 일대일로 심도 있게 대화하는 ‘1:1 인터뷰’, 고객의 집을 장기간 방문해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 패턴을 관찰하는 활동, 고객과 동행해 함께 쇼핑하며 구매 행동을 살피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객의 삶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관찰과 끊임 없는 상호작용이 주는 이점은 간명하다. 고객으로부터 신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식품 회사 제너럴 밀(General Mill)社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이다. 제너럴 밀이 스푼 없이 짜먹는 요구르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고객을 면밀히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회사는 요구르트의 주 고객인 어린이들을 관찰했다. 아이들의 주 관심사는 노는 것이었다. 관찰 결과 아이들은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에도 한 손에 음료수를 든 채 뛰어다니고 놀면서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사는 뚜껑을 따로 스푼으로 떠먹는 기존의 요구르트로는 어린이들의 ‘놀면서 마시는’ 2가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요구르트를 개발하기로 했다. 결국 회사는 포장기법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아이들이 스푼 없이 먹을 수 있는 튜브 형태의 요구르트를 출시했고, 이 요구르트는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쌍방향 소통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고객의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게 한 이후에도 고객과의 소통은 더 빈번히 그리고 더 밀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가 바로 상품의 기획, 개발, 생산, 서비스 등 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 전반에 걸쳐 고객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GE 메디컬(GE Medical)社는 현재 및 잠재 고객에게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실행으로 연계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회사는 유명 병원의 의사와 연구 기관 과학자들을 ‘자문 위원회(Advisory Board Session)’에 초청해 제품 혁신 및 아이디어의 힌트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오토바이 메이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社의 경우는 차년도 오토바이 모델을 디자인하기 전에 경영층이 ‘고객과의 오토바이 여행’에 참여해 고객의 니즈를 직접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자사의 홈페이지나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 받아 경영 활동에 반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자동차 회사 아우디(Audi)社는 고객들이 자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차량의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였다.
지금까지 고객과의 소통은 물론 조직 내부의 소통이 탁월한 기업이 되기 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소통이 다소 원활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 중에는 소통에 약한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과의 지속성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 성장 문제다. 성과를 내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좌초되는 주된 원인을 보면, 고객과의 소통 혹은 조직 내부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승승장구하며 거대 공룡으로 커왔던 IBM이 1980년대 말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그 원인은 소통의 문제였다. 루 거스너가 IBM의 CEO로 취임해 단행했던 조치도 조직 간의 장벽을 허물고, 고객과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소통에 약한 기업이 백 년 기업으로 거듭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소통에 능하면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만이 백 년 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백 년 기업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 가야 할 것이다.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창의성의 시대에는 이 같은 소통의 문제가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무리 좋은 품질과 비용 우위를 갖춘 제품일지라도 고객의 마음 속에 울림을 주지 못한다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개개인의 창의성이 집단의 창의성으로 승화되는 것은 서로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와 같이 소통은 고객 가치 창출의 근간, 집단 창의성 발현의 토대 등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집단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인재들이 서로 통섭할 수 있게 해야하며,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잘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건전한 피드백이 숨쉬는 상호 신뢰와 협력적 조직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CEO가 그 선봉장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직 내부의 집단 지성이 고객과의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고객 가치 창출이 가능하며,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Ⅰ. 왜 소통인가?
바야흐로 창의성의 시대다. 과거에는 ‘좋은 품질(Best Quality)’의 제품을 ‘얼마나 빨리(Speedy)’ 그리고 ‘얼마나 적은 비용(Low Cost)’으로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이것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어 시장을 호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성의 시대에는 이 같은 역량 만으로 부족하다. 시장에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의미 있고(Meaningful)’, ‘가치 있으며(Valuable)’, ‘독특한가(Unique)’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과 비용 우위를 가진 제품이라 할지라도 의미, 가치 그리고 개성 면에서 창의적이지 못하다면, 그 제품은 고객의 눈 높이를 맞출 수 없고 고객의 마음 속에 울림을 주지 못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창의적 기업’이란 꿈과 숨은 복병
많은 기업들이 창의성을 강조하며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컨대, 톡톡 튀는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색다른 동기부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조직 내부의 운영 방식도 자율과 창의가 넘치는 방식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 모두가 창의적 기업으로 거듭나, 시장에 인정받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백 년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싶은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창의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들이 항상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달리 냉혹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창의적인 기업을 향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창의적 인재가 내놓은 색다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마는 경우. 창의적인 신제품 아이디어가 기능 간의 불협화음으로 제때 출시되지 못하고 지연되는 경우.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선보인 창의적 신제품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 외면을 받는 경우. 모두가 고객과의 소통 문제, 조직 내부의 기능 간의 소통 문제,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 문제가 숨은 복병처럼 조직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조직의 창의성은 단순히 시스템이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서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창의성 발현에 좋은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 이상으로, ‘색다른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의적 결과물을 낳게 할 수 있는가’에 있다. 특히,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소통(疏通)의 문제가 창의성 발현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통(疏通)이 주는 이점
원래 소통이란 ‘(1)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2) 막히지 아니하여 잘 통함’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를 기업 경영에 적용해 보면, 하나는 고객과 기업, 조직 내부의 다양한 조직 간, 임직원들이 원활히 의사소통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하나는 단순히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정보, 지식, 경험, 물리적 자원 등이 막힘 없이 잘 흐르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소통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소통에 능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가진다.
