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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실천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매년 200만 원씩을 8년 동안 남모르게 기부를 해 온 가난한 농부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이 실천하고 있는 나눔경영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가 우리 사회를 보다 더 살만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개인은 경제활동을 수단으로 하여 자신과 자신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환경에 대한 만족감이란 목적을 위해 살아갑니다. 기업은 기업활동을 수단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이윤창출이라는 목적을 위해 존재합니다. 개인은 경제활동을 통해 얻어진 경제력을 주변에 있는 불우한 이웃이나 소외계층과 나누면서 개인이 살아가는 목적인 만족감의 일부를 얻게 됩니다. 기업은 기업활동을 통해 얻어진 이윤을 사회나 국가와 나누면서 명망을 얻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눔에도 미학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여 그것이 사회에 잔잔한 감동이 되었을 때 그 의미가 더욱 배가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특정일이나 특별한 시기에만 불쑥 튀어나와 ‘나 이렇게 선행을 하고 있으니 멋지지 않냐?’고 이미지 홍보에 악용하는 사례를 보면서 매년 씁쓸한 웃음을 너무도 많이 지어왔습니다. 뉴스 아래에는 ‘제발 이럴 때만 그러지 말고 평상시에 좀 잘 하라’는 코멘트와 함께 말입니다.

그러한 현상은 그동안 남모르게 나눔을 실천해 왔던 개인과 기업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릅니다. 이미지 개선이나 홍보용 선행으로 자신들이 몇 년을 하루같이 해왔던 선행이 누더기처럼 변질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더욱 은밀하게 실천하거나 대리인을 내세워 실천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선행을 중단하거나...




언젠가 모 피자회자가 200명의 소외계층 어린이에게 피자파티를 열어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고 예의 그 씁쓸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업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소외계층 200명의 어린이들에게 피자파티를 벌여준다는 것이 보도자료를 활용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거니와 이 파티에 참석하는 200명의 어린이들이 여름방학 중 맞이하는 이 파티를 통해 소중한 추억을 얻어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기업의 취지가 혹여 아이들 마음을 다치는 결과로 남게 되지 않을까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아이들의 감성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보다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직도 방학이 두려운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급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서 지정한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이 아이들은 지자체가 발행하는 쿠폰 등을 사용하는데서 오는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아예 굶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사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뜻있는 개인들이 운영하는 야학 등에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소외된 계층에게 내일의 꿈을 꿀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면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그 시간까지도 아이들의 마음을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오늘입니다. [by 불탄 090810]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