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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이 지바 롯데로 보무도 당당하게 입성한 이후 지금까지 오는 동안 아마도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가장 통쾌했던 것 같습니다.

상황은 7회초 4-2로 야쿠르트 스왈로스에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원아웃에 런너는 만루. 투 스트라이크 원 볼 상황에서부터 기싸움은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의 볼 카운트에서 투수 마스부치는 무척이나 괴로워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었죠. 볼 카운트가 투 스트라이크 원볼에서, 투볼로, 그리고 유인구로 보이는 중앙 낮은 볼로 풀 카운트가 됩니다.

오늘의 경기에 쐐기를 박는 멋진 만루홈런이 나온 것은 마지막 남은 승부구에서였습니다.

마스부치는 아무리 강타자라 하더라도 걸어서 내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두점이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강타자라 하더라도 걸어서 내보냄으로써 한점을 그냥 상납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관중석에서는 투수 마스부치가 와인드업을 하기 전부터 김태균을 연호하였고 공을 던지려는 순간에는 "우~"하는 소리와 함께 잔뜩 부풀렸던 기대감을 원없이 표출시켰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미지 - OSEN

그리고 김태균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드라마의 한 장이 마무리가 되었던 거죠. 몸쪽 빠른 볼을 감각적으로 당겨친 것이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 버린 겁니다. 곧바로 카메라에 잡힌 포수의 얼굴에는 짙은 허탈감이 묻어나는 것 같더군요.

엄밀하게 말하자면 투수 마스부치도 실수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 자체도 제법 빨랐고, 코스도 몸쪽으로 아주 날카로와 보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왜 타자가 하필이면 김태균이었을까요? 최근 몇 경기 부진을 보이다가 14호 홈런으로 다시 배터감각을 찾아오나 싶더니 이전 경기에서는 또다시 침묵을 지켰던 김태균이었기에 조금은 긴장이 풀어졌을까요?

아마 김태균의 입장에서는 이전 경기에서 스스로에게도 용납하기 못한 부진이었다는 생각에 오늘은 독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충분히 그랬을 겁니다. 만루의 불리한 볼 카운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좋은 공을 끝까지 골라냄으로써 완벽하게 자신의 스윙을 가져갈 수 있는 타이밍을 끌어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김태균이 승자가 되는 날입니다. 오늘의 승리와 일본 프로에서의 첫 만루홈런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