● 집단 창의성 발현과 조직 시너지 배가
첫째, 집단 창의 발현의 밑거름이 된다. 창의성의 시대에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서로 공감하고 집단 전체의 창의성으로 승화할 수 있을 때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소통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구성원들 간의 건강한 소통은 서로의 색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건전한 논의와 비판 속에서 서로의 생각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통은 조직 내부의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기능 조직 간의 상호 협력과 시너지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현실적으로 조직 내부의 모든 기능 조직들이 동시에 창의적일 수 없다. 다만, 어느 한 기능 조직에서 발현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의 갈등과 마찰 때문에 사장되거나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가져오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이는 조직 내부의 다양한 기능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 고객 중심 경영의 견고화
둘째, 소통은 고객 중심 경영을 더욱 견고히 해주는 역할도 한다. 고객 중심 경영의 핵심은 조직 내부의 창의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는가에 있다. 그런데, 창의적인 기업이라고 할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공급자 중심 마인드’내지는 ‘기술 지상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창의성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적 발전으로만 가능하다고 오해해, 고객은 별로 원하지 않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델(Dell) 컴퓨터가 데스크톱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의 장점 만을 골라 출시한 ‘올림픽’이 대표적인 예다. 기술적으로 매우 훌륭한 제품이었고, 홍보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시장은 이를 외면하고 만다. 그 이유는 당시 고객들은 기능이 복잡하고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올림픽은 고객을 위한 기술이라기 보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델 컴퓨터의 사례는 고객 가치 창출은 꼭 어렵고 복잡한 기술적 진보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오히려 감성적인 부분에 있을 수도 있다. 이를 간파하기 위해서도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중요한 것이다.
● 신뢰와 믿음의 문화 형성
궁극적으로 소통은 공동체의 신뢰와 믿음의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앞서 언급한 고객 중심 경영, 기능 간 협력과 시너지, 집단 창의성 발현, 이 모두가 공동체 안의 신뢰와 믿음의 문화가 뒷받침 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사실 기업의 성과 창출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가능할 수 있다. 때로는 우연한 발견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때로는 최고 경영자의 카리스마가 탁월한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신뢰와 믿음을 토대로 한 원활한 소통의 문화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소통은 조직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살아 숨쉬게 하고, 이를 통해 고객 가치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뢰와 믿음의 문화를 형성하게 해주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겠다. 이하에서는 소통에 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기업 경영 포인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Ⅱ. 집단 지성을 키우는 소통
기업은 창의성 시대의 한 복판에 서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과거에는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이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창의성의 시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 말도 수정될 필요가 생겼다. 이제는 개인 창의성을 넘어 집단 구성원 전체의 창의성이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통은 집단의 창의성 발현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러한 집단 지성이 고객 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 경영의 포인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천재를 넘어 집단 지성의 활용으로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의 저자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 월리엄 더간 교수는 “혁신은 한 명의 천재가 자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창출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직간접적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기업이 천재라고 하는 소수 인재들에게만 혁신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오히려, 창의성이 발현되는 메커니즘을 조직 내부에 널리 확산할 수 있다면 천재 한 명의 성과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전략적 직관의 핵심 골자도 개인의 창의성에 대한 의존을 넘어서 집단 지성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는 의미다.
