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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는 왜 그렇게 한숨을 많이 쉬어요?"
"응?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가 왜 그랬을까? 이렇게 예쁜 우리 공주들이 있는데?"
"피이~ 아빠는 맨날 물어보면 같은 말만 하고. 미워요."
"하하! 아빠는 우리 두딸이 이렇게나 예쁜데 큰 공주는 그런 아빠가 밉다고 하니 아빠는 정말로 죽을만큼이나 슬퍼지는 걸?"

힘들어서 나오는 한숨이 아니라고 항변을 하고 싶지만 어느새 힘이 들어가 있던 2~30대의 어깨에는 작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호흡을 하려 내쉬는 숨결에도 잔잔한 생활의 떨림이 실려 있습니다. 항상 밝은 웃음을 지으며 힘의 상징으로 남고 싶지만 그 웃음과 미소에도 어느새 씁쓸한 세상과의 타협이 묻어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 '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인 세대'를 일컫는 말로 386세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여졌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0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386세대들은 어느덧 인생의 최고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40대가 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불탄도 마흔의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고요.


마흔의 나이를 넘어서게 되면서 우리는 불혹이라고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아마도 미혹됨이 없고 흔들림이 없어야 할 나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겁니다. 그런 불혹의 나이가 지금 이 사회에서는 너무도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만 해도 온통 뉴스를 듣거나 신문을 읽으면 여지없이 들려오고 보여지는 것이 마흔줄에 들어선 386세대들과 밀접한 내용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중 가장 씁쓸했던 것은 다름 아닌 맞벌이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뉴스였지요.

48%를 넘는 수치이니 마흔을 넘긴 가장이 있는 집에서는 한집 건너가 맞벌이 가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출산과 육아와는 상관없이 배우자의 직장생활을 원하는 마흔살의 가장도 거의 같은 수치(47.2%)를 보이고 있고요. 불탄의 가정도 셋째아이 임신을 이유로 아내가 직장을 그만 둔 것이 불과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이다보니 많은 부분 공감을 하게 되더랍니다.

이틀 전에는 가계비 지출이 소득을 넘어서는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섰다는 조사결과가 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나 많은 가정이 소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일제히 무계획한 지출에만 열중해서 나타난 결과는 아닐 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개인별 소비행태를 꼼꼼히 따져보면 잘못된 소비문화가 야기시켰다는 것에도 반박하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어느 한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리 줄이려 노력하고 채비를 갖춰도 도저히 줄어들지 않는 비용은 존재하고 있겠지요. 그 중에는 사교육에 들이는 비용도 어느 정도 관여를 할 터인데 맞벌이 가정에 있어서는 그게 꼭 교육의 목적만을 갖고 있는 것만은 아닐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나 아빠, 어느 한쪽이 자녀를 보살필 수 있는 시간까지 땜빵(?)용으로도 분명히 이용하고 있을 테니까요.

마흔을 넘긴 가장이 되어서까지 배우자에게 직장을 종용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입니다. 그렇지만 자녀의 교육과 내일을 꿈꾸는 희망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앞장 서서 씩씩하게 해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내일 아침에는 맞벌이에 대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출근하는 가장의 어깨에 잔뜩 쌓여있는 먼지를 빛보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쓸어주는 건 어떨까요?

본 포스트는 글 발행에 앞서 한겨레신문사에 필진으로서 먼저 기고(http://hook.hani.co.kr/blog/archives/2310)를 했던 글입니다.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글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항상 불탄은 귀를 열어 들을 수 있고, 눈을 떠 볼 수 있으며, 마음을 열어 받아들일 수 있는 공부를 쉼없이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