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6일 오전 3시 30분부터 브라질과 북한의 월드컵 G조 두번째 경기가 남아공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앞서 열렸던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는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했지요.

북한은 대한민국과 정치적으로는 적대적 관계에 놓여있지만 그래도 한민족 한핏줄이란 사실이 주는 끌림은 킥오프와 함께 시작된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더해 갈수록 북한을 응원하게 만드나봅니다.

경기 시작 전, 솔직히 불탄은 브라질의 현란한 개인기와 팀웍에 의해 한두 점을 내주며 끌려가는 북한의 경기력을 예상했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극초반은 그런 양상으로 흘러갈 것 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런 불탄의 생각을 멈칫하게 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인민루니 정대세 선수였죠.

경기전 북한의 국가가 울려퍼지자 눈물을 떨구고 있는 정대세 선수 - 오에스이엔

얼마나 월드컵 무대에서 조국의 명예를 걸고 뛰고 싶은 마음이 강했었는지 북한의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그토록 강인해 보이는 얼굴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더군요. 인민루니 정대세의 눈물, 그 모습을 보는 불탄도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갈수록 점점 경기는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공격진영에서는 정대세와 홍영조의 몸놀림이 점점 빨라지면서 돌파에 이은 슛도 이어갔으며, 수비는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찾아갑니다. 반면에 공 점유율은 현격하게 높은 브라질이었지만 제대로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내질 못하면서 신경질적인 모습도 여러 번 보게 되는군요.

'참 대단하다!'라는 느낌과 함께 '참 잘 한다!'라는 감탄을 하고 있는 사이에 전반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하프타임때 북한선수팀을 향해 감독은 어떤 지시를 내렸을까요? 전반전의 경기처럼 수비에 집중하면서 정대세를 이용한 반격을 노리는 작전을 이어갈까요? 그에 반해 브라질 감독은 초조한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작전지시를 내렸을 테지요.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반전의 답답함을 이겨내려는지 브라질의 공격이 날카로워지네요. 북한의 반격도 만만치 않고 말입니다.

브라질에게 첫골을 선물하고 기뻐하는 마이콘과 축하하고 있는 호비뉴의 모습 - 오에스이엔

아! 후반 10분, 마이콘 선수의 골입니다. 각이 전혀 없는 골 포스트 옆쪽에서 마이콘이 차 넣은 것이 그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입니다.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던 경기에 아마도 많은 변화가 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역시 북한의 움직임에서부터 변화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만회를 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거겠죠. 수비에 대한 집중력이 조금씩 흐트러져 가는 듯 보이는군요.

후반 26분 브라질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엘리누 선수 - 오에스이엔

26분 경, 브라질의 엘라누가 추가골을 넣었네요. 일자 수비진을 교묘하게 가로지르는 호비뉴의 패스를 엘라누가 그대로 쐐기골로 연결시킨 거죠.

그러는 가운데 북한도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정대세를 위시로 하여 여러 형태의 공격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후반 43분, 북한에게 첫골을 선물하고 기뻐하는 지윤남 선수 - 오에스이엔

역시 후반 43분 경, 중앙에서 찔러 준 공을 정대세가 떨어뜨려주고 지윤남이 왼발로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넣어서 골을 만들었네요. 멋집니다. 슛을 한 지점과 골인되는 각도의 모습은 박지성이 보여준 골과 아주 쪼쿰 비슷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그렇게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 밤잠도 설치며 경기를 지켜본 보람을 갖게 됩니다. 끝까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준 양팀의 선수들이 고맙습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 중 FIFA에서 매긴 랭킹은 105위의 꼴찌였지만 그 어떤 팀과 경기를 치르더라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북한팀입니다. 또한 앞으로 북한과 만나게 될 포르투갈이나 코트디부아르 역시 북한팀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강한 경계의 빛을 띄우겠지요.

정말로 죽음의 조라고 할만 합니다. 그 어느 팀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오늘 경기를 훌륭하게 치른 북한팀에게 아주 잘 싸웠다는 격려의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Posted by 불탄