원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훨러가 개미의 생태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개념이다. 그는 “거대한 개미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개미는 하나의 개체로서는 미미해 보이지만,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집단의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개념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경제 사회 전반에서 활용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위키피디아와 웹2.0이다. 위키피디아의 발전 과정을 보면, 지식·정보의 생산자나 수혜자가 따로 없이 누구나 생산할 수 있고 모두가 손쉽게 공유하면서도 정체되지 않고 계속 진보하는, 집단 지성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집단 지성은 단순히 자연 생태계 연구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더간 교수의 말처럼, 기업 경영의 현장도 한 사람의 창의성보다는 공동체의 집단적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을 때 의미 있는 성과 창출이 가능한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 많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개인의 창의성을 넘어 집단 창의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창의성의 시대에 놓여 있는 우리 기업들도 하루 빨리 집단 지성의 힘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다양한 인재들의 통섭(統攝)을 꾀하라
앞서 언급한 집단 지성을 기업이 활용한다는 진정한 의미는 개별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을 집단의 창의성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출발점은 아무래도 인재에 대한 생각과 관리 방식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즉,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소통하며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 통섭(統攝)이란 화두를 던져온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얘기를 귀담아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철학, 과학, 예술을 한 사람이 섭렵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다산 정약용의 시대가 바로 그러하다. 그 시절에는 인간의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파고드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21세기는 인간이 축적한 지식이 너무나 방대해서 한 사람이 한 분야를 깊이 파기에도 버거운 시대가 왔다.”라고 말하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문제를 함께 풀어야만 진정으로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창의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기업도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집단 지성의 활용을 통한 복잡한 경영상의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우물을 파도 더 깊이 파야만 수맥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옛말에도, ‘우물을 깊이 파려면 넓게 파라’는 속담이 있듯이, 깊고 넓게 파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여럿이 함께 파야 한다. 이것이 바로 통섭이고, 다양한 인재들의 통섭을 유도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인재 관리 시스템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인재들을 한데 어우러져 일하게 만들 수 있는 팀 리더의 역할, 성과 평가나 보상 체계, 갈등 관리나 스트레스 관리 기법 등이 지금보다 한층 세련되게 진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통섭하여 일하는 인재들의 요건이 바뀔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분야에 정통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넘치고 지적 흡수 능력이 탁월한 사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난 사람 등이 통섭형 인재로써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누가 보아도 모범 답안과 같은 모범생들이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와 반대가 되는 문제아들도 적절히 채워질 수 있을 때 창의성이 더욱 꽃필 수도 있다.
스탠포드 경영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통상적으로 ‘학습 부진자(Slow Learner)’, ‘조직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People who make you feel uncomfortable)’, ‘그 분야에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사람(People who probably don’t need)’들이 어느 정도 함께 어우러져 일할 때 더 창의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박스 기사> 참조). 아울러, 모범생이나 문제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의 하나는 열정과 도덕적 겸양일 것이다.
아이디어의 분출 통로가 열려야
좋은 인재를 확보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인재라 할지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는 법. 이들의 아이디어가 분출될 수 있는 통로, 즉, 아이디어 분출을 위한 제도나 시스템이 조직 내부에 잘 갖추어져 있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로버트 서튼 교수도 “조직에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려면 한 명의 천재로는 불가능하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안 활동이 끊임 없이 실천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조직의 문화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 한바 있다.
● 관습 타파와 안정감 확보
이를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타파하는 것이다. 이때 구성원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해할 수 있는데, 심리적 안정감을 함께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미라이 공업사(未來工業)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 회사는 기존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규칙을 없앰으로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 회사의 CEO인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는 “사람은 말이 아니다. 당근만 주면 될 뿐 채찍은 필요 없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로 실시하는 차년도의 목표 설정과 당해 년도의 성과 점검도 미라이에서는 사장이 하지 않는다. 직원들끼리 알아서 정한다. 성과주의 평가/보상 시스템을 철저히 배격한다.
또한, 직원들을 경쟁하게 만드는 승진 제도도 운영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선풍기 앞에 두고 바람을 불어 가장 멀리 날아간 순서대로 공장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직책을 보임할 뿐이다. 그런데, 절대로 강제하거나 파격적으로 보상하지 않지만, 이 회사의 제안 제도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 건수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년 2,500억 원 이상의 매출에 2자리 수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파격적인 휴가 제도 등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아마다 사장은 “인건비 아끼려고 직원을 속이고, 휴가도 안 보내면서까지 직원들을 쥐어짜면 있던 창의성도 죽지 않겠는가? 여행을 가서 새로운 걸 봐야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래서 나는 복도에 쓸데없이 켜져 있는 전등을 끄고, 비품을 아껴서 모은 돈을 직원들 휴가 보내는 데에 투자한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의 철학과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종신 고용 관행이, 회사의 별다른 규칙이 없어도 직원들의 마음의 안정감과 활기를 불어 넣고 남다른 애사심을 가져온 것이다.
