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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에게는 형님이 한분 계십니다. 말 그대로 형제가 무척 단촐했던 편이었지요. 그러나 외종사촌 형제들을 모두 모아 놓으면 정말 정신이 없답니다. 왜냐 하면, 어머니께서는 9남매의 장녀셨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모들이나 외삼촌과의 나이 차이가 그야 말로 두세 살에서부터 많게는 스무살 정도까지 골고루 터울이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누나나 형들처럼 함께 자랄 수 있었지요.

불탄의 아버지께서는 지질탐사라는 용어로도 사용하는 시추업(일본식 명칭 : 보링)을 하셨던 관계로 땅이 심하게 얼어있는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거의 지방에서 작업을 하셨고, 어머니께서는 그런 아버지와 일꾼들의 식사와 빨래를 챙기셔야 했기에 매번 아버지와 함께 다니셨으니 불탄과 형님은 자연스럽게 외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그 어린 시절, 몹시도 추웠던 겨울의 어느 깜깜한 한밤중이었습니다.

저녁을 급하게 먹었었는지 쌍둥이 이모 중 언니 쪽의 이모가 급체증상을 보이며 숨도 제대로 못쉬었지요. 외할머니께서는 그런 이모의 가슴을 쓸어주기도 하시고 배를 주물러도 주시면서도 잠에서 깨어 놀란 눈을 하고 있던 불탄에게 얼른 자고 있던 형을 흔들어 깨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리끼 용도로 할아버지를 위해 준비해 사기그릇을 들어 냉수를 요강에다 부어버리시고는 그 사기그릇을 형한테 내밀었어요.

이미지 - 부산일보

"아가, 후딱 여따가 쉬야 좀 싸그라"
"엉? 할매요, 여따가요?"

놀라서 눈이 동그라진 형한테 급하다고 연신 채근을 하시니 형은 어쩔 수 없이 소변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노르스름한 소변의 용도를 알게 된 것이 바로 그 즉시였으니......

외할머니께서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배아파 하는 쌍둥이 큰이모의 코를 쥐고는 입을 벌리게 하더니 그 소변을 그냥 들이 붓더라고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이모의 급체는 안정이 되어갔고, 오래지 않아 몸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오더랍니다.

그게 얼마나 무식한 방법인지, 아니면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불탄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날의 사건은 명절이나 잔칫날과 같은 때에 외가 쪽 가족들도 모일 양이면 화제가 궁핍해지거나 분위기가 좋을 때를 가려서 가끔 형님이 이모를 놀려먹는 용도로 꺼내보곤 한답니다. 죽어가던 이모가 형의 오줌을 먹고 살아났으니 형이 생명의 은인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이제 두살 터울의 형이나 예닐곱 터울의 형의 나이가 각각 마흔 중반을 훌쩍 넘기거나 쉰을 넘은 나이인데도 금새 웃음꽃을 피워올리는 특효약이 되는 셈이죠.

오늘 갑자기 불탄이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에피소드 하나를 꺼내게 된 것은 중국에서 발생하였다는 기행 때문입니다.

그 기행이라는 것이 바로 최근 중국에서는 아기의 소변이 고가로 거래가 된다는 뉴스 때문이지요. 영아의 소변이 건강에 좋다는 근거 없는 소문과 함께 아기 소변이 최소 1마오(약 13원)부터 최대 1만 위안(약 176만 원)까지 다양하게 팔리고 있답니다.

관련 기사 보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06039788g

참으로 엄청난 인구가 살고 있으니 생각도 못한 온갖 기행이 난무하고 있다는 중국이지만 이 기사 내용을 보는 순간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쓴웃음만 짓게 되더랍니다.
그래도 어쨌든 뉴스 하나를 읽으며 옛날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으니 불탄에게는 남는 장사가 된 것 같습니다.

혹여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급체에 아기 소변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거나 아니면 완벽하게 잘못된 민간요법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시고 계시다면 지금이라도 궁금증을 풀 수 있도록 댓글로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