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블로그를 읽고도 모른척 했던 까닭
불탄의 開接禮/아내와 천사 셋 : 2010. 4. 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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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었나봅니다. 임신과 함께 그동안 조금씩 갖고 있던 생각들이 커져버린 모양입니다.
그렇겠지요. 아마도 그랬을 겁니다.
예년에 비해 맑고 화사한 날씨 대신에 찌뿌둥한 기운이 잦았던 것도 원인의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 둘의 엄마가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워킹맘의 역할이 버거웠을 테지요.
아내가 블로그 운영을 잠시 하는 듯 하다가 작년 12월 중순 경에는 아예 손을 놓아버렸지요. 그 이후로는 가끔 패션이나 뷰티에 관한 글을 하나씩 띄엄띄엄 올린 게 전부였으니 사실상 접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거예요.
책읽기에 몰입하는 걸 막기 위해 블로그 운영을 권유했었는데 다시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더니만 임신이 확인된 이후부터는 몸이 그렇게 시키는지, 아니면 생각이 행동을 이끌어가는지 모르겠지만 퇴근과 함께 잠을 자고 하더랍니다.
이달 말일까지만 직장에 다니기로 했으니 이젠 어느 세월에 다시 사회생활을 하게 될지 약속할 수 없게 되었네요. 어쩌면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만 두게 했어야 옳았을 텐데 한 템포 늦어진 것 같습니다.
어제 늦은 밤, 우연히 아내의 블로그가 궁금해서 접속을 해보았더니 정말로 맘이 짠해 오더랍니다. 결국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만들었고요.
요즘 들어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애는 썼던 것 같은데 정작 아내는 요모저모로 심기가 어지러웠나봅니다. 임신우울증의 영향도 있었는지 직장 내에서 감정제어가 잘 되지 않았던 것도 같고요.
셋째이기 때문에 조금 덜 신경을 썼던 걸까요?
불탄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은데 아내는 "그렇다!!'를 부르짖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이 미안해지네요.
직장 문제만 해도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퇴직을 권유했어야 했는데 경제적 여건 때문에 선뜻 그 말을 꺼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이유가 아닌 가계비와 교육비의 일부를 혼자서 감당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부담지게 했다는 것이 너무나 미안한 거지요.
그래서 아내의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고도 내색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불탄의 입에서 먼저 나오지는 않을 것 같고요.
이래저래 어수선한 마음 탓인지 빗줄기로 시작하는 오늘이 우울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어두운 인상으로 하루를 소비할 수는 없겠지요. 개인의 상황으로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면 안될 테니까요.
기지개 한번 크게 켜고 물 한잔 마셔야 되겠습니다.
창밖을 보니 비는 그친 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대전동물원으로 야외학습(소풍)을 떠난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딸이 날씨 때문에 재밌는 체험을 하지 못한다면 무척이나 섭섭해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