● 아이디어의 개방적 공유
아이디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집단 지성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아이디어들이 공유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피엔지(P&G)社의 경우를 보자. 회사는 전 세계 9개국에 흩어져 있는 R&D 센터 직원 7,500여명이 업무상의 문제점이나 개선 아이디어를 내부의 웹사이트에 등록하여 공유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만을 공유하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한 모습이다.
또한, 미국의 마스터카드(Mastercard)社는 보다 적극적인 아이디어 공유의 장을 만들어 집단 지성을 활용하고 있는 회사로 유명하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회사가 2009년에 도입한 ‘역동적 전략’이라는 프로그램은 전 세계를 7개 네트워크로 나누고, 각 네트워크별로 전문가를 둔 후 해당 지역의 기술 동향, 소비자 행동 패턴 등을 직원들이 연구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은 1년에 2번씩 본사 임원들과 함께 모여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다. 그 결과, 회사의 경영진들은 휴대폰을 통한 비용 지불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각광받고 있는지 경쟁사보다 좀 더 빨리 인식하여 이를 사업 기회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건전한 피드백이 숨쉬는 협력 문화를 만들어야
창의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나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필요한 포인트는 이들이 소통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것도 매우 긴요한 부분이다.
이때 구성원들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살아 숨쉬는 집단의 창의성을 분출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면서도 격렬한 의견 교환과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한 문화가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Pixar)社가 좋은 본보기이다. 회사는 1995년 세계 최초로 ‘토이 스토리’라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놓은 것을 필두로, 지난 15년 동안 8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성공시켰다. 그 과정 속에서 1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중요한 것은 픽사에서 만든 모든 영화가 스토리, 배경, 캐릭터를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집단 창의성의 대명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픽사의 3가지 조직 운영 원칙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둘째, “누구라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업계에서 일어나는 혁신 내용에 해박해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을 토대로 회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돕는 독특한 협력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모두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생각으로 일하면서 집단 창의성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이런 픽사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두뇌위원회’와 매일 진행되는 ‘리뷰회의’이다. 먼저, 두뇌위원회는 픽사의 8명의 감독들과 제작자 그리고 회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한다. 현재 영화 제작의 진척 사항을 확인한 이후,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영화를 좀 더 괜찮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 두뇌위원회를 진행할 때에는 자존심 같은 건 버려야 한다. 누구도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해서 예의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두뇌위원회에서 나온 의견과 아이디어는 아무런 강제성은 없다. 픽사에서는 이를 놓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을 모으는 최고 영화 제작자들의 공동체’라고 부르고 있다.
일일 리뷰회의 역시 픽사의 협력 문화를 대표한다. 매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동료 입장에서 건전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픽사의 구성원들은 “두뇌위원회나 일일 리뷰회의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게 된다.”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창의적 소통의 선봉에 CEO가 있다
조직 내부의 창의적 소통의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그 선봉에 CEO의 소통 리더십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조직 내의 창의적 인재들이 통섭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마치 조선 4대 임금이었던 세종대왕처럼 말이다.
세종이 통치하던 무렵에 대해 역사가들은 우리 역사상 최고로 창조적인 시대였다고 평가한다. 세종은 본인 스스로가 천재는 아니었지만, 앞서 컬럼비아 경영대의 던간 교수가 얘기했던 집단 지성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이 탁월한 듯 하다. 장영실 같은 인재를 활용하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주위 사람들을 활용해 창조적인 생각을 얻어내는 역량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은 개인이 아닌 다수의 생각을 얻어내는 것이 바로 창조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기관이 집현전이다. 이 곳에서 그는 다양한 식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합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때 세종은 견(狂), 광(狂), 지(止)의 세 가지 원리를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견(狂)은 ‘하지 말자’, ‘그만 두자’라는 신중함을 나타내는 말이고, 광(狂)은 ‘해 보자’, ‘위험은 있어도 나아가 보자’라는 진취적인 뜻을 담고 있다. 세종은 임금과 신하, 신하와 신하가 소통하고 논쟁하는 통로로 경연이라는 것을 둔다. 이때 찬성과 반대가 격렬히 부딪치며 조합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이 발휘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찬반이 팽팽히 대립할 때 잠시 멈추게 하고 생각하는 지(止)를 활용한다. 창의적 결정을 위한 생각 정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 세종을 도운 사람이 바로 황희 정승이다. 찬반을 모두 듣고 이들을 통합하는 정리를 기막히게 잘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세종 대왕의 창조적 소통 방식은 현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나 리더들이 깊이 음미하고 조직 운영 방식으로 응용해 볼 만하다.
집단 지성이 고객 소통으로 이어질 때 성과가 난다
조직 내부의 집단 지성이 아무리 잘 소통되고, 살아 숨 쉰다 해도 이것이 고객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다면, 이는 반쪽 자리 소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통에 능한 기업은 조직의 소통의 길을 여는 것만큼 고객과의 소통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과 같이 고객 니즈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 때,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잘 간파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통에 능한 기업은 고객과의 지속적이고 끊임 없는 소통하며 기업 성과 창출의 발판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社가 북미와 유럽의 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는 잘 나타난다. 조사에서는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두 개의 집단을 구분하고 있다. 그 결과, 고객과의 소통에 힘 쏟는 기업은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제때 마치는 정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17배 높았다. 또한, 투자 대비 목표 수익의 충족 정도도 약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보고서는 소통에 힘 쏟는 기업의 80%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소비자와 계속 소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비자 기호를 조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양한 부류의 소비자에게 새로 출시할 제품의 성능과 가격 등에 대한 평가를 의뢰하고, 제품 외적 요소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사소한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었으며, 제품 개발 이후 시장에 출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40%까지 단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고객 삶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라
고객이 바라는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소통은 고객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단순히,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디자인과 같은 기능적 측면의 개선에만 몰두하지 말고, 보다 본질적으로 고객의 삶을 면밀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고,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소통 활동이 있어야 한다. 기존에 흔히 활용해 오던 설문 중심의 시장 조사나 통계 분석도 중요하지만, 긴밀한 소통을 위해서는 실제 고객의 삶에 파고들어 생활 패턴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1명의 고객과 일대일로 심도 있게 대화하는 ‘1:1 인터뷰’, 고객의 집을 장기간 방문해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 패턴을 관찰하는 활동, 고객과 동행해 함께 쇼핑하며 구매 행동을 살피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객의 삶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관찰과 끊임 없는 상호작용이 주는 이점은 간명하다. 고객으로부터 신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식품 회사 제너럴 밀(General Mill)社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이다. 제너럴 밀이 스푼 없이 짜먹는 요구르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고객을 면밀히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회사는 요구르트의 주 고객인 어린이들을 관찰했다. 아이들의 주 관심사는 노는 것이었다. 관찰 결과 아이들은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에도 한 손에 음료수를 든 채 뛰어다니고 놀면서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사는 뚜껑을 따로 스푼으로 떠먹는 기존의 요구르트로는 어린이들의 ‘놀면서 마시는’ 2가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요구르트를 개발하기로 했다. 결국 회사는 포장기법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아이들이 스푼 없이 먹을 수 있는 튜브 형태의 요구르트를 출시했고, 이 요구르트는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쌍방향 소통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고객의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게 한 이후에도 고객과의 소통은 더 빈번히 그리고 더 밀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가 바로 상품의 기획, 개발, 생산, 서비스 등 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 전반에 걸쳐 고객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GE 메디컬(GE Medical)社는 현재 및 잠재 고객에게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실행으로 연계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회사는 유명 병원의 의사와 연구 기관 과학자들을 ‘자문 위원회(Advisory Board Session)’에 초청해 제품 혁신 및 아이디어의 힌트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오토바이 메이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社의 경우는 차년도 오토바이 모델을 디자인하기 전에 경영층이 ‘고객과의 오토바이 여행’에 참여해 고객의 니즈를 직접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자사의 홈페이지나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 받아 경영 활동에 반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자동차 회사 아우디(Audi)社는 고객들이 자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차량의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였다.
Ⅲ. 맺음말
지금까지 고객과의 소통은 물론 조직 내부의 소통이 탁월한 기업이 되기 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소통이 다소 원활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 중에는 소통에 약한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과의 지속성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 성장 문제다. 성과를 내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좌초되는 주된 원인을 보면, 고객과의 소통 혹은 조직 내부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승승장구하며 거대 공룡으로 커왔던 IBM이 1980년대 말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그 원인은 소통의 문제였다. 루 거스너가 IBM의 CEO로 취임해 단행했던 조치도 조직 간의 장벽을 허물고, 고객과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소통에 약한 기업이 백 년 기업으로 거듭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소통에 능하면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만이 백 년 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백 년 기업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 가야 할 것이다. [김